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회에 국가대표 선수 및 코치로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정후와 이종범.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넥센 히어로즈의 이정후는 ‘이종범의 아들’로 일찍부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이정후는 ‘이종범의 아들’이란 수식어를 떼고 이종범에게 ‘이정후 아빠’란 새별명을 붙여줬다. 데뷔와 동시에 아빠를 쏙 빼닮은, 아니 아빠를 능가하는 활약을 펼친 것이다.

이정후는 지난해 14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24, 179안타의 맹활약을 펼치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신인 또는 고졸신인으로서의 기록을 대부분 갈아치운 이정후다.

이종범 역시 데뷔시즌이 화려했다. 126경기에 모두 출전했고, 타율 0.280, 안타 133개의 기록을 남겼다. 그것도 유격수로서 좋은 수비를 선보이며 말이다. 다만, 신인왕은 양준혁에게 빼앗겼고, 이종범은 대졸신인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이정후의 데뷔 시즌이 더 강렬하다.

이종범은 2년차에 더욱 빛났다. 타율 0.393, 196안타, 84도루의 거짓말 같은 기록을 남긴 시즌이다. 프로야구 역사상 0.393보다 높은 타율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백인천이 기록한 0.412 뿐이다. 또한 196안타는 2014년 서건창이 201안타로 새로운 기록을 세우기까지 20년간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으로 남아있었고, 84도루는 여전히 깨지지 않았다.

데뷔 시즌처럼 아버지를 뛰어넘진 못하고 있지만, 이정후 역시 2년차 징크스 없이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불의의 부상으로 공백이 있긴 했으나, 출전만 하면 맹타를 휘두른다. 지난 27일까지 67경기에서 타율 0.350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7월 복귀 이후 8경기에서 타율 0.485를 기록하는 등 부상 공백에 대한 분풀이를 제대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이정후가 향후 이종범의 기록들을 넘어설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종범은 KBO리그에서 16시즌을 뛰며 통산 타율 0.297과 1,706경기 출장, 1,797안타, 1,100득점, 510도루 등의 대기록을 남겼다.

‘유전자의 중요성’을 입증하고 있는 이정후. 그의 미래를 주목해보자.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