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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세력교체 왜 필요한가③] 트럼프, 주류정치인과 달라 대통령됐다
2018. 06. 21 by 정계성 기자 under74@sisaweek.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후 인터뷰에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최근 한반도 정세에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세기의 담판이라고 불린 6.12 싱가포르 회담에서는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명기한 역사적인 합의서가 도출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격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미국의 주류 정치세력과 궤가 다른 인물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현 정치상황을 유지시킴으로써 이익을 얻는 세력이 존재하고, 로비스트나 싱크탱크 등 이를 뒷받침하는 방대한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게 미국 워싱턴 정가다. 군수산업 연구기관 등이 연계돼있는 한반도 전략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아웃사이더 정치인이자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의미다. 미국의 오랜 기조였던 자유무역도 폐기하고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 일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주류언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뉴욕타임즈를 포함한 진보진영 언론부터 월스트리트저널 등 보수로 분류된 매체도 날을 세운다. 비핵화 협상이 잘 이뤄져 평화체제 구축이 이뤄지길 바라는 우리 국민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꺾이지 않고 잘 버텨주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 진보진영의 상당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을 가장 우려했던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폐기위기에 놓인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책 <뉴시스>

아웃사이더 대통령 탄생의 배경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있다.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이던 그는 인종차별 극복과 양극화 해소의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다. 구체적인 성과가 없었음에도 노벨평화상까지 주어졌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의 기대가 반영된 것 같다”는 취지의 소감을 냈다. ‘오바마 케어’ ‘최저임금인상’ 등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에 오바마 대통령이 노력을 기울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흑인 대통령의 탄생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 문제는 여전했다. 백인 경찰의 비무장 흑인 사살사건으로 2014년 볼티모어 흑인폭동 사건이 벌어졌고, 크고 작은 소요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코넬 웨스트 프린스턴 대학 교수는 “오바마 시대의 종언을 선언한 사건”이라며 “희망으로 시작했지만 절망으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언론들도 ‘오마바 대통령의 탄생으로 인종차별이 끝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흑백 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변화를 열망한 지지층의 실망은 집권 후반기에 나타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리메이크 영화 ‘뿌리’ 상영행사를 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흑인 ‘쿤타킨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떠나간 흑인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목적이 컸다. 하지만 다음 대선에서 상당수의 흑인들은 투표를 하지 않는 결과로 돌아왔다. 불우한 흑인 가정 출신의 인권변호사로 기대를 모았지만, 흑인사회에 천국은 오지 않았던 셈이다.

이 같은 영향이 트럼프 당선의 1등 요인이다. 기존 정치세력에 식상한 유권들이 다소 불안하지만 사이다 같은 발언을 쏟아낸 트럼프를 선택했다. 변방의 정치인이 한 순간 미국의 주류 정치인으로 부상한 셈이다.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미 시민들은 기존 정치인을 불신하고 있고, 기존 정치와 확연하게 차별화되고 사이다 같은 발언으로 시민들의 마음을 달랠 사람이면 한 순간 한국 정치의 주류로 부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