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7%와 58.3%. 두 곳의 여론조사 기관이 같은 날 발표한 A후보의 지지율이다. 조사기관에 따라 20%p 정도 차이가 난다. 유선전화·무선전화·안심번호 등 조사방법에 따른 편차도 제각각이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여론조사 결과 하나하나에 희비가 엇갈리고, 뒤처지는 쪽에서는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헷갈리는 건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선거철만 되면 넘쳐나는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시사위크>는 현행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더 정확하고 공정한 여론조사를 위한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오른쪽). 두 야권 인사는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낮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선거를 앞두고 진행되는 여론조사는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정치권 인사들 중 일부는 선거여론조사 결과에 강한 불신감을 나타낸다. 이들은 여론조사의 낮은 응답률 등을 근거로 여론조사가 실제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주장은 주로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야권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 대표적인 인물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다.

홍 대표는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최근 여론조사 행태를 보니 아예 작정하고 편들기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모집단 샘플을 지난 대선 실제 투표 기준으로 민주당 지지자를 우리당 지지자의 두 배가 넘게 뽑아 조사해놓고 그걸 여론조사라고 발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최소한 더불어민주당은 10% 정도 디스카운트 하고 우리는 10% 정도 플러스 하면 그나마 제대로 된 국민 여론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바른미래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일부 여론조사들을 보면 응답률이 굉장히 낮고 응답자 샘플(표본)도 지난 대선 때 누구를 찍었는지 물어보면 저를 찍었다는 분들이 10%도 안 되는 조사가 거의 대다수"라고 지적한 바 있다.

◇ 현행 여론조사, 어떻게 실시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여론조사 기준 제10조에 여론조사 방식으로 △직접(대인)면접조사 △전화면접조사(유선, 무선, 유-무선 병행 등으로 구분) △전화자동응답(ARS)조사(유선, 무선, 유-무선 병행 등으로 구분)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중 최근에 가장 많이 시행되는 방법은 전화면접조사 및 ARS 조사 방식이다.

언론에 자주 인용되는 '리얼미터'의 경우, 통상적으로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한국갤럽'은 전화면접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하며, 무작위 발생(RDD: Random Digit Dialing)한 휴대전화번호를 기본 표본추출틀로 한다. 단, 15% 내외로 휴대전화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여성, 고연령대 일부는 무작위 발생한 집전화번호 조사로 보완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6월6일 코리아리서치가 KBS·MBC·SBS의 의뢰로 실시한 조사 결과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 결과.<조사기간 6월2~5일. 조사대상 서울 유권자 1,008명. 유선전화면접 16%와 무선전화면접 84%. 응답률 14.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와 6월6일 한국갤럽이 JTBC 의뢰로 실시한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 결과. <조사기간 6월5~6일. 조사대상 서울 유권자 815명. 유선전화면접 17%와 무선전화면접 83%. 응답률 18.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4%p>

◇ 선거여론조사의 문제점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낮은 응답률이 꼽힌다. 이는 정치권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나온 여론조사를 강하게 부정하는 주요 논거로도 활용된다. 특히 ARS 방식의 여론조사가 대체로 10% 미만의 낮은 응답률을 보이고 있는데, 리얼미터의 평균 응답률도 5%대 수준이다.

그렇다면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왜 낮은 걸까. 여기에는 설문조사 문안이나 조사방법이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휴대전화의 경우 모르는 전화로 연락이 와도 해당 번호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앱을 통해 '여론조사 기관'임을 파악, 전화를 끊어버리는 사람이 느는 추세다. 특히 최신 휴대전화에 능숙한 젊은 유권자 세대일수록 이런 경향이 많이 드러난다.

원성묵 조원씨앤아이 수석컨설턴트는 "ARS로 시행되는 여론조사의 상당수가 질문 시간이 7~8분정도로 길다"며 "정치성향이 강한 적극 지지층이 아닌 경우에는 이에 끝까지 응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대부분 아예 안 받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기관이 사용하는 유-무선 전화면접 비율에 따라 상이한 조사결과가 나온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령 지난 5월3일 리얼미터가 MBC경남의 의뢰로 실시해 발표한 경남지사 여론조사 결과, 김경수 민주당 후보 58.3%, 김태호 한국당 후보 28.8%의 지지도를 보였다. <조사기간 5월1~2일. 조사대상 경남 유권자 824명. 유선전화면접 40%와 무선전화면접 60%. 응답률 4.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4%p>

반면 같은날 코리아리서치센터가 MBC 의뢰로 실시해 발표한 결과에서는 김경수 민주당 후보 38.7%, 김태호 한국당 후보 27.9%로 나타났다. <조사기간 4월30일, 5월1일. 조사대상 경남 유권자 800명. 유선전화면접 26.2%와 무선전화면접 73.8%. 응답률16.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5%p>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한국당은 "MBC경남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수행한 조사결과가 심각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며 "선거구도를 여론조사 조작으로 이끌려 한다는 의혹마저 들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리얼미터가 낮은 응답률 탓에 잘 사용하지 않는 ARS조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조사방법을 문제 삼았다.

5월3일 리얼미터가 MBC경남의 의뢰로 실시해 발표한 경남지사 여론조사 결과<조사기간 5월1~2일. 조사대상 경남 유권자 824명. 유선전화면접 40%와 무선전화면접 60%. 응답률 4.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4%p>와 같은날 코리아리서치센터가 MBC 의뢰로 시행해 발표한 결과. <조사기간 4월30일, 5월1일. 조사대상 경남 유권자 800명. 유선전화면접 26.2%와 무선전화면접 73.8%. 응답률16.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5%p>

그렇다면 유선전화와 무선전화의 비율을 유사하게 한다면 결과도 비슷하게 나올까. 최근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6일 칸타퍼블릭·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KBS·MBC·SBS의 의뢰로 실시한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박원순 민주당 후보 49.3%, 김문수 한국당 후보 13.6%,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10.7%로 나타났다. <조사기간 6월2~5일. 조사대상 서울 유권자 1,008명. 유선전화면접 16%와 무선전화면접 84%. 응답률 14.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같은 날 한국갤럽이 JTBC 의뢰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박원순 민주당 후보 53.9%,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17.3%, 김문수 한국당 후보 13.7%로 조사됐다. <조사기간 6월5~6일. 조사대상 서울 유권자 815명. 유선전화면접 17%와 무선전화면접 83%. 응답률 18.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4%p>

유-무선 비율과 응답자 숫자 등은 유사하지만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의 지지율은 두 여론조사에서 7%p 가까이 차이가 난다. 박 후보는 4.6%p, 김 후보는 0.1%p 차이가 났다.

응답자가 여론조사에서 밝힌 연령대에 대한 것도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지금 문제가 되는 부분은 20대와 30대의 여론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응답자들이 나이를 속이는데, 특히 ARS 조사 같은 경우를 나이를 낮춰서 말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이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분들이 일부러 나이를 속인다기 보다는, 50~60세 이상은 표본이 빨리 마감되는 문제가 있다"라며 "보완을 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데 마땅치가 않다. 솔직하게 응답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이번 기사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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