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는 몰래 촬영하고, 누군가는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온라인 공간으로 퍼지는 젠더 폭력.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성범죄’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는 생각보다 자주, 많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 무엇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편집자 주>

 

디지털 성범죄는 성인사이트, P2P 사이트, 웹하드, 커뮤니티, SNS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주된 경로는 유통 경로는 P2P 사이트 등 성인물을 게시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디지털 성범죄는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가해자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개선은 미미하다. 이는 ‘돈을 버는 자’가 존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피해자’가 존재하는 영상을 통해 누군가는 수익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 플랫폼 사업자, 피해자 영상으로 떼돈 버나

디지털 성범죄는 성인사이트, P2P 사이트, 웹하드, 커뮤니티, SNS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주된 경로는 유통 경로는 P2P 사이트 등 성인물을 게시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문제는 이를 통해 수익을 낸다는 점이다. P2P 사이트를 통해 유포되는 불법촬영물은 게시자(유포자)가 수익을 얻는 구조다. 심지어 플랫폼 사업자 역시 해당 수익의 일부를 가져간다. 피해자가 존재하는 영상을 통해 게시자와 사업자 모두 돈을 벌게 된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영상을 제공하는 콘텐츠 공급자(업로더)가 얻는 수익의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간다. 이 수수료가 플랫폼 사업자들의 수익원이다. 업로더들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해줬다는 이유다.

P2P 사이트의 수수료 정책을 확인해본 결과, 수수료는 플랫폼 사업자마다 다르게 책정하고 있다. 업로더 등급별로도 차등 적용한다. 평균 20~40%의 판매 수수료가 책정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포자가 하나의 불법촬영물을 통해 1만원의 수익을 얻었으면 약 2,000~4,000원 가량을 플랫폼 사업자가 가져간다는 뜻이다. 불법촬영물을 게시하는 유포자와 플랫폼 사업자가 수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유포자에 비해 미약한 수준이다. 불법촬영물을 상습으로 유포하는 이른바 ‘헤비 업로더’를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사업자의 경우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는 것이 전부다. 심지어 사업자에 대한 처벌도 미비하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에는 불법 촬영물을 통해 이익을 취득해도 이를 몰수하거나 추징할 근거가 없는 탓이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불법촬영물을 생산·유포해 이익을 얻는 유통구조를 깨는 것이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책무를 강화하고 불법촬영물 유통 플랫폼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인터넷 기록 삭제 사업자, 피해자 주머니 사정까지 어렵게 만들어 

최근엔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2015년부터 인터넷 기록물 삭제 지원 사업자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인터넷 기록을 삭제해주는 일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업체로, 이들은 피해자의 피해 영상을 대신 삭제해주는 것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에게 삭제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사이트 게시물에 대한 삭제 권한은 전적으로 플랫폼 사업자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업체 소개란에서 ‘인터넷 삭제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고 명시한다. 사실상 인터넷 삭제 ‘요청’을 전문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장 광고를 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인터넷기록 삭제업체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삭제 비용은 국내 사이트와 해외 사이트 별개로 책정된다”며 “각각 월 160만원 정도로, 국내 사이트와 해외 사이트를 동시에 관리하면 한 달에 320만원이다. 고객이 원하는 기간만큼 집중 삭제를 해드린다. 다만, 삭제에 걸리는 시기는 장담할 수 없으며 추후 재유포되는 것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피해자는 가해자로 인해 본인의 영상이 유포되는 상황에 처하고도 한 달에 약 3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삭제 지원 업체에 석 달의 집중 삭제를 요청하면 이 피해자는 하나의 영상을 지우기 위해 1,000만원 이상의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플랫폼 사업자와 삭제 지원 사업자의 존재는 피해자에게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이들이 서로의 이익을 보전해주기 위해 결탁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 플랫폼 사업자-삭제 지원 사업자 ‘공생?’

이들의 존재는 피해자에게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와 삭제 지원 사업자가 서로의 이익을 보전해주기 위해 결탁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회원수 85만명을 보유한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를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와 함께 불법 유출된 사진 삭제 업무를 독점하기 위해 사이트 운영자에게 배너광고료를 지급한 온라인 기록물 삭제 대행업체에도 음란사이트 운영 방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해당 사이트는 스튜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 유출 사진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올 1월부터 여성 154명의 유출 사진 3만2,000여건을 게시, 일평균 방문객 20만명 이상의 사이트로 성장했다. 이후 삭제 대행업체가 사이트 운영자에게 접근했다. 업체에서 사이트의 게시물 삭제대행 업무를 독점하게 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2차례에 걸쳐 600만원을 건넨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사이트 운영자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사진 삭제를 원할 경우 삭제대행 업체로 연락하라’고 밝히며 피해자에게 특정 업체를 연결시켰다. 이 같은 문제가 결국 피해자들에게는 2차 피해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상황에 대해 “피해자가 있는 영상으로 어느 누구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세상이 돼야 한다”며 “수익을 내는 산업이 모두 사라져야 한다. 돈을 버는 단체가 존재하는 이상 디지털 성범죄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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