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이번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확실한 일본 축구의 색깔을 보여줬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일본의 2018 러시아월드컵 여정이 16강에서 막을 내렸다. 우승후보 벨기에를 맞아 2대3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것이다. 벨기에의 마지막 골이 후반 추가시간 종료 10초를 남겨놓고 터졌을 만큼 아슬아슬한 경기였다.

아마 이 경기를 지켜본 한국인들은 벨기에의 짜릿한 역전골에 통쾌함을 느꼈을 것이다. 동시에 경기 내내 부러움 또는 시기질투가 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사실, 일본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 못지않게 불안한 시선을 받았다. 우리와 달리 아시아 최종예선을 가뿐히 통과했지만, 이후 경기력과 전술, 감독과 선수 사이의 불화 등 거센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에 1대4로 대패한 것도 중요한 사건이었다.

결국 일본은 월드컵을 불과 석 달 앞두고 감독을 교체하는 모험수를 뒀다. 월드컵을 목표로 3년간 팀을 이끌었던 바하드 할릴호지치를 경질하고, J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니시노 아키라 감독을 선임한 것이다.

월드컵 본선진출국이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감독을 교체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극히 드문 일이다. 또한 그렇게 감독을 교체한 국가는 대부분 실패의 쓴맛을 봤다. 그만큼 월드컵은 팀으로서의 완성도가 중요하고,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일본의 월드컵은 행운이 적잖이 뒤따랐다. 조편성부터 그랬고, 콜롬비아와의 첫 경기에선 경기 시작 3분 만에 상대 선수가 퇴장당하고 페널티킥까지 얻었다. 상당한 논란을 일으킨 16강 진출 과정에서의 ‘볼 돌리기’도 여러 상황 상 행운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행운이 일본의 모든 것은 아니었다. 일본은 매경기 자신들의 축구를 하며 세계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볼을 다루는 능력이나 패스정확도 모두 안정적이었고, 상황에 따라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도 탁월했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없었던 ‘색깔’이 일본은 뚜렷했다.

비록 아깝게 패했지만, 벨기에와의 경기는 일본의 수준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일본이 상대한 벨기에는 피파랭킹 3위의 강력한 우승후보다. 이른바 ‘황금세대’라 불리는 선수들이 경험까지 갖춘 채 월드컵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로멜루 루카쿠, 에당 아자르, 케빈 데 브라위너 등 절정에 이른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즐비하다.

일본은 이러한 벨기에를 상대로 두 골을 먼저 성공시켰고, 경기 내용에 있어서도 호각지세를 보였다. 승리의 여신은 벨기에에게 미소를 지었으나, 일본이 이겼어도 이상할 것 없는 경기내용이었다.

우리는 어땠나. 독일전은 너무나 짜릿하고 감동적이었지만, 딱 그것뿐이었다. 준비과정은 물론, 월드컵 본무대에서도 아쉬움만 컸다.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의 축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늘 그렇듯 정신력과 투지, 끈기뿐이었다. 축구 외적인 요소다.

부디 다음 월드컵에선 우리 대표팀도 ‘우리 축구’를 보여줄 수 있길 바란다. 그것이 아기자기한 패스축구든, 짜디짠 수비축구든, 투박하지만 묵직한 롱볼축구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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