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 중 마지막 영화 ‘변산’이 오는 7월 4일 개봉한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유쾌한 이야기꾼’ 이준익 감독이 열세 번째 영화 ‘변산’으로 돌아왔다. 찬란히 빛났던 미완의 청춘을 그린 ‘동주’, 불덩이같이 뜨거웠던 청춘 ‘박열’에 이은 청춘 3부작 마지막 이야기다. ‘시’와 ‘행동’으로 청춘을 대변했던 그는 이번엔 ‘힙합’을 택했다. 이준익 감독의 새로운 도전은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꼬일 대로 꼬여버린 빡센 인생, 더 꼬이기 시작했다!”

발레파킹,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빡센 청춘을 보내지만 ‘쇼미더머니’ 6년 개근의 열정을 불태우는 무명 래퍼 학수 a.k.a 심뻑(박정민 분). 또다시 예선 탈락을 맞이한 인생 최악의 순간,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잊고 싶었던 고향 변산으로 향한다.

“고향이라고 해준 것도 없으면서 발목은 드럽게 잡네!”

짝사랑 선미(김고은 분)의 꼼수에 제대로 낚여 고향에 강제로 소환된 학수. 징글징글하게 들러붙는 옛 친구들로 인해 지우고 싶었던 흑역사는 하나, 둘 떠오르고 하루빨리 고향을 뜨고 싶었던 학수는 예측 불허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학수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영화 ‘변산’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청춘들에게 전하는 따뜻하고 유쾌한 메시지 ‘UP’

‘빡센’ 청춘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낸 ‘변산’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춘들에게 묵묵한 응원과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학수는 불우했던 학창시절과 상처가 남아있는 고향 부안(변산)을 떠나 그곳을 애써 외면한 채 살아왔다. 가장 잊고 싶은 기억은 건달 생활과 노름에 빠져 어머니 장례식장에도 나타나지 않은 아버지(장항선 분)다. 그런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단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학수는 고향으로 내려가게 되고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발이 묶인다. 그곳에서 학수는 잊고 싶었던 과거의 기억들과 묵혀뒀던 감정들, 또 관계들과 마주한다.

이 과정에서 학수는 성장한다. 정면을 보지 않고 살아왔던 학수는 비로소 자신의 흑역사를 ‘정면 돌파’하며 성숙해진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 또 자신이 상처를 준 이들과 부딪히며 화해하는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학수와 선미를 비롯한 ‘변산’ 속 모든 캐릭터들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다. 안정된 삶을 위해 고향에서 생활의 터전을 마련하거나, 자신의 꿈을 위해 고향을 떠나기도 하고, 아르바이트하며 빠듯한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의 모습은 현재를 살고 있는 청춘들의 모습과 닮아있어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 탓일까. 선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돌직구’ 대사들은 학수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변산’에서 래퍼로 변신한 박정민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힙합’을 소재로 선택한 것도 흥미롭다. 특히 영화 중간중간 학수의 심리를 대변하는 내용이 담긴 랩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는데 스토리와 잘 어우러져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학수를 연기한 박정민이 직접 작사한 가사들도 가슴을 친다. 남미풍의 레게와 발라드가 섞인 색깔 있는 음악들도 영화를 풍성하게 채운다.

캐스팅도 좋다. ‘파수꾼’, ‘동주’, ‘그것만이 내 세상’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하며 ‘충무로 대세 배우’ 반열에 올라선 박정민은 외모부터 내면까지 학수 그 자체였다. 이번 캐릭터를 위해 귀를 뚫고 타투를 하는 등 외적 변신을 시도한 그는 학수의 감정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직접 랩 가사를 쓰는 등 열정을 불태웠다. 특히 수준급 랩 실력을 자랑하며 ‘쇼미더머니’ 무대를 그대로 재현한 장면은 ‘변산’의 클라이맥스다.

‘변산’에서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웃음을 선사한 김고은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김고은의 활약도 못지않다. 통통하고 친근한 이미지의 선미를 만들기 위해 김고은은 체중까지 불렸다. 찰진 사투리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학수에게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리며 ‘사이다’를 선사하기도 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로 웃음을 주기도 한다. 영화 ‘은교’, ‘차이나타운’, 드라마 ‘도깨비’ 등을 통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인 그지만 ‘변산’에서의 코믹한 모습은 또 다른 매력이다.

박정민과 김고은 외에도 고준, 신현빈, 김준한, 배제기, 최정헌, 임성재 등 누구 하나 존재감 없는 인물이 없다.

‘변산’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적응할 시간 필요… ‘DOWN’

수준급 랩 실력을 선보이는 박정민이지만 영화 초반에는 다소 낯설고 어색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한 이야기를 다루는 탓에 거창한 스토리와 화려한 볼거리, 자극적인 소재 등에 익숙해진 관객이라면 자칫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 총평

따뜻하고 유쾌하다. 웃겼다가 울렸다가를 반복하며 웃음과 감동을 쉴 새 없이 오가는데, 그 완급조절이 탁월해 123분의 러닝 타임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못하는 게 없는 박정민과 코믹 연기도 잘하는 김고은, 제 몫 그 이상을 해내는 조연 배우들까지. 이들이 뿜어내는 시너지는 ‘변산’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그리고 선미를 통해 이준익 감독이 청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가슴에 ‘콕하고’ 박힌다. “값나게 살진 못해도, 후지게 살진 말아!” 오는 7월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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