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1조원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 ‘IDS홀딩스’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리는 IDS홀딩스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은 2016년 9월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이미 한 차례 업체 대표가 사기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재판을 받는 도중에도 사기 행각은 멈추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거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시사위크>는 이 사건 초기부터 현재까지 상황과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2차 피해까지 조명한다. 아울러 다단계 사기 사건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과 수사 당국의 문제점 등도 다룰 예정이다. <편집자주>

 

대부분의 IDS홀딩스 피해자들은 자녀들 학자금과 결혼자금, 사업 및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투자를 하다가 피해를 당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피해자들은 어떻게 유사수신 사기에 휘말리게 됐을까. ‘FX거래마진’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투자방식에 선뜻 돈을 내놓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자녀들 학자금과 결혼자금, 사업 및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투자를 하게 됐다고 말한다. 당연히 사기는 물론 손해를 볼 것이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는 김성훈 전 대표의 말에 혹한 것일까. 피해자들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 대출까지 받아서 투자한 피해자들… ‘왜’

앞서 설명했듯 현재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IDS홀딩스 피해자들은 김성훈 대표가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동안 투자한 이들이다. 김 대표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투자자들을 모집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을 선뜻 이해하긴 어렵다. 피해자들 역시 자신들의 과실을 인정한다. 문제는 이같은 과실이 IDS홀딩스의 더욱 치밀해진 사기행각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1억을 투자하면 매달 1~2%를 준대요. 그러면 최대 200만원이잖아요. 은행에서 1억 대출받아도 이자 30만원만 내면 되요. 그래도 170만원이 남는데 다들 대출받아서 투자했죠.”

피해자연합회에 따르면 인천시에 거주하고 있는 피해자 A씨는 현재 빌라에서 월세살이를 하고 있다. 그는 대출까지 받아서 IDS홀딩스에 투자했다가 원금도 거두지 못했다. 김성훈 대표가 징역 15년형이 확정된 지금 투자금 회수는 포기한지 오래다. A씨는 결국 대출금을 갚기 위해 집을 팔고 지금의 빌라로 들어갔다. 대출을 갚아서 그나마 다행지만 노년 동안 수입 없이 매달 월세를 내고 살 처지를 생각하면 억울함이 밀려온다.

이는 비단 A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땅값이며 임대료며 뭐든 비싸다는 서울 여의도에서 본사를 포함해 10개 이상의 사무실을 운영했던 IDS홀딩스. 번듯한 사무실에서 투자자들을 맞이했던 모집책들이 늘 했던 말은 “단 한 번의, 단 한 명의 실수도 없었다”였다. 처음에는 대부분 친한 지인들의 추천으로 시작했다. 직장동료, 보험관리사, 교회 신도, 심지어 가족끼리도. ‘한 번 얘기나 들어보자’하고 찾아간 설명회는 매번 북새통이었다.

이미지 관리도 남달랐다. 주말에는 투자자들끼리 걷기대회도 열고, 펜션을 빌려 각종 친목도모를 위한 이벤트를 열었다. 투자 초기에는 약속했던 수익금이 꼬박꼬박 들어왔다. 투자금(원금)을 빼달라고 하면 곧장 돌려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IDS홀딩스 피해자 조모 씨는 “마치 아무 문제없는 곳인 것처럼, 깨끗한 업체인 것처럼 혼을 쏙 빼놨다”고 털어놨다.

IDS홀딩스 중간 간부 A가 2015년 6월 "오늘 선고공판에서 김성훈 대표가 승리했다"면서 "안심하고 투자하십시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김성훈 대표는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약탈경제반대행동>

◇ 화려한 인맥 총출동, 버젓이 영업활동 벌여

이 같은 활동은 김 대표가 재판을 받고 있는 동안 벌어진 일들이다. 피해자들도 김성훈 대표가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실 숨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김 대표는 2014년 9월 25일 처음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불과 일주일가량 전인 9월 17일에는 사무실 이전식도 있었고, 같은해 3월엔 IDS홀딩스는 7주년 기념행사도 개최했다. 누구도 김 대표가 재판에 넘겨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7주년 기념 축하 동영상에는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과 변웅전 전 자유선진당 의원이 출연해 짧은 축사를 하기도 했다. 걸그룹에 개그맨들까지 유명인사들이 모두 한마디씩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사무실 이전식에도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 김해수 전 대검 공판송무부장, 변웅전 전 의원 등이 보낸 화환이 비치됐다.

비록 김 대표가 기소되기 전 일이지만 IDS홀딩스에게는 매우 효과적인 홍보수단이었다. 조씨는 “사업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 법조인들, 연예인들은 이미지와 대중의 신뢰가 생명인데, 나쁜 사람들과 엮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성훈 대표의 고문 변호사 조모 씨는 직접 투자설명회에 나서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조 변호사의 이 같은 활약은 김 대표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때도 이어졌다.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해 변호인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 행위라고 지적한다. 조 변호사는 과거 경대수 의원의 보좌관이었다.

경대수 의원 측은 축전 영상에 대해 “고향 선배의 부탁에 따라 건네받은 문구를 그대로 읽었을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조 변호사도 경대수 의원과 관계없이 김 대표를 변호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정치인이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축사를 하거나 화환을 보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체 모집책들은 한술 더 뜬다. 집행유예 선고가 마치 승소라도 한 것처럼 몰아갔다. 한 모집책은 김 대표가 첫 번째 기소 당시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자 “오늘 김성훈 대표가 승리했다. 재판을 통해 비즈니스의 정당함과 창의성을 증명했다”면서 “입증된 사례와 검증된 모델이 있는데 뭐가 더 필요한가. 안심하고 투자하라”고 투자를 유도했다.

조씨는 “지금 김성훈이 수감 중인데 사기 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돈을 주겠나”라며 “사기 범죄자에게는 피해금을 강제로 회수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 그러니 다들 감옥을 가더라도 돈이 없다고 버티는 거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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