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멕시코가 징크스를 이어가며 엇갈린 운명을 맞이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 결국 일찌감치 짐을 쌌다. 반면 스웨덴에게 0대3 완패를 당한 멕시코는 행운의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들의 엇갈린 운명, 그 뒤엔 과학과도 같은 징크스가 있었다.

지난 대회 우승국 독일은 이번 월드컵에서의 행보가 심상치 않았다. 첫 경기 멕시코 전에서 0대1 일격을 당했고, 스웨덴을 만나서도 승리는 챙겼지만 쩔쩔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높아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독일은 독일이었다. 독일은 지난 대회 우승을 비롯해 2002 한일월드컵부터 4번의 월드컵 모두 4강 진출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다.

특히 마지막 상대가 한국이라는 점 등 경쟁상대인 멕시코·스웨덴에 비해 유리한 측면이 많았다. 독일이 한국을 꺾는다는 전제 하에, 스웨덴이 지거나 비기면 16강 진출이 가능했다. 설사 스웨덴이 승리해 독일-멕시코-스웨덴 모두 2승 1패가 되더라도 골득실에서 유리할 가능성이 높았다. 독일이 걱정보단 자신감을 내비친 이유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일방적인 공세에도 끝내 한국을 뚫지 못한 독일은 후반 추가시간에만 충격의 2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경우의 수를 따질 것도 없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이 같은 대이변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멕시코다. 멕시코는 스웨덴을 상대로 0대3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 또한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러나 멕시코는 한국이 독일을 꺾어주면서 어부지리로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만약 독일이 승리했다면, 멕시코는 골득실이 밀려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을 것이다.

여기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우리의 결과다. 우리의 희박한 경우의 수는 독일을 2대0으로 꺾고, 스웨덴이 패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스웨덴과 독일을 골득실로 밀어내고 16강 진출의 기적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멕시코가 속절없이 패하면서 독일을 꺾은 기적은 16강 진출로 이어지지 못했다. 우리의 승리 덕분에 멕시코가 16강에 진출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니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마지막 경기를 통해 완전히 엇갈린 F조 4개국의 운명 뒤엔 소름끼치는 징크스가 있다. 징크스는 마치 이러한 결과가 이미 정해져있었다고 말하는 듯 하다.

먼저 독일을 삼킨 두 가지 징크스다. 첫 번째는 ‘전 대회 우승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다’는 것이다. 1998 프랑스월드컵 우승국 프랑스가 2002 한일월드컵에선 조별리그 탈락했고, 2006 독일월드컵 우승국 이탈리아, 2010 남아공월드컵 우승국 스페인도 모두 다음 월드컵에선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결과적으로 독일도 이들의 뒤를 따르게 됐다.

또 하나의 징크스는 더욱 과학 같다. ‘전 대회 4강 진출국 중 적어도 한 국가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한다’는 것이다. 월드컵이 지금의 32개국 체제로 바뀐 1998 프랑스월드컵 때부터 단 한 번도 어긋난 적 없는 징크스다. 지난 대회 4강 진출국은 독일과 아르헨티나, 브라질, 네덜란드였다. 이 중 독일이 징크스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독일은 여태껏 조별리그 탈락으로 월드컵을 끝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이 두 가지 징크스는 무서웠다.

독일을 울린 징크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멕시코를 웃게 한 ‘좋은 징크스’도 있다.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는 1994 미국월드컵부터 이번 월드컵까지 7회 연속 본선무대를 밟고 있다. 우리의 9회 연속 본선진출 못지않은 기록이다. 주목할 점은 멕시코가 7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16강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다만, 멕시코는 이제 이러한 징크스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최근 7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16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동시에 늘 8강 진출엔 실패했다. ‘멕시코의 16강 진출’과 함께 ‘멕시코의 8강 진출 실패’도 징크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멕시코는 16강에서 브라질을 만나게 됐다. 마지막 경기에서 완패하며 조 1위 자리를 놓친 탓이다. 징크스를 이어가며 16강 진출의 행운을 잡은 멕시코가 이번엔 징크스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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