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일 오전 9시 40분, 소중한 첫 딸이 태어났습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18년 6월 1일 오전 9시 40분. 12시간 가까운 진통 끝에 저희의 첫 딸 ‘낭만이’가 태어났습니다. 예정일보다 3일 늦게, 아빠의 생일에 맞춰 나온 제 인생 최고의 선물입니다.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진통을 하던 아내와 태어나자마자 목청껏 울던 아기의 모습을 떠올리면 뭉클하네요.

앞으로 이어갈 이 연재는 지극히 평범한 ‘초보아빠’의 눈높이에서 본 임신과 출산, 육아 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먼저 평범한 저희를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올해로 32살이고요, 4살 어린 아내는 서비스직으로 일하다 현재는 육아휴직 중입니다. 서울 강서구의 소박한 전셋집에 살고, 삼겹살에 소주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서민입니다. 지난해 4월 결혼해 9월에 아이를 갖게 됐는데, 사실 철저하게 계획하거나 준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잘 모르고, 서툰 점도 많았죠.

오늘은 이 연재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35만명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1981년 관련 집계가 실시된 이래 최저치입니다.

아마 모든 분들이 ‘저조한 출산율’, ‘초고령화사회’, ‘인구 감소’와 같은 우리사회의 문제를 한 번 이상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분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막연히 “그런가보다” 했으니까요.

그러다 취재를 위해 자료를 찾던 중 ‘숫자’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신생아) 수가 얼만지 아시나요? 35만7,700명입니다. 학창시절 ‘70만 수험생’이란 말을 자주 들었던 저는 이 숫자를 보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불과 30년, 한 세대 만에 한해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가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이죠.

충격적인 숫자는 꾸준히 발표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4월 출생아 수는 2만7,700명이었죠. 집계를 시작한 1981년 이래 3만명 밑으로 떨어진 게 처음이라고 합니다. 1분기 출생아 수도 8만9,600명에 그쳤습니다. 역시 역대 최저치이고, 처음으로 8만명대에 진입한 것입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출생아 수는 30만명마저 깨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속도입니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만 해도 연간 출생아 수가 45만명 안팎을 오르내렸습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43만명대가 유지됐죠. 하지만 2016년 40만6,000명과 지난해 35만7,700명에 이어 올해는 30만명 아래가 예상되는 등 가파른 추락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연간 출생아 수 20만명이 깨질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릅니다. 2040년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32.8%에 달하는 반면, 유소년인구 비율은 10.8%까지 낮아질 전망입니다.

그렇다면 저출산이 왜 문제일까요. 취업난도 심각하고, 서울은 복잡하기만한데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출산은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인구감소를 가속시킵니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결혼적령기에 들 30년 뒤를 떠올려봅시다.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이들이 낳는 아이는 더욱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100년 뒤의 우리나라 인구수는 지금의 절반, 어쩌면 1,000만명대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구의 대다수는 중장년층 이상이겠죠.

이렇게 줄어드는 인구는 우리 사회의 존립을 위협합니다. 아이슬란드처럼 자원이 풍부한 나라라면 모르겠습니다만, 우리에겐 사람이 중요한 자원입니다. 원활한 경제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기도 하죠.

인구가 지금의 절반, 혹은 그 이상으로 줄어든다고 생각해봅시다. 아파트가 남아돌기 시작해 부동산 경기가 무너지고, 엄청난 혼란이 오겠죠. 줄어든 인구만큼 소비자 역시 줄어들어 자동차 판매량도, 스마트폰 판매량도 크게 감소할 겁니다. 나라를 지킬 군인은 물론 경찰과 소방관도 턱없이 부족해질 수 있고요. 기업들은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릴 겁니다.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건너온 외국인들로 다민족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른 갈등이나 혼란도 적지 않을 겁니다.

때문에 저는 다른 그 어떤 사안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은 단순히 출생아수를 늘리는 효과만 가져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 및 경제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동시에 예방하고 해결하는 근본적 대책입니다. 저출산은 악순환을 만들고, 저출산 해결은 선순환을 만듭니다.

또한 저출산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취업난과 열악한 일자리, 지나치게 높은 결혼 및 주거마련 비용, 여성의 경력단절, 육아부담 등이 모두 저출산 문제와 연결됩니다. 즉, 큰 의미의 저출산 해결은 이 같은 여러 문제들을 복합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뉴시스>

저출산 문제는 결코 개인에게 맡기거나, 캠페인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낳은 일이니, 국가가 주도해서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다행히 이번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저출산에 대한 문제의식이 뚜렷해 보입니다.

특히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고려하면, 단순한 지원 정도에 그쳐선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이 낳고 싶은 사회’로의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한 것이죠. 저출산 문제를 위한 예산은 그저 소모적 비용이 아닌,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저는 이번 연재를 통해 평범한 초보아빠로서 느끼는 임신·출산·육아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행복, ‘꿀팁’과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 등을 가능한 생생하게 다뤄볼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을 조금이나마 모색해보고 싶습니다. 임신 및 출산을 앞두고 있거나 육아로 고생 중인 많은 부모님들과 함께 공감하고, 대책을 찾아보는 계기가 되길 감히 바랍니다.

아울러 자녀를 갖는 것에 대해 두려움 혹은 걱정을 가진 분들께 조금이나마 용기와 현실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늘 글의 끝은 제 이야기로 맺을까 합니다.

사실 제 아내는 임신하기 전까지 자녀를 갖는 것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었습니다. 자신의 삶이 덜 행복해지진 않을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등의 걱정이었죠. 하지만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아내는 누구보다 훌륭한 엄마가 됐고, 저는 그런 아내를 존경하게 됐습니다.

저는 삶의 낙이었던 퇴근 후 소주한잔이 언제 마지막이었는지 가물가물합니다.(물론 틈틈이 집에서 혼술은 즐기고 있습니다.) 또 최근 한 달은 내리 5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는 듯합니다. 그래도 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합니다. 아이가 있기 전까진 연애의 연장선으로 느껴졌지만, 이제는 진짜 가정을 이룬 느낌입니다.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제 알 것 같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뭐라도 해야겠다는 의욕이 넘칩니다.

제 주변에도 그렇고, 요즘 아이 낳기를 꺼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개인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을 쉽게 놓치진 말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모로 힘든 점도 많고, 잃는 것도 많지만 그 이상을 얻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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