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는 2018 러시아&#50899;드컵에서 많은 행운이 따르며 결승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잉글랜드는 축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EPL로 대표되는 ‘축구산업’의 규모가 엄청난 나라다. 무엇보다 ‘축구종주국’이란 자부심이 특별하다. 이러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건 오직 잉글랜드뿐이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잉글랜드의 위상은 ‘종주국’이라는 그들의 자부심에 미치지 못한다. 월드컵 우승은 단 한 번, 그것도 반세기 전이다. 유로에서는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른 적이 없고, 결승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자부심이 높은 만큼,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스펙’이다.

최근 20년의 행보를 보면 더욱 그렇다. 1998 프랑스월드컵, 2002 한일월드컵, 2006 독일월드컵 모두 잉글랜드의 종착지는 8강이었다. 이후엔 더 심각하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16강에서 독일을 만나 1대4로 참패했고, 2014 브라질월드컵에선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유로도 마찬가지. 2000년엔 조별리그에서 대회를 마감했고, 2004년엔 8강에서 멈췄다. 2008년엔 아예 예선에서 탈락해 큰 충격을 안겼고, 2012년엔 8강, 2016년엔 16강으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2018 러시아월드컵에선 다르다. 여유롭게 16강 진출에 성공하더니 ‘승부차기 징크스’마저 깨고 8강에 올라섰다.

잉글랜드는 해리 케인을 필두로 젊은 선수들이 왕성한 활동량과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탄탄한 전력을 뽐내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잉글랜드를 따르는 ‘운’이다. 잉글랜드는 조별리그부터 비교적 쉬운 조에 속했다. 벨기에라는 껄끄러운 상대가 있었지만, 튀니지나 파나마는 확실히 한 수 아래였다. 조 2위까지 16강 진출 티켓이 주어지기에 잉글랜드는 큰 부담 없이 조별리그를 치를 수 있었다.

특히 조별리그에서 벨기에와의 맞대결이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 당시 잉글랜드는 ‘플랜B’를 가동해 0대1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덕분에 순탄한 길에 접어들었다. 조 2위로 16강에 오르면서 토너먼트 B그룹에 속하게 된 것이다.

토너먼트 A그룹의 8강 진출국은 우루과이, 프랑스, 브라질, 벨기에다. 모두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막강한 전력을 자랑한다. 반면, 토너먼트 B그룹에선 러시아, 크로아티아, 스웨덴, 잉글랜드가 이름을 올렸다. 모두 훌륭한 전력을 갖추고는 있지만, 전통적 강호나 우승후보로 보긴 어렵다.

토너먼트 B그룹이 상대적으로 가벼워진 것은 강호들의 잇단 탈락 때문이다. 스웨덴의 자리는 원래 독일이 유력했다. 아르헨티나가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해 8강까지 올랐다면, 크로아티아 대신 아르헨티나가 있었을 것이다. 스페인이 러시아에게 덜미를 잡힌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렇듯 만약 강호들이 정상적으로 8강에 올랐다면, 토너먼트 B그룹엔 스페인, 아르헨티나, 독일, 잉글랜드가 이름을 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독일 등이 모두 짐을 싸면서 잉글랜드는 비교적 편한 길을 만나게 됐다.

만약 잉글랜드가 벨기에와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두고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면 8강에서 브라질을 만났을 것이다. 브라질을 꺾고 올라간다 해도 우루과이 또는 프랑스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벨기에에게 패한 덕분에 잉글랜드는 8강에서 스웨덴을 만나게 됐고, 4강에 오를 경우 러시아 또는 크로아티아를 상대하게 됐다.

이처럼 잉글랜드를 둘러싼 행운의 기운은 그들을 결승전으로 인도하고 있다. 1966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 무대를 밟고, 우승컵을 들어 올릴 절호의 기회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천적관계’인 스웨덴을 넘어야 4강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잉글랜드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종주국’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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