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팀희생번트가 가장 적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올 시즌이 시작하기 전만 해도, 한화 이글스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거란 예상은 하기 힘들었다. 한용덕 감독을 선임하는 등 코치진을 개편하고, 당장의 성적보단 ‘리빌딩’에 방점을 뒀기 때문이다. 김성근 전 감독 시절 적극 뛰어들었던 FA시장에선 일찌감치 발을 뺐고, 거액을 들인 ‘특급용병’ 영입도 없었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의 현재 순위는 2위다. 5월 하순부터 2위와 3위를 오르내리더니 6월 20일 이후 쭉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시적인 연승이나 돌풍에 의한 것이 아닌,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한화 이글스는 최근 10년간 가을야구에 닿지 못하며 긴 암흑기를 보냈다. 2015년부터 김성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맞기며 대대적인 투자까지 했으나, 가을야구 진출은 현실로 다가오지 못했다. 그런데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내다보자, 오히려 좋은 성적이 나오고 있다. ‘사즉생, 생즉사’라는 말이 딱 맞는 행보다.

잘 나가는 한화 이글스는 김성근 감독 시절과 많은 것이 달라졌다. 훈련 방식과 휴식, 선수 구성 등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달라진 한화 이글스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는 ‘희생번트’도 있다. 한화 이글스는 현재 팀희생번트 수가 17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다. 가장 많은 삼성 라이온즈(38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타고투저가 지속되면서 리그 전반적으로 희생번트가 줄어들긴 했지만, 한화 이글스의 희생번트 감소는 더욱 인상적이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 시즌 압도적인 희생번트 1위 팀이었다. 한 시즌을 통틀어 85개의 희생번트를 기록했다. 2위권의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보다 9개나 더 많았다. 가장 적은 넥센 히어로즈(21개)에 비하면 4배나 많은 수치였다.

2016년에도 한화 이글스는 희생번트 87개를 기록했다. 비록 2위에 해당했지만, 1위와의 차이가 1개에 불과했다. 김성근 감독 부임 첫해였던 2015년엔 희생번트가 무려 139개에 달했다. 2위 SK 와이번스(110개)보다 29개나 많았다.

2015~2017년 3년 동안 한화 이글스가 이록한 희생번트 수는 311개. 같은 기간 2위를 기록한 SK 와이번스의 238개보다 73개나 많다. 지난 3년간 한화 이글스가 어떤 야구를 지향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다. 아울러 올 시즌 확 달라진 희생번트 숫자는 한화 이글스의 변화를 상징한다.

물론 희생번트가 많은 것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팀 전력이나 경기상황에 따라 꼭 필요한 작전이다. 다만, 김성근 감독 시절 한화 이글스는 중심타자도 희생번트를 댔다. 선수에게 믿고 맡기는 야구보단, 감독이 많이 개입하는 야구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마침내 환골탈태에 성공한 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 어떤 가을을 보내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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