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혁명의 상징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투사의 길을 걸었고, 군사정권에선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다. 국난 앞에서 주저하지 않았던 헌신이 오늘을 만들었다. 이제 나라 잃은 설움도, 국가 권력의 횡포도 없다. 국민 승리의 시대다. 하지만 청년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설 곳이 없다. 현실의 높은 장벽에 부딪혔다. 이들은 말한다. “청년이 위기다.” 이들이 묻는다. “청년을 구할 방법은 없는가.” 이들의 답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역할이 아닐까. [편집자주]

 

20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50대와 6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30대는 10%도 채우지 못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구직자. 여선웅(36) 전 강남구의회 의원은 자신의 근황을 한 단어로 설명했다. 6·13 지방선거 이후 오랜만의 휴식을 맞았지만, 마냥 손을 놓고 지낼 수는 없었다. 미래가 불투명했다. 경제활동을 시작하면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고, 공직이나 민간에서 경험을 쌓고 싶어도 자리가 많지 않다. 선택의 폭은 좁은데 감내해야 할 부분은 컸다. 선출직에서 고배를 마신 뒤 찾아오는 공백기는 청년 정치인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현직에 있을 때도 어려움은 있었다. 연장자를 우선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선출직에 당선된 청년 정치인들은 주민의 대표로서 당연한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를 당하는 경우가 일쑤다. 여선웅 전 구의원이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실력 때문이었다. 그는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청년특보를 지냈다. 뒤따라오는 수식어는 ‘신연희 저격수’다. 현직 구청장의 각종 비리 의혹을 제기하자 주변의 태도가 달라졌다. 하지만 환경은 여전했다. 권위가 필요했다.

◇ 20대 국회의원 30대 2명, 40대 19명

여선웅 전 구의원은 18일 국회에서 만난 기자에게 “정치적 주장에 영향력이 있으려면 권위를 인정받아야 하는데 그 권위라는 것이 나이에서 나오더라. 특히 지방의회는 국회와 상대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데 여기에 나이까지 어리면 활동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준석(34) 바른미래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의 활약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출발점이 달랐다. 이준석 위원장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낼 때 직접 발탁한 인물이다. 비대위원으로 시작해 줄곧 중앙무대를 밟았다.

청년 정치인들에게 이준석 위원장의 정치 입문은 드문 사례로 불린다. 중앙무대로 곧장 달려가기엔 진입 장벽이 높다. 현실적으로 기탁금과 선거비용이 만만치 않다. 당락에 상관없이 10% 이상이면 절반, 15% 이상이면 전액 보전을 받을 수 있지만 정치 신인은 낮은 인지도 때문에 기대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험을 쌓을 기회도 얻기 힘들다. 금수저, 흙수저 논란은 청년 정치인들에게도 아픈 대목이다. 이준석 위원장조차도 <시사위크>와 인터뷰에서 “돈 없이 정치하기 힘들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문재인의 청년특보’, ‘신연희 저격수’로 알려진 여선웅 전 강남구의회 의원도 젊다는 이유로 정치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정치 발전의 길이기 때문이다. <여선웅 전 구의원 트위터>

결국 금전적·시간적 여유가 되는 기성세대에게 유리한 흐름이다. 실제 20대 국회의원 300명의 연령 분포도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50대(60년생)와 60대(50년생)가 각각 136명(45.3%), 125명(41.7%)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여기에 70대(40년생) 18명(6%)까지 포함하면 장년층이 총 93%의 비율을 보였다. 정치권에서 청년층으로 치부하는 40대(70년생)와 30대(80년생)는 7%에 불과했다. 40대가 19명(6.3%), 30대가 2명(0.7%)이다.

특히 30대 2명은 청년비례대표제로 입성했다. 바로 신보라(36)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수민(33) 바른미래당 의원이다. 두 의원은 소속 정당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로 13석을 확보했지만, 청년 당선자를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 연제구에서 승리한 김해영(42) 의원이 가장 어렸다. 더욱이 20대 국회에서 최연소 지역구 의원이라는 점이 이목을 끌었다. 그는 내달 열리는 당 최고위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청년 대표’가 콘셉트다.

청년의 정치 참여 확대에 대한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김해영 의원이 출마선언문에서 밝힌 것처럼 “어느 조직이든 새로운 세대가 활성화되지 못하면 그 조직의 미래는 없다. 당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새로운 세대가 활동할 공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선웅 전 구의원은 “청년 정치인들이 네트워크가 약한 게 단점이지만, 기득권과 붙어있지 않아서 참신하고 개혁적인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면서 “새로움을 받아들이는데 익숙한 사람들이 정치권에 많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정치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시사위크>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청년 정치를 하면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 당한다”면서 기성 정치인과 공정한 환경을 요구했다.

◇ “처음부터 중앙무대만 보지 마라”

따라서 청년 정치인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직업 정치인을 꿈꾸는 청년들의 눈높이도 낮출 필요가 있다. 여선웅 전 의원도 “처음부터 중앙무대만 보고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마라. 지방정치 경험을 쌓으며 차근차근 올라가는 게 앞으로 국회로 가는 코스가 될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 역시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여기서 경험을 쌓고 인정받게 되면 지역 기반까지 갖춘 막강한 중앙정치인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방의회의 문호도 많이 열렸다. 올해 지방의원으로 당선된 3,750명 가운데 2030세대 청년은 총 238명으로 집계됐다. 전체에서 6.3%에 불과하지만, 2014년 6·4 지방선거 때 당선된 청년 지방의원(127명/3.4%)보다 약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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