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연이 ‘독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독전’ 진서연 스틸컷. < NEW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그동안 왜 알아보지 못했을까. 올해로 데뷔 11년 차를 맞은 배우 진서연이 연기 내공을 폭발시켰다.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에서 그는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관객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야말로 ‘독한 연기’의 끝을 보여준 진서연이다.

지난달 22일 개봉해 450만 관객몰이에 성공한 영화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이다. ‘천하장사 마돈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이해영 감독과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각본을 맡았던 정서경 작가가 협업해 탄탄한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독전’에서 마약 중독자 보령으로 완전히 분한 진서연 스틸컷. < NEW 제공>

여기에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박해준, 차승원 그리고 고(故) 김주혁까지 연기파 배우들의 폭발적인 시너지가 더해져 호평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배우들로 완성된 막강 라인업을 자랑하는 ‘독전’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빛난 배우는 단연 진서연이다.

‘독전’에서 진서연은 아시아를 주름잡는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김주혁 분)의 파트너 보령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특이하고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 하림 옆에서 진서연은 뒤지지 않는 존재감과 비주얼을 선보이며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외모부터 강렬하다. 마약중독자 보령은 짧은 커트 머리에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다. 주근깨가 가득한 얼굴에 발그레한 양 볼은 귀여운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독기 가득한 눈빛은 소름을 끼치게 한다. 짙은 눈썹과 눈매를 강조한 메이크업도 보령 캐릭터에 강렬한 이미지를 더한다.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다. 진서연은 탄탄한 연기력과 완벽한 표현력으로 독특한 매력을 지닌 보령의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마약을 흡입하는 장면, 센 약 기운에 정신을 잃고 파르르 떠는 모습, 파격적인 키스신 등 소화하기 힘든 자극적인 장면도 안정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코로 약을 흡입하는 장면은 실제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리얼해 ‘제대로 약 빤 연기’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야 X발 이민호 연애한다잖아”라며 조진웅(원호 역)과 류준열(락 역)에게 총을 겨누는 모습도 ‘독전’의 명장면 중 하나다.

‘독전’에서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 진서연과 고(故) 김주혁 스틸컷. < NEW 제공>

이해영 감독도 진서연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은 최근 진행된 ‘독전’ 스페셜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진서연을 처음 봤을 때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스타일링과 전혀 매칭이 되지 않는 요가 자세를 취했다”며 “무서울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국의 배우들이 흔히 쓰지 않는 표정을 보여준 덕분에 ‘무국적’ 느낌을 더 살릴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진서연은 갑자기 등장한 반짝 스타가 아니다. 2007년 영화 ‘이브의 유혹-좋은 아내’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영화 ‘로맨틱 아일랜드’(2008), ‘반창꼬’(2012) 등과 드라마 ‘메디컬 기방 영화관’(2007~2008), ‘뉴하트’(2007~2008), ‘볼수록 애교만점’(2010), ‘황금의 제국’(2013), ‘빛나거나 미치거나’(2015), ‘이브의 사랑’(2015)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아왔다. 연극 무대에서도 활약했다.

10년이 넘는 연기생활 동안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맡은 역할마다 제 몫, 그 이상을 해내온 진서연이다. 검증된 연기력과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지닌 진서연은 여배우 기근에 시달리는 한국 영화계에 반가울 수밖에 없는 ‘값진’ 발견이다. 11년 차 배우 진서연의 연기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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