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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우는 선거여론조사③] 블록체인과 안심번호, 대안으로 연구 필요
2018. 06. 08 by 은진 기자 jin9eun@sisaweek.com

38.7%와 58.3%. 두 곳의 여론조사 기관이 같은 날 발표한 A후보의 지지율이다. 조사기관에 따라 20%p 정도 차이가 난다. 유선전화·무선전화·안심번호 등 조사방법에 따른 편차도 제각각이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여론조사 결과 하나하나에 희비가 엇갈리고, 뒤처지는 쪽에서는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헷갈리는 건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선거철만 되면 넘쳐나는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시사위크>는 현행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더 정확하고 공정한 여론조사를 위한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편향된 여론조사의 획기적인 대안으로 블록체인 기술과 안심번호 조사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은진 기자]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지난 4월 블록체인 기술회사인 ‘해시블록’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여론조사기관과 블록체인 회사의 이례적인 업무협약이 눈길을 끌었다. 두 곳은 현행 여론조사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여론조사 기법을 제시했다. ‘가상화폐’ 기술로 알려진 블록체인이 편향된 여론조사의 획기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일단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조사 응답자들에게 ‘코인’ 형태로 보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응답률을 높이기가 수월해진다. 또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데이터 조작이 어렵다는 신뢰성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표본 조작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각 여론조사 항목은 별도로 관리하고 응답자 답변 역시 암호화 과정을 거쳐 서버에 저장되기 때문에 조사 내용에 대한 신뢰도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문사회과학기술융합학회는 ‘견고한 검증을 제공하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의 여론조사 어플리케이션’ 논문지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는 분산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제안하기도 했다. 논문지에 따르면, 가상화폐 중 하나인 이더리움을 활용한 여론조사 응답자의 서명과 응답 데이터가 함께 저장되기 때문에 데이터 관리의 견고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여론조사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역시 줄일 수 있다. 기존 전화면접 설문조사가 아닌 모바일 설문으로 진행되는 만큼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가능해진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이 아직 개발 단계인데다 기술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가고 있는 과정이어서 다양한 검증을 통해 보완한 후 상용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엽 소프트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블록체인 기술의 현황과 과제’ 연구보고서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활성화는 이제 시작됐으며 가능성과 효용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의) 대규모 확산 및 성공사례 구현을 위해서는 시간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문사회과학기술융합학회는 ‘견고한 검증을 제공하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의 여론조사 어플리케이션’ 논문지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는 분산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제안하기도 했다. 사진은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 여론조사 어플리케이션 구현 방법을 도표로 표현한 것. <사진출처=견고한 검증을 제공하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의 여론조사 어플리케이션 논문>

◇ 안심번호가 대안일까

무선전화를 활용해 응답률을 높이면서도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가상의 번호를 만들어 정당 경선이나 여론조사에 활용하는 게 안심번호 여론조사다. 기존 여론조사 방법과 비교해 응답률도 높고 연령층별로 응답률 차이가 적어 가중치를 이용한 통계보정 작업의 필요성도 낮아져 최근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높은 응답률이 여론조사의 정확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의 김미현 소장은 “응답률이 높다고 해서 여론조사 결과의 정확도까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안심번호를 활용하면 응답률이 (ARS 방식보다) 높긴 하지만, 결과를 보면 무당층이 50%가 나온다. 어떤 후보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이 50%나 되는데도 응답률에는 다 포함돼서 나오는 것”이라며 “ARS 방식의 경우 (응답률은 낮을지 몰라도) 무당층이 10% 내외로 낮게 잡힌다. 적극적인 의사를 가진 분들이 응답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김 소장은 “응답률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것은 소용없다. 응답률이 높은 방식 중에 패널조사가 있는데 패널조사 방식으로 하면 응답률이 40%까지도 나온다. 하지만 패널조사는 조사에 참여한 패널에게 보상을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여론조사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며 “결국은 여론조사 기관이 정확하게 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행정부의 관리·규제가 너무 심하다. 차라리 여론조사기관 경쟁구도를 만들어서 유권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여론조사 정확도를 높이는 데) 더 나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여론조사가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기재 한국방송통신대 정보통계학과 교수는 “현재 여론조사 방식의 문제점은 응답률이 낮다는 게 제일 심각하다. 정치성향에 따라 응답률이 다르다는 주장도 있는데 여론조사 기관이 성별이나 연령대로 표본을 보정하고 있기 때문에 입증할 수는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한 뒤 “정치성향과 응답률의 상관관계에 대해 그동안 준비된 연구가 너무 없었던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에 대한 향후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