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와이 레너드가 토론토 랩터스로 이적한다. 토론토는 이번 트레이드로 동부지구 최고 수준의 전력을 갖추게 됐다.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한국시각 18일 저녁부터 카와이 레너드와 더마 드로잔 트레이드의 세부사항들이 하나둘 공개됐다.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카와이 레너드와 대니 그린을 토론토로 보내는 대신 더마 드로잔과 야콥 퍼들, 그리고 2019년도 1라운드 신인지명권을 받아왔다.

스타플레이어들끼리의 트레이드가 잘 일어나지 않는 NBA에서 레너드와 드로잔의 트레이드는 충분히 초대형 사건이라고 불릴 만하다. 두 팀이 에이스를 맞바꾼 이번 트레이드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샌안토니오는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레너드를 트레이드하면서 최대한의 자원을 받아내야 했고, 토론토는 드로잔 중심의 선수구성으로는 우승에 도전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했다. 출혈도 컸지만 두 팀이 얻어낸 것도 많다.

◇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얻은 것, 말 잘 듣는 에이스

팀 던컨의 시대 이후로, 아니 데이비드 로빈슨의 시대 이후로 샌안토니오는 ‘항명’이나 ‘팀 내 불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팀의 기둥이었던 두 선수는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권위를 존중했고, 이들을 존경한 다른 선수들 역시 같은 태도를 취했다. 슈퍼스타의 발언권이 무엇보다 강한 NBA에서 스퍼스가 감독 중심의 이질적인 팀 문화를 만들 수 있던 배경이다. 팀 내 최고의 선수가 “더 이상 샌안토니오에서 뛰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던 작년의 레너드 사태는 그만큼 샌안토니오답지 않은 일이었다.

더마 드로잔은 어떤가. 그 자신의 표현대로, 토론토에서 데뷔해 9년 동안 토론토에서 뛰는 동안 팀에 ‘충성’을 바쳤다. 드로잔이 토론토 구단에 가장 큰 불만을 표출한 것은 그가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트레이드된 지금이다.

레너드와 토니 파커가 모두 팀을 떠난 지금 드로잔의 돌파 능력은 스퍼스에게 반드시 필요한 무기다. 드로잔을 중심으로 재건된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상당히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 스퍼스의 공격을 책임졌던 라마커스 알드리지가 드로잔과 얼마나 잘 조화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지만, 레너드·알드리지 조합이 최악의 상성을 자랑했던 것을 고려하면 더 나빠질 여지도 없다.

◇ 토론토 랩터스가 얻은 것,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선수

토론토에 몸담았던 스타플레이어의 이름을 대보라면 빈스 카터와 크리스 보쉬, 그리고 더마 드로잔이 가장 먼저 나온다. 그러나 카와이 레너드는 이들보다도 한 수 위에 있는 선수다. 두 번의 ‘올해의 수비수’ 상과 한 번의 파이널 MVP를 수상하고, 2016/17시즌까지 매년 평균득점이 올랐던 잠재력까지 갖춘 레너드는 이제 만 27세, 운동선수로서의 능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나이가 됐다. 내년을 마지막으로 팀을 떠날 수도 있는 레너드를 영입했다는 것은 토론토가 팀의 운명을 건 한 시즌을 치를 각오가 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잠시 토론토의 내년 라인업을 상상해보자. 카일 라우리와 대니 그린이 백코트를 맡고 카와이 레너드가 스몰 포워드 포지션에서 에이스 역할을 수행한다. 골밑은 서지 이바카와 요나스 발렌슈나스가 책임진다. 벤치에서는 프레드 밴블릿과 OG 아누노비, CJ 마일스, 파스칼 시아캄이 출전한다. 예상보다 노쇠화가 빠른 이바카와 출전시간을 나눠야 할 야콥 퍼들이 드로잔과 함께 샌안토니오로 떠난 것은 아쉽지만, 동부지구의 가장 큰 경쟁자인 보스턴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무게감이다.

드로잔의 단점은 명확하다. 약한 3점 슛 능력 때문에 공격 플랜이 제한된다는 점,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크게 떨어지는 효율성이다. 2년 연속 컨퍼런스 세미파이널에서 클리블랜드에게 4대0 패배를 당한 굴욕이 이것을 증명한다. 베이 에어리어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케빈 듀란트를 제외한다면, 레너드는 드로잔의 이 단점들을 해소할 수 있는 최적의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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