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1992년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난민 보호국이다. 하지만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제주 예멘 난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사람들은 “한국에도 난민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만큼 난민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한국에 온 난민들은 ‘잠재적 범죄자’ ‘불법 체류자’라는 꼬리표부터 달게 됐다. 내전과 정치적 박해로 나라를 떠나는 난민들은 해마다 수백만 명. 더 이상 난민은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다. 난민 보호국의 실상과 난민에 대한 오해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난민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기존의 난민법을 개정하고 관계기관과 협력하는 등 난민에 대한 보다 철저한 심사를 하면서도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에 찬성·반대하는 시민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사거리 인근에서 각각 난민 수용 반대, 찬성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시사위크=김민우·은진 기자] 한국 정부는 1994년부터 난민 신청을 받아왔다. 2017년까지 24년간 한국에 보호 요청을 한 난민 신청 건수는 3만2,733건에 달한다. 2017년 한 해에만 9,942건. 비공식 숫자까지 합하면 훨씬 많다. 하지만 동 기간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792명이다. 약 2.4%의 비율이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다. 2009년 5월 당시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이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13년 7월 1일 시행됐다. 난민법은 난민의 정의와 난민인정 신청 조건 및 심사 절차, 난민인정자의 처우 등에 대해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난민법이 시행되고 나서야 출입국 공항과 항만에 난민신청 창구가 마련됐고 난민 신청자의 인권 보호가 가능해졌다. 난민 신청자가 면접 시 녹음·녹화를 요청할 수 있고 통역인이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난민 인정률은 난민법 시행 여부와 관계없이 2010년부터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2004년 69%로 정점을 찍은 인정률은 2010년(18%)부터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엔 1.5%를 기록했다. 1만 명에 가까운 난민신청자 중 91명만이 난민지위를 인정받았다. 해가 갈수록 난민 신청자가 늘어 인정률이 낮아진 것이기도 하다.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지난해 ‘난민심판 전문기관 설립 타당성 및 운영방안’ 보고서에서 “인권 우선적 난민행정의 필요성과 난민에 대한 한국사회의 도덕적 책무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난민을 보호하는 것과 난민 인정률을 높이는 것의 상관성이 반드시 높지 않다는 점이 간과될 수 있다”며 “난민의 인권보호를 위한 인도주의 원칙도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의 국내외적 정치적 환경에 의해 수정되기도 한다는 국제사회의 현실에 대한 이해도 병행돼야 한다”고 낮은 인정률에 대해 설명했다.

난민신청을 심사하는 담당 공무원 수가 부족하다는 것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법무부 공무원 38명이 난민 인정심사를 맡고 있다. 한 해 동안 난민인정 신청자가 1만 명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심사기간을 지연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난민인권센터는 “거점사무소별로 심사담당자 숫자에 편차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한 명의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심사 건수는 300건이 넘는다”고 분석했다.

2004년 69%로 정점을 찍은 인정률은 2010년(18%)부터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엔 1.5%를 기록했다. <난민인권센터 제공>

◇ 국민 여론 의식한 법무부… 신중·신속한 접근

정부는 난민 문제에 대해 기존 난민법을 개정하고 관계기관과 협력하는 등 난민에 대한 보다 철저한 심사를 하면서도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제인권법상의 의무를 수행하되 가짜난민과 범죄 우려가 있는 사람을 선별해 내는 등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제주도 예멘 난민신청 사태에 대해 평균 8개월 걸리는 난민심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10월까지 심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아울러 독립된 기관인 ‘난민심판원’을 신설해 이의제기 절차를 간소화하고 경제적 목적의 가짜 난민이나 국내 체류를 위해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난민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제주출입국과 외국인청에 난민심사를 담당하는 인원을 기존 4명(통역 2명 포함)에서 6명(통역 2명)을 추가로 투입해 신원검증 및 테러·강력범죄 문제소지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예멘인을 포함한 모든 난민신청자에 대한 제주 출도제한 조치를 4월 30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에 들어온 난민신청자들의 육지 이동을 막기 위한 조치다. 국내에서 난민 인정을 받으려는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난민 신청을 할 수 있어 ‘가짜 난민’이나 불법체류자를 걸러내지 못한다는 우려가 있었다.

또한 제주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시행했던 무사증 입국허가제도 대상 국가에서 예멘도 지난 1일부터 제외됐다. 정부는 최근 제주지역의 예멘인 난민신청 급증은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제주 직항편 운항 시작과 제주무사증 입국허가제도가 주요 원인이 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난민보호에 대한 책무를 이행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라며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제주도 등 다양한 관계기관·단체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난민문제는 중앙정부에 1차적이고 최종적인 책임이 있으나 사안의 특수성·복잡성을 고려하면 시민사회·종교계·지방정부·법원 등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 지나치게 온정주의적이거나 과도한 혐오감을 보이는 것 모두 바람직하지 않으니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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