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랑’이 베일을 벗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인랑’이 베일을 벗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매 작품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던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강동원·한효주·정우성 등 탄탄한 연기력에 완벽한 비주얼까지 겸비한 배우들이 만났다. 원작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남북한 정부가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강대국의 경제 제재가 이어지고 민생이 악화되는 등 지옥 같은 시간이 이어지고 있는 혼돈의 2029년. 통일에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가 등장하자 섹트를 진입하기 위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의 새로운 경찰조직 특기대가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한다. 이에 입지가 줄어든 정보기관 공안부는 특기대를 말살할 음모를 꾸민다.

절대 권력기관 간의 피비린내 나는 암투 사이, 특기대 내 비밀조직 인랑에 대한 소문이 떠도는데…

▲ 완벽한 비주얼 액션 ‘UP’

‘인랑’은 분단국가인 한국에서만 가능한 설정인 통일을 앞둔 혼돈의 미래를 그린다. 첨단기기가 난무하는 할리우드 SF와 궤를 달리하며 한국형 SF 만의 새로운 매력을 선사한다. 특히 최첨단의 미래 모습보다 통일을 앞둔 혼돈기, 경제 위기로 인해 과거로 돌아간 듯한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를 담아내 눈길을 끈다. 익숙하지만 낯선 느낌으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영화 ‘인랑’은 화려한 액션신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화려한 액션신도 볼거리 가운데 하나다. 배우들이 대역 없이 직접 해낸 강화복 액션과 카 체이스, 총격 액션 등은 박진감과 쾌감을 느끼게 한다. 남산타워에서 펼쳐지는 임중경(강동원 분)과 공안부 대원들의 대결, 임중경과 장진태(정우성 분)의 강화복 액션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강렬하다. 영화 후반부 지하 수로에서의 총격신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인랑’의 최대 장점은 배우들의 ‘완벽한’ 비주얼이다. 강동원·정우성·한효주(이윤희 역)·최민호(김철진 역)·김무열(한상우 역)·한예리(구미경 역) 등 빼어난 외모뿐만 아니라 연기력까지 갖춘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강화복으로 무장하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도 멋있는 강동원은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극을 이끈다. 특히 감정 표현이 많지 않은 인물의 복합적인 감정을 별다른 대사 없이도 잘 전달해낸다. 김무열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이중적인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한예리의 액션 연기도 인상적이다. 허준호와 신은수도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신파적 멜로가 ‘인랑’의 단점으로 꼽힌다. 한효주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빈약한 스토리 ‘DOWN’

“신파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려던 것은 아니고 집단에서 나온 한 개인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김지운 감독)

‘인랑’은 일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다. 1999년 판 애니메이션 ‘인랑’은 전 세계 마니아들의 열광 속에 SF 애니메이션의 고전으로 남았다. 김지운 감독은 원작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나름의 해석을 가미했지만 이는 역효과가 됐다. 화려한 볼거리에 비해 스토리와 결말은 다소 빈약해 아쉬움을 준다.

특히 임중경과 이윤희의 멜로가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는다. 김지운 감독은 사랑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고뇌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지만 영화는 신파적인 로맨스에 더 집중한 모습이다. 두 사람의 감정선은 설득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전개로 몰입을 방해한다. 각 캐릭터들에 대한 전사가 부족해 인물들을 이해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강동원이 ‘인랑’에서 열연을 펼쳤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총평

화려한 볼거리에 비해 스토리와 결말이 빈약하다. 거창하게 시작되는 초반에 비해 극이 진행될수록 갈등 구조와 스토리가 단순해지고 힘을 잃는다. 갑작스럽게 전개되는 멜로 라인은 설득력이 떨어져 극의 몰입을 방해하고 캐릭터의 전사도 불친절하다. 원작 팬들은 더 큰 실망감을 가질 듯하다. 그럼에도 배우들은 흠잡을 곳 없다. 완벽한 비주얼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제 몫, 그 이상을 해낸다. 그리고 강동원은 이번에도 ‘열 일’했다. 오는 25일 개봉.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