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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위기①] 임대료 4배 가까이 인상
2018. 07. 27 by 최영훈 기자 choiyoungkr@sisaweek.com
서울 서촌 일대에서 지난 2014년부터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9년 만에 건물에서 쫒겨나게 된 ‘궁중족발’. 새 건물주로부터 12번에 걸쳐 강제 퇴거 통보를 받으면서 궁중족발 간판은 내려갔고, 내부 출입도 통제됐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이런 건물주는 거의 없을 거다. 나가라고 ‘강제 집행’을 12번씩이나 한 사람도 없을 거다.”

서울 서촌 일대에서 지난 2014년부터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9년 만에 건물에서 쫒겨난 ‘궁중족발’ 윤경자 사장은 건물주에 대해 “아무튼 우리나라에서 전무후무 할 거다”라며 이 같이 표현했다.

윤경자 사장 부부는 2009년 봄 서촌 음식거리에 ‘궁중족발’이라는 간판을 달고 가게를 열었다. 족발 가게를 열기 전 윤 씨 부부는 25년간 살았던 서촌 일대에서 분식집 2년, 실내포장마차 7년을 운영하며 돈을 모았다. ‘궁중족발’은 서촌 일대에서 장사하며 모은 돈에 은행 대출까지 받아 차린 가게였다. 가게를 차리는 데 들어간 비용은 권리금과 시설투자비, 보증금까지 모두 포함해 9,000만원이었고, 임대료는 월 263만원이었다.

'궁중족발' 윤경자 사장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건물주는 거의 없을 거다. 나가라고 ‘강제 집행’을 12번씩이나 한 사람도 없을 거다"라며 새 건물주에 대해 비판했다. 윤경자 사장은 '궁중족발' 사태를 알리기 위해 '맘놓고 장사하고 싶은 사람들' 단체와 함께 1인 시위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최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윤경자 사장. (사진제공=윤경자 사장)

2014년, 서촌이 이른바 ‘뜨는 동네’로 알려지면서 이들 부부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서촌이 뜨는 동네가 되면서 궁중족발 주변에는 세련된 인테리어로 무장한 가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경쟁에서 밀릴까봐 우려한 윤 씨 부부는 결국 그해 3,500만원을 들여 가게 리모델링까지 했다.

그리고 2년 뒤인 지난 2016년 1월, 이들 부부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렸다. 기존 보증금 3,000만원에 임대료 297만원을 내던 이들 부부에게 ‘보증금 1억원, 월세 1,200만원’을 내라고 새 건물주가 요구한 것이다.

윤 씨 부부에게는 사실상 ‘나가라’는 통보나 다름없었다.

결국, 이들 부부는 ‘뜨는 동네’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해 9년간 장사했던 일터에서 쫒겨나듯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떠나지 않고 버텼고, 건물주와 싸우게 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대표적인 피해자가 됐다.

윤 사장은 ‘낙후한 지역이 개발에 따른 임대료 상승으로 원래 주민과 상인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궁중족발이 있는 골목에는 부동산이 본래 1개 있었다. 그런데 벌써 5개까지 늘었다”며 “서촌이 뜨면서 기획 부동산이 생긴 셈이다. 이들이 ‘월세를 올려서 받게 해 주겠다’면서 분쟁이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 서촌에서 무슨 일이…

<시사위크>가 서울 서촌 일대에서 만난 소상공인들 역시 ‘궁중족발’ 윤경자 사장과 비슷한 심정을 토로했다. 통인시장에서 1년째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시장에 계신 분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촌이 뜨면서) 임대료가 많이 올랐다고 했다. 그래서 비싼 임대료 때문에 서촌으로 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며 “내가 임대하는 이 공간 역시 몇 달째 공실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4일 취재 차 서촌 일대를 둘러본 결과, 종로구 체부동과 통인시장 일대에는 빈 가게가 보였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가게를 옮기거나 폐업한 곳이었다.

서촌 일대에서 개인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이 동네에서 임대료 때문에 쫒겨난 사람이 여럿 있다. 주변 부동산에서 ‘임대료를 올리라’고 임대인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면서 “결국 임차인들이 임대차보호법에 의해 보호받기 힘든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24일 취재 차 서촌 일대를 둘러본 결과, 종로구 체부동과 통인시장 일대에는 빈 가게가 보였다. 사진은 통인시장 내 비어있는 가게. <시사위크>

서촌 일대 부동산 업자들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폐해에 대해 비판했다. 통인시장 인근 부동산 업자 C씨는 “서촌이 뜨기 시작하면서 임대료가 한창 오를 때는 3배 가까이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장사가 안 되니까 (상권이) 빠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청운효자동 일대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D씨 역시 “부동산 계약서를 써본 기억이 벌써 몇 달 전”이라며 “처음 서촌이 뜨면서 가격이 오르는 추세였지만, 지금은 정체 상태다. 그럼에도 장사가 안 되니까 매물이 안 나간다”고 말했다.

결국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해 소상공인, 부동산업자, 임대업자 모두 피해를 본 셈이다. 이를 두고 개인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결국 법 보다 임차인이나 임대인 등이 모여 적정한 수준의 임대료 협상을 해야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겠냐”면서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더라도 이를 빠져나갈 사람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따른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법 보다 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