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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S홀딩스 금융사기
끝나지 않은 1조원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 ‘IDS홀딩스’
[IDS홀딩스 금융사기⑥] ‘당한 게 잘못?’ 선입견에 두 번 우는 2만명 피해자
2018. 07. 30 by 조나리 기자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리는 IDS홀딩스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은 2016년 9월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이미 한 차례 업체 대표가 사기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재판을 받는 도중에도 사기 행각은 멈추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거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시사위크>는 이 사건 초기부터 현재까지 상황과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2차 피해까지 조명한다. 아울러 다단계 사기 사건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과 수사 당국의 문제점 등도 다룰 예정이다. <편집자주>

 

막대한 재산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은 자책감에 시달리거나 가족해체 등의 아픔을 겪는다. 그러나 피해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사회적인 시선이다. <픽사베이>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피해자들에게도 과실이 있다.” 김성훈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선고(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보다 줄어든 형량을 선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672억원을 가로챈 피고인에겐 너무나 가벼운 형량인 반면, 평생 모은 재산을 잃게 된 피해자들에게는 너무나 뼈아픈 결과였다. 유사수신사기 피해자들은 범죄를 당했음에도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한다고 토로한다. 이는 법원도 마찬가지. 김성훈과 지점장들이 실형을 선고받기까지 피해자들은 오랜 시간을 거리에서 싸워야 했다. 시작은 피고인과의 싸움이었지만, 그 과정은 깨질 것 같지 않은 선입견과의 싸움이었다.

◇ “피해 사실 얘기하면 질책만 돌아와”

지난 13일 IDS홀딩스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의 나이 겨우 33세였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IDS홀딩스 사기 사건으로 목숨을 끊거나 지병 악화로 사망한 피해자는 38명에 이른다.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하는 사례들은 대부분 돈을 빌려줬다가 받지 못하는 경우다. 보통 고소를 당한 피고인들은 선처를 받기 위해 변제노력을 한다. 하지만 유사수신사기의 경우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 범죄로 취할 수 있는 이익이 선처를 받음으로써 얻는 이익보다 크기 때문이다.

결국 막대한 재산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은 평생 자책감에 시달리거나 가족해체 등을 겪는다는 게 피해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피해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사회적인 시선이다. 이에 대해 IDS홀딩스 피해자 조모 씨는 “다들 ‘나는 안 당한다’고 생각하고, 피해자들을 바보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런 모욕을 당하는 것도 내 잘못 때문이겠지만, 누구나 그런 피해를 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못 배우고 나이 많은 사람들만 속을 것 같지만, 2만여 명의 IDS홀딩스 피해자들 중에는 대학생부터 중년까지 세대도, 직업도 다양했다”면서 “대기업 이사 출신에 교사, 변호사 등 좋은 직장 다닌다는 사람들도 많이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기업 계열사의 증권사나 보험사 직원들의 권유로 투자를 했던 피해자들도 있었다. 남편과 함께 30년간 노점상을 했던 손모 씨는 IDS홀딩스 투자계약서 체결을 모 증권사 직원의 사무실에서 작성했다. 손씨의 딸 이모(29) 씨는 “부모님들이 밖에서 피해를 당한 일을 얘기하면 질책만 듣고 온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면서 “타깃이 되면 당할 수밖에 없는 게 사기라고 하더라. 어머니와 아버지는 대기업 증권사 직원이 자산관리를 해주겠다는 말을 그대로 믿다가 피해를 봤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유사수신사기가 형량이 무겁지 않아 대부분 감옥 다녀오고 만다고 한다. 그러니 범죄는 더욱 교묘해지고 그만큼 피해는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유사수신사기 집단에게 엄벌을 내릴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한국, 대규모 사기범죄 예방 조치 미흡해”

흔히 유사수신사기에 대해 ‘피해자들의 탐욕’ 또는 ‘무지함’을 이용하는 범죄라고 말한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단정할 수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서만 유독 유사수신사기가 판치는 것은 이를 감시하고 제재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범죄수법은 나날이 진화하고 교묘해지고 있는 반면 당국의 대처는 너무나 안일하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IDS홀딩스 사건 검·경수사 문제점’ 간담회에서 김봉수 성신여자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유사수신행위에 대해 기소가 이뤄지면 곧바로 영업정지를 하고 그 사실을 공지해야 한다”면서 “또한 유죄가 확정되면 회사 설립을 취소하고 가담자들과 법인에 대해 언제든지 영장 없이 금융자료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피해자들의 주장처럼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고도 지적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기, 공갈, 횡령, 배임 등으로 50억원 이상의 이득을 취한 경우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반면 유사수신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특가법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유사수신도 50억원 이상을 가로챘을 경우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2016년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 한 바 있으나 입법에 이르지는 못했다.

한편 악질적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법무부는 지난 16일 유사수신이나 다단계 사기,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가 발생한 경우 국가가 범죄수익을 추적·동결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주는 내용의 부패재산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