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의 자유’ 점심, 어떻게 보내십니까?

학교 뿐 아니라 군대에서 보내는 하루 일과 중 가장 기대되는 시간을 꼽으라면 십중팔구는 바로 점심시간을 꼽을 것이다. 이는 사회에 나와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어엿한 사회구성원인 직장인이 돼서도 점심시간을 ‘회사 생활의 유일한 낙’으로 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직장인들에게 주어진 ‘1시간의 자유’는 직장생활의 꽃이자 사막 한 가운데 오아시스 같다. 꿀맛 같은 점심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다양화다. 이에 <시사위크>는 요즘 직장인들의 이색 점심 풍토를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보는 건 덤이다. <편집자 주>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장대비가 억수같이 쏟아진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종각역 인근의 한 힐링 카페. 건물 4층에 위치해 있어 주목도가 떨어지는 이곳은 주변 직장인들 사이에서 알 만한 사람은 아는 곳으로 통한다. 음료는 물론 안마의자가 설치돼 있어 도심 속 직장인들의 부족한 잠을 채울 수 있기 때문. 오전 11시 45분 이미 총 13개의 안마의자 가운데 3개만이 남아있어 요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수면 산업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서울 종로에 위차한 낮잠 카페 내부 모습. <시사위크>

◇ 수면 산업 성장의 그늘, 피곤에 지친 직장인들

힐링 카페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김모 씨는 “점심시간이 제각기 달라 찾아오시는 손님들 시간대가 다르긴 하지만 보통 12시 전으로 자리가 차는 편”이라며 “10시 30분 매장 오픈과 동시에 입장하시는 손님도 더러 있다”고 귀띔했다.

점심을 바나나와 고구마로 간단히 해결하고 이곳을 찾았다는 40대 직장인 박모 씨는 “피곤할 때마다 수면 카페를 이용하고 있는데 매번 만족스러워 이용한 지 몇 달 정도 됐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 밥 대신 ‘수면’을 택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수면 카페란 단어가 더 이상 낯설게 들리지 않게 된 건 그만큼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14년 무렵 종로 계동에 위치한 한 업소가 언론에 소개되면서 대중에 점차 익숙해져간 수면 카페는 4년이 흐른 지금 유망 프랜차이즈 업종으로 성장했다. 낮잠이 하나의 산업이 되면서 잠을 자는 방식도 오리지널(해먹)에서 디지털(안마의자)로 진화했다.

국내 최초로 수면 카페 브랜드를 설립한 미스터힐링 관계자는 “2015년 첫 점포를 낸 후 수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보여 가맹체제로 전환해 현재 103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1~2곳의 후발업체들도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CGV는 여의도점 한 관을 점심시간(11시30분~1시) 동안 시에스타(낮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 CGV >

근처 영화관에서 부족한 잠을 채우는 직장인들도 더러 있다. 증권사들이 몰려있는 여의도 직장인들은 종종 IFC몰 내에 위치한 CGV를 찾는다. 점심시간인 11시 30분부터 1시까지 CGV여의도점 7관의 프리미엄 96석은 침대로 변신한다. 이 시간만큼은 영화를 상영하지 않고 도심속 휴식처를 찾아온 직장인들에게 ‘시에스타(낮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같은 수면 산업이 성장하는 이면에는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애환이 깔려있다.

취업포탈 사람인이 지난 4월 직장인 773명을 대상으로 ‘수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으로, OECD 평균 수면 시간인 8시간 보다 2시간이나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응답자의 10명 8명 꼴(75.7%)로 자신들의 수면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면이 부족한 이유로는 ‘스트레스로 깊게 잠들지 못해서’(48.8%)가 가장 많이 뽑혀 피곤에 지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줬다. 2조원대 수준으로 성장한 국내 수면 산업 시장, 일명 ‘슬리포노믹스’(Sleep과 Economics의 합성어)란 용어의 등장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임영현 수면산업협회장은 “과도한 업무에다가 24시간 경제 체제로 인해 밤을 낮처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잠 부족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며 “잠자는 시간 뿐 아니라 수면의 질을 높여야 하지만 이에 대한 경각심이 아직 부족해 수면 산업은 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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