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열풍은 2010년 전후 우리나라를 강타한 대표적 사회현상 중 하나다. 시장에선 각종 막걸리 전문 프랜차이즈가 범람했고, 문화계에선 막걸리를 소재로 한 노래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2010년 초중반을 거치며 수출은 급감했고, 막걸리 전문점들도 줄줄이 폐점신세를 면치 못했다. 수 년 만에 어떤 일이 있었던걸까. 그리고 전통주 막걸리의 현주소는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시사위크>가 진단해봤다. [편집자주]

 

막걸리의 수출길이 내리막길을 걸을 동안 일본 사케는 정부의 지원아래 수출량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막걸리는 일본의 전통주 사케(일본식 청주)와 종종 비교된다. 사케를 빚는 방식은 우리나라의 청주와 비슷하지만, 막걸리와는 예로부터 서민의 술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또 사케도 막걸리와 마찬가지로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들어온 위스키·맥주·와인에 밀려났다.

이 같은 동질감 탓인지 막걸리와 사케는 또 다른 한일전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2011년 ‘막걸 리의 대일 수출이 최초로 우리나라의 사케 수입액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국내 언론에 대서특필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막걸리의 일본수출액은 1,600만 달러, 우리나라의 일본 사케 수입액은 1,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막걸리와 사케는 엇갈린 길을 걸었다. 막걸리는 대일수출 감소로 해외수출량이 급감한 반면, 사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등으로 수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일본 사케의 수출량은 2012년 1만4,131kl에 불과했지만, 해마다 증가해 작년 기준 2만3,482kl를 기록했다. 또 수출금액도 같은 기간 89억 엔에서 186억 엔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 일본정부 지원 아래 부활한 사케

일본 사케의 성공적인 해외진출 배경에는 국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일본 국가전략상은 2012년 일본을 대표하는 술로 사케를 지목, 수출과 브랜드인지도 제고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듬해부터는 내각부 산하에 설치된 민관협의체 ‘일본산 주류 수출촉진연결회의’가 수시로 개최됐다.

주로 논의된 내용은 사케 브랜드구축 및 수출확대 지원에 대한 것이다. 일본 국세청을 비롯해 농림수산성, 경제산업성, 관광청 등 다양한 기관이 사케 수출확대를 목적으로 연계했다.

대원칙 중 하나는 ‘일본 음식점’의 활용이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 대중화 된 맥주, 와인 등은 술의 품질자체만으로 경쟁력을 갖지만, ‘전통주’는 잘 어울리는 음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일식당의 고급스런 분위기가 사케로 전이되는 것도 노림수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식 세계화 덕분에 글로벌 8만9,000개 일식당을 중심으로 사케 소비량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일본 사케의 연도별 수출량. <일본 국세청>

또 방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케 양조장 견학 프로그램이 운영됐고, 일본무역진흥기구는 매년 해외 고급 레스토랑 및 백화점 관계자 등을 초청해 사케 시음회를 개최했다.

업계에선 현지화 전략도 추진됐다. ‘마쓰다토쿠비쇼텐’사는 국가별 주류, 소비자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맞게 사케의 맛을 변경했다. 또 ‘시오카와주조’사도 해외 소비자의 식생활에 맞춘 제품을 선보였다. 이들의 사케 브랜드 ‘카우보이’와 ‘피셔맨’은 각각 육류와 해산물에 어울리도록 개발된 사케다.

◇ 막걸리 vs 사케, 희비 엇갈린 이유는?

이쯤되면 사케만의 약진에 의문이 제기된다. 우리나라 정부와 업계 역시 2009년부터 ‘한식의 세계화’를 바탕으로 전통주 수출에 나선 바 있다. 왜 이런 차이를 보일까.

업계에선 기초체력의 격차 탓으로 해석한다. 막걸리를 글로벌 시장에서 전통주로 브랜드화 할 만큼 국내 주류산업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 우리나라 상당수 양조장은 수입쌀을 원료로 막걸리를 제조한다. 지난 2015년 기준 국내 생산된 막걸리 중 수입쌀 비중은 76.7%에달한다.

반면 일본 양조장들은 사케를 일본에서 생산된 쌀로만 제조한다. 지난 2015년 미국, 브라질, 중국 등에서 현지 쌀을 이용한 일본청주 생산이 지속되자, 일본정부가 일본산 쌀로 만든 술에만 ‘Sake’ 표시를 인정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배경 덕분이다.

전통술 세계화의 최대 지원군인 음식의 위상도 격차가 크다.

일본정부는 1960년대부터 일식의 세계화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11년 문화수출 프로젝트인 ‘쿨 재팬’을 통해 일식 전파를 가속했고, 2013년 12월 음식문화로는 세계에서 4번째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일식을 등재했다. 2015년 기준 일본현지를 제외한 일식당은 8만8,650곳에 달한다.

반면 MB정부가 2008년 추진한 ‘한식 세계화’ 사업은 각종 비리의혹으로 얼룩진 상태다. 특히 2010년 출범한 한식재단(현 한식진흥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개입했다는 점 ▲부적절한 인사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 등과 연관됐다는 의혹 등에 아직도 논란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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