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 조편성.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이 닷새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국내에서는 21세기 들어 열린 월드컵 중 가장 적은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세계 최대 스포츠축제라는 점엔 이견이 없다. 이번 월드컵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관전포인트를 정리해본다. 두 번째는 반드시 펼쳐지게 될 조별예선 빅매치다.

◇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상대

언제나 그렇듯, 이번 러시아월드컵도 ‘죽음의 조’가 존재한다. 또한 ‘운명의 상대’와 같은 조에서 만나는 일도 종종 포착된다.

먼저 개최국 러시아가 포함된 A조다.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함께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한 조를 이뤘다. 대체적으로 우루과이의 조 1위, 러시아와 이집트의 2위 경합이 점쳐진다.

흥미로운 맞대결은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다. 홍해를 사이로 마주보고 있는 두 나라는 역사적으로 관계가 깊을 뿐 아니라, 강력한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한·일월드컵에서 우리와 터키가 연출했던 훈훈한 분위기를 두 나라가 보여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승부는 냉철하겠지만 말이다.

우루과이와 이집트의 경기는 두 나라의 에이스인 루이스 수아레즈와 모하메드의 살라의 만남이 기대된다. 수아레즈는 과거 리버풀에서 맹활약을 펼친 바 있고, 살라는 현재 리버풀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선수생활 발자취는 물론 플레이 스타일에서도 닮은 구석이 많은 두 선수이기에 이들의 맞대결은 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다만, 살라의 기적 같은 부상회복이 있어야한다.

B조는 16강 진출팀 예측이 꽤 쉬운 편이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유력하고, 모로코와 이란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흥미로운 포인트는 충분하다.

먼저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만남은 그 자체로 축구팬들을 설레게 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 동료들을 대거 상대하게 됐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에서 때때로 잡음을 내기도 했던 호날두와 세르히오 라모스가 주장으로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포지션 상 경기 중 부딪힘이 불가피한 만큼, 두 선수가 보여줄 모습이 기대된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대륙이긴 하지만, 스페인-포르투갈과 지리적으로 무척 가깝다. 당연히 역사적 관계가 깊고, 현재도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다. 축구 외적인 국가적 차원의 심리도 경기에 적잖이 투영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B조 최약체로 평가되는 이란의 경우 감독이 포르투갈 출신인 카를로스 케이로스다. 케이로스 감독이 고국을 상대로 기막힌 기적을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D조에서는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가 질긴 인연을 이어간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두 나라는 서로 큰 연관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유독 월드컵에선 자주 만난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이번에 또 다시 같은 조에 편성된 기막힌 운명이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이번이 6번째 월드컵 본선진출인데, 그 중 5번의 대회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했다.

이러한 만남이 ‘인연’으로 느껴지는 것은 대부분 승리를 챙긴 아르헨티나일 것 같다. 반면 나이지리아는 ‘악연’으로 느껴질 법하다. 이번 만남에선 또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지 주목된다.

E조는 스위스와 세르비아의 만남 속에 역사적 스토리가 담겨져 있다. ‘이방인의 나라’로 불리는 스위스는 축구대표팀에도 다양한 출신의 선수들이 포함돼있다. 특히 ‘에이스’로 꼽히는 셰르단 샤키리나 그라니트 자카 등은 코소보 출신이다.

발칸반도에 위치한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자치주에서 2008년 독립을 선언했으나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코소보는 세르비아로부터 학살 등 잔혹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코소보 출신 선수들 일부가 스위스 유니폼을 입고 세르비아를 상대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본다면, 해당 선수들의 투지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G조는 B조와 마찬가지로 16강 진출국 전망이 쉬운 편에 속한다. 우승후보 벨기에와 축구종가 잉글랜드다. 다만, 이들의 맞대결은 무척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는 ‘황금세대’라 불리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현재 잉글랜드 리그인 EPL에서 활약 중이다. 맨체스터 시티의 우승에 큰 공을 세운 케빈 데 브라위너와 빈센트 콤파니, 첼시의 크랙 에당 아자르와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 첼시·웨스트브롬·에버튼 등을 거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합류한 로멜루 루카쿠, 역시 맨유 소속의 마루앙 펠라이니,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인 무사 뎀벨레, 얀 베르통언, 토비 알더베이럴트 등 대부분이 현재 EPL에서 뛰고 있다. 과거 EPL을 경험한 선수들까지 더하면 선수단 대부분이 잉글랜드와 연이 있고, 심지어 감독 로베트로 마르티네스도 EPL에서 많은 경력을 쌓은 바 있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전통적으로 자국 리그 선수들이 많다.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는 대표팀은 모두 자국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로 구성됐다. 따라서 벨기에 대표팀과 잉글랜드 대표팀엔 같은 소속팀 동료들이 꽤 많다. 그만큼 익숙한 상대를 만나게 되는 셈이다. 동료에서 적으로, 적에서 동료로 만나게 된 선수들이 펼칠 경기는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다.

H조에서는 ‘리턴 매치’가 기다리고 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만났던 콜롬비아와 일본이 또 다시 한 조에 묶이게 된 것이다. 복수의 칼날을 가는 쪽은 일본이다. 일본은 브라질월드컵에서 콜롬비아에게 1대4로 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사무라이 재팬’이 설욕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천적으로 자리매김하게 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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