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조나스 네버는 LA 베니스비치의 한 식당 벽면에 르브론의 레이커스 이적을 환영하는 그림을 그렸다(왼쪽). 그러나 'LA의 왕'이라는 문구에 불만을 가진 시민들이 벽화를 훼손하자 조나스는 다시 담벼락을 하얗게 칠했다(오른쪽). <트위터>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지난 2일(현지시각) 발표된 르브론 제임스의 LA 레이커스 이적은 로스앤젤레스 시민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적이 발표된 지 20분 만에 레이커스의 시즌 티켓 가격은 약 65% 폭등했으며, 스포츠업체 ‘파나틱스’에 따르면 이날 르브론의 레이커스 유니폼 판매량은 그가 지난 2014년 클리블랜드로 이적했을 때보다 600% 많았다.

그러나 LA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LA 시내 한 식당의 담벼락에 르브론의 벽화를 그렸던 아티스트 조나스 네버는 11일(현지시각) “더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벽화를 지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르브론의 벽화를 흰색 페인트로 덧칠하는 자신의 모습을 공개했다.

조나스 네버가 지난 8일(현지시각) 르브론의 레이커스 이적을 환영하기 위해 그렸던 이 벽화는 그동안 다양한 조롱에 시달렸다. LA 시민들은 벽화에 “우리는 너를 원하지 않아”라고 써놨으며, 르브론의 입 부분을 스프레이로 노랗게 칠하기도 했다. 르브론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는 파이널 승률(3승 6패)을 적어놓은 사람도 있었다.

문제는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은 르브론의 머리 위에 적힌 ‘LA의 왕’이라는 글귀였다. 아티스트로서는 단순히 르브론의 별명이 ‘킹’이라는 것을 활용한 환영의 의미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자존심 높은 레이커스의 팬들로서는 아직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고 한 경기도 뛰지 않은 르브론을 자신들의 왕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르브론이 제 아무리 리그 최고의 스타라 하더라도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그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레이커스에겐 남의 일일 뿐이다.

은퇴한 지 2년이 넘은 코비 브라이언트에 대한 향수가 아직까지도 짙게 남아있는 것도 LA 시민들이 르브론을 레이커스를 대표하는 얼굴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하는 이유다. 지난 2일에는 또 다른 아티스트가 LA 시내에 그려진 코비의 벽화에 르브론의 얼굴 사진을 붙여놓았는데, 역시 단 나흘밖에 살아남지 못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신발을 던져 르브론의 얼굴 사진을 떨어트리는 남자의 동영상에는 5만4,000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