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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난민실태②] 제주도민 찬반 여론 팽팽… 정부선 ‘뜨거운 감자’
2018. 07. 06 by 정계성 기자 sisaweek@sisaweek.com

대한민국은 1992년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난민 보호국이다. 하지만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제주 예멘 난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사람들은 “한국에도 난민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만큼 난민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한국에 온 난민들은 ‘잠재적 범죄자’ ‘불법 체류자’라는 꼬리표부터 달게 됐다. 내전과 정치적 박해로 나라를 떠나는 난민들은 해마다 수백만 명. 더 이상 난민은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다. 난민 보호국의 실상과 난민에 대한 오해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재한예멘커뮤니티와 피난처 관계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예멘 난민에 대한 구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먼 나라 얘기였던 난민 문제를 우리가 피부로 느끼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예멘인 난민 500여 명의 제주도 입도다. 예멘 내전을 피해 탈출한 난민들은 자유와 안전을 찾아 말레이시아를 거쳐 제주도에 들어왔다. 대부분 성인남성이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여성과 아이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들은 현재 몇몇 집단별로 흩어져 제주도 내에 거주하며 법무부와 제주도청의 배려로 일자리를 얻어 자체적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생계 같은 것은 출입국관리소와 적십자사 등이 지원을 하고 있고, 이주민센터에서 취업이 안 된 분들 20여 명 정도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것으로 안다. 자원봉사자 등 인적지원은 따로 하지 않고 있고, 출입국관리소 협조를 얻어 현재 286명이 취업해 일을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예멘 난민들, 양어장 등에 취업

이들은 주로 어선이나 양어장, 양돈장 등 1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거의 취업하지 않는 직군이다. 일부지만 식당 등에 취직한 난민도 있다. “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간단한 인사나 서빙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제주도청의 설명이다. 이미 제주도 내에서는 조선족, 중국, 몽골,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수 체류하며 관련 업종에 몸담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민들의 전언에 따르면, 난민 관련 기사가 나오기 전부터 이들의 존재를 상당수가 인지하고 있었다. 제주시 노형동에 거주하는 허모(38, 남) 씨는 “시청이나 도청 앞에 중동 사람들이 수십명 단위로 모여 있는 흔치 않은 모습 때문에 관심을 끌었다”며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뭉쳐 다녔기 때문에 가까이 가기에 꺼려졌던 것은 맞다. ‘난민’을 접하는 게 다들 처음이니까”라고 전했다.

예멘 난민 수용 관련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반대한다'고 답했다. <리얼미터>

전국적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민들의 여론은 비교적 차분한 모양새다. 그는 “관심이 있는 사람은 조금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 주위에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며 “아직까지 사고를 친 사람은 없고, 자주 마주치다보니 순해 보이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고 했다.

◇ 예멘난민수용 반대가 우세

서귀포시에서 양어장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64, 여) 씨는 오히려 반기는 입장이다. 일손이 부족한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씨는 “십수년 전부터 어선과 양어장에는 일할 한국인이 없어 외국인 노동자를 써 왔다”며 “초기에는 조선족과 몽골인들이 많았는데, 조선족은 요식업으로 빠졌고 몽골인들은 이제 일본으로 간다. 최근에는 쓰리랑카 등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을 외국인 노동자센터에서 보내주는데, 한 번 결원이 생기면 언제 채워질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몽골, 중국, 조선족, 쓰리랑카 등 다양한 사람들과 좋게 잘 지냈는데, 중동이라고 다르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난민들에 의한 테러, 강간 등 강력범죄가 유럽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한 것과 무관치 않다. 제주 연동에 거주하는 강모(33, 여) 씨는 “유럽이 난민들을 추가로 받는 것을 꺼려하는데 경제적 문제와 범죄의 영향이 크다고 기사에서 봤다”며 “지금은 소수지만 다수의 난민들이 제주로 몰려올 경우 안전에 위협이 될까 두렵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인이나 외국인 노동자에게 우리 터전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도민들도 상당수”라고 강조했다.

‘예멘난민수용’에 대한 전국 여론은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리얼미터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난민수용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3.4%였고, 찬성은 37.4%로 집계됐다. 6월 20일 진행된 1차 조사와 비교해 오차범위 이내지만 반대여론이 커지고 찬성여론은 줄어드는 추세다. <tbs의뢰. 7/4일 500명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
 
‘난민수용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이 60만을 넘어서 역대 최대 서명을 받았지만, 청와대는 “법무부 발표를 참고해달라”며 굳게 입을 닫고 있다. 인도적 측면을 감안하면 받아들이는 것이 맞지만 난민을 수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해야 하고, 들끓는 여론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난민’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론화된 만큼,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은 시간을 두고 여론반응을 살펴 최종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