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가 베일을 벗었다. ‘마녀’ 메인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여름철 무더위를 날려줄 시원한 액션 영화가 왔다.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미스터리 액션물 ‘마녀’(감독 박훈정)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영화 ‘신세계’로 범죄 느와르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은 박훈정 감독이 신작 ‘마녀’로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그들이 나타난 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10년 전 의문의 사고가 일어난 시설에서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은 자윤(김다미 분). 나이도, 이름도 모르는 자신을 거두고 키워준 노부부의 보살핌으로 씩씩하고 밝은 여고생으로 자라났다.

어려운 집안 사정을 돕기 위해 상금이 걸린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윤.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의문의 인물들이 그녀 앞에 나타난다. 자윤의 주변을 맴돌며 날카롭게 지켜보는 남자 귀공자(최우식 분), 그리고 과거 사고가 일어난 시점부터 사라진 아이를 찾던 닥터 백(조민수 분)과 미스터 최(박희순 분)까지 자신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들의 등장으로 자윤은 혼란에 휩싸이게 되는데…

여성 액션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마녀’ 스틸컷. (위) 김다미 (아래) 조민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반가운 ‘여성’ 액션물 ‘UP’

“여성 캐릭터의 향연”이라는 배우 박희순 말처럼 ‘마녀’는 남성 캐릭터가 주를 이루는 충무로에 등장한 반가운 여성 액션물이다. 여고생 자윤과 그를 쫓는 닥터 백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펼쳐지고 피 튀기는 액션의 중심에도 여성 캐릭터가 있다.

자윤은 집안의 농장 일을 거들며 부모님을 살뜰히 챙기는 착한 딸이다. 성적도 우수하다. 하지만 조금만 달려도 숨이 차고 골골대는 탓에 친구 명희(고민시 분)는 항상 그녀의 가방을 들어준다. 그러나 소중한 사람들이 위협을 받자 자신도 몰랐던 능력이 튀어나온다. 당해낼 자가 없다. 자윤의 이러한 반전 모습은 여리고 연약한 여고생의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닥터 백도 꽤 매력적인 캐릭터로 탄생했다. 당초 남자로 설정됐던 닥터 백을 여성으로 바꾼 것은 박훈정 감독의 탁월한 선택인 듯하다. 두 여성 캐릭터 자윤과 닥터 백의 치열한 심리 싸움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새로운 액션 스타일을 구축한 ‘마녀’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화려한 액션신도 돋보인다. ‘마녀’는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스피디하고 파괴력 있는 액션 스타일을 새롭게 구축했다. 특히 한정된 공간을 이용하는 액션이 눈길을 끈다. 벽을 타고 가로지르거나 천장 높이 뛰어오르는 등의 액션 신은 좁은 공간의 특성과 한계를 절묘하게 활용하며 강한 임팩트를 전한다. 놀라운 속도감도 ‘마녀’ 만의 액션 스타일에 방점을 찍는다.

‘마녀’에서 연기 변신에 성공한 최우식(왼쪽)과 탄탄한 연기 내공을 발휘한 박희순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배우들의 활약도 ‘마녀’를 이끌어가는 힘이다.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자윤이 된 김다미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한국 영화계에 주목할 만한 ‘괴물 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최우식의 새로운 얼굴도 반갑다. 그동안 순수하고 맑은 이미지였던 그는 다크한 모습으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조민수와 박희순도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마녀’를 채운다.

▼ 관람 등급에 비해 높은 수위 ‘DOWN’

독특한 소재와 미스터리 액션을 내세운 ‘마녀’에는 자극적이고 잔인한 장면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영화 초반부터 피 범벅된 아이들의 모습이 등장하고 후반부로 달려갈수록 영화는 점점 더 폭력적이고 잔혹해진다. 욕설도 난무한다. 액션 영화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도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사건의 실체와 설정 등을 인물들이 직접 설명해 관객들에게 전체 이야기의 퍼즐을 완성해가는 재미를 빼앗는 기분이다. 또 인물들의 서사가 늘어지게 전개되는 탓에 다소 지루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김다미가 ‘마녀’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총평

관람 등급에 비해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들은 아쉬움을 남긴다. 지나치게 과한 설명은 지루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스피디하고 파괴력 있는 액션신과 독특한 설정은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한다.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액션물이라는 점도 반갑다. 배우들의 열연도 12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끌어가는 힘이다. 

그리고 신예 배우 김다미는 ‘마녀’가 발굴한 충무로의 ‘값진 보석’이다. 오는 27일 개봉.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