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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악몽
[인터넷 악몽⑦] “디지털 성범죄, 플랫폼 규제만이 답이다”
2018. 07. 18 by 최수진 기자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는 몰래 촬영하고, 누군가는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온라인 공간으로 퍼지는 젠더 폭력.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성범죄’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는 생각보다 자주, 많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 무엇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편집자 주>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플랫폼 규제가 필요하다. 피해자와 직접 마주하고, 수사 및 상담 지원을 돕고 있는 이들은 한 목소리로 ‘플랫폼 규제’를 말하고 있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디지털 성범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할 문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피해자와 직접 마주하고, 수사 및 상담 지원을 돕고 있는 이들은 한 목소리로 ‘플랫폼 규제’를 말하고 있다. 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한 피해자는 계속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시사위크>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를 방문,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고 사회 인식 개선에 나서고 있는 전문가들을 만나 문제점과 해결방안 등을 짚어봤다.

◇ 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산업 규제, 개선의 시작점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여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을 통해 여성인권 향상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변혜정 원장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제4대 원장으로, 지난해부터 기관을 총괄하고 있다.

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몰카가 유통되는 통로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산업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민의식’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몰카가 유통되는 통로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산업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 <시사위크>

-디지털 성범죄 실태는 어떤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지난 4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생긴지 70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너무도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우리가 지원한 피해 건수가 5,089건이다. 70여일만에 5,000건을 넘었다. 예상을 넘어선 수치다. 이게 현실이다. 인터넷을 통해 일어나는 폭력을 겪는 여성들의 문제는 심각하다. 그러나 현재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여성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이유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마주하며 드는 생각은.
“우리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개소하고, 피해자를 도와주고 있지만 사실 완벽한 지원이 아니다. 인터넷 특성상 한 영상을 지워도 그게 원본이 아닐 수도 있고, 재유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도 없다. ‘완벽한 삭제를 할 수 없다’라는 현실을 피해자와 공유해야 한다는 사실이 기관을 이끄는 원장으로서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이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암담하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어떤가.
“몰카 범죄가 하나의 놀이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영상을 제작, 소비하면서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른다. 문제의식 자체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청소년들까지 몰카를 쉽게 접하고 있다. 10~20대가 쉽게 범죄영상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피해자의 고통을 가볍게 여기고 있는 셈이다. 다만, 최근 여성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과거보다는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몰카가 ‘범죄’라는 인식이 생기고 있긴 하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시킬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강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법체계나 제도는 너무 약하다. 몰카가 유통되는 통로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산업 규제가 필요하다. 아울러 사업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몰카를 통해 얻은 이익을 환수 조치하는 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법이 미약한 것은 결국 방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인식은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교육을 통해서다. ‘디지털 시민의식’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 초등생부터 윤리 의식 개선을 위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인터넷 활용이 확대되는 만큼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편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교육은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일시적인 교육이 아닌 장기적이고, 꾸준한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에 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여성들의 태도다. 과거처럼 숨거나 누가 해결해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선봉에 서서 깃발을 들고 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역시 여성인권 사업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이중 하나인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며, 피해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역할을 하겠다. 원장으로서 어깨가 무겁다. 진행하는 사업들의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우리 사회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뀔 것이라고 확신한다. 긴 호흡을 가지고 진심을 다하겠다.”
 

한사성의 리아 활동가는 <시사위크>와 만난 자리에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리아 한사성 활동가. <시사위크>

◇ 리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화장실 몰카 수색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플랫폼 규제’”

여성인권 개선 활동을 진행하는 시민단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에서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한사성의 리아 활동가는 <시사위크>와 만난 자리에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성범죄, 얼마나 자주 일어나고 있나.
“한사성에서는 작년 기준 206명의 피해자를 지원했다. 현재는 하루 평균 3~4통의 전화가 오고 있다. 피해자들이 직접 문의를 주는 편이고, 10년 전에 유포된 사건에 대해서도 문의가 오고 있다.”

-피해 사례는 어떤 종류인가.
“다양하다. 헤어진 연인 등에 의해 일어난 사례도 있고, 모텔이나 숙박업소에서 설치한 몰카로 피해자가 된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남녀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숙박업소에서 단순히 옷을 갈아입는 사진도 유포되고 있으며, 평범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합성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 정책에 만족하는가.
“지난해 9월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취지는 좋다. 발표한 대책이 전부 실현되면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회와 같이 해결해야 될 부분이지만 국회가 공전하면서 개정안 통과도 안 됐다.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 13개 중 통과된 것은 한 개에 불과하다. 대책을 발표할 때, 약속한 시점에 이행할 마음이 있었냐고 묻고 싶다. 성급함도 문제다. 빠르게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오는 9월부터 시행 예정인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다. 이 제도 역시 급하게 법이 먼저 통과되고, 추후 대책을 지금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플랫폼에 대한 정부의 규제다. ‘피해자’가 존재하는 영상이지만 삭제 권한은 운영자에게만 있다. 그러나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율규제를 지킨다고 해도 유통되고 있다. 처벌이 강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터링 의무는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없다.

사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화장실 몰카 전수조사의 경우 실효성이 의문이다. 경찰이 전국 화장실을 돌아다니며 몰카를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문제다.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를 바라보는 관점이 개선되면 좋겠다. 몰카 영상을 유통한 사업자의 경우 다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벌금형을 내려야 한다. 플랫폼에 대한 대대적인 전수조사가 진행돼야 하고, 정부는 이 문제에 많은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피해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피해자들은 보통 제3자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 수집이다. 유포된 사이트를 아는 경우 링크를 확보해두고, 메신저 증거물이 있을 경우 채팅방을 나가면 안 된다. 이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기관에 연락하길 바란다. ‘삭제 지원 사이트’보다는 관련 기관 쪽으로 연락하는 것이 좋다. 삭제 지원 사이트의 경우 피해자가 수백에서 수천만원까지 삭제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유관 기관에서는 무료로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