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자국리그에 품고 있는 잉글랜드가 월드컵 우승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이 이제 단 4개국만 살아남게 됐다. 프랑스와 벨기에, 크로아티아와 잉글랜드가 결승 진출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꽤나 흥미롭고, 특히 잉글랜드 입장에서 반가운 내용이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 우승은 스페인(2010 남아공월드컵)과 독일(2014 브라질월드컵)이 각각 차지한 바 있다. 이들 사이엔 아주 공교로운 공통점이 있다.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그 해, 자국리그에 과르디올라가 있었다는 점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바르셀로나를 이끈 바 있으며, 2008-09, 2009-10, 2010-11 세 시즌 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 때는 독일에 머무르고 있었다. 2013년부터 독일 분데스리가 절대 강호 바이에른 뮌헨을 이끈 것이다. 이곳에서도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3-14, 2014-15, 2015-16 세 시즌 연속 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즉, 최근 두 번의 월드컵은 자국리그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이 우승을 차지한 국가가 우승컵의주인공이 됐다.

이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시티를 지휘하고 있다. 2017-18시즌엔 가히 압도적인 전력과 성적으로 가뿐하게 우승에 성공했다.

그래서인지 잉글랜드도 모처럼 월드컵에서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다소 행운이 가미된 대진표 속에 4강 진출에 성공한 잉글랜드다.

잉글랜드는 ‘축구종구국’이란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메이저대회에서 성적을 내지 못해왔다. 1966년 자국에서 개최한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이 유일한 우승이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 4강 진출 이후엔 4강에도 오른 적이 없다. 이번 4강 진출이 무려 28년 만의 일이다.

월드컵에서 이어지고 있는 ‘과르디올라 효과’가 그저 기막힌 우연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실제로 상당한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이다. 월드컵 우승을 차지할 당시 스페인과 독일은 각각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한 소속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 전술적인 측면에서도 과르디올라 감독의 ‘비법’이 적잖이 가미됐다.

잉글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라힘 스털링, 카일 워커 같은 선수들이 맨체스터시티 소속이며, 대표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전술적인 측면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르디올라 효과’는 이번 대회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물론 이제 진정한 진검승부가 남아있다. 잉글랜드는 당장 탄탄한 전력의 크로아티아를 넘어야한다. 결승에 진출하더라도, 반대쪽에선 강력한 우승후보인 프랑스 또는 벨기에가 올라온다. 잉글랜드 역시 젊은 선수 위주로 좋은 전력을 갖추고 있지만, 프랑스 또는 벨기에의 무게감이 더 큰 게 사실이다.

때문에 만약 잉글랜드가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면 ‘과르디올라 효과’는 또 하나의 전설적인 뒷이야기로 남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과르디올라 감독의 몸값을 한층 더 높여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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