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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자의 육아일기
[‘초보아빠’ 권기자의 육아일기⑤] 공공산후조리원, 방법을 찾아봅시다
2018. 07. 31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산후조리원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싼 가격과 집단 감염 등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여름휴가 시즌이 절정에 이르고 있지만, 저희는 이제 60일 된 아이와 함께 ‘방콕 휴가’만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딸이 벌써 만 두 달이나 살았네요. 어서 폭염이 물러가고, 딸아이가 걱정 없이 바깥활동 할 수 있을 만큼 커서 함께 바람 쐬러 가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오늘 다뤄볼 주제는 산후조리원, 특히 ‘공공산후조리원’입니다.

제가 태어났을 무렵만 해도 산후조리원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만, 이제 산후조리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통계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현재 약 600여개 이상의 산후조리원이 운영되고 있고, 이 중 60%가 수도권에 위치해있다고 합니다. 특히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시설 등을 앞세운 고가의 산후조리원이 부쩍 늘어나고 있죠.

저희는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산후조리원을 이용했습니다. 우선, 집과 가까운 곳에 3군데 정도의 산후조리원이 있었는데요. 가장 비싼 곳이 2주 기준 500만원이었고, 그 다음이 340만원~430만원이었습니다. 저희가 이용한 곳은 예약 당시 여러 혜택을 더해 150만원이란 절반 이하의 가격이었고요.

주변의 ‘출산선배’들로부터 “굳이 비싼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을 반복해 들은 저희는 실속을 찾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차라리 그 비용을 태교여행과 산후 마사지에 더 쓰기로 했죠. 물론 단지 저렴한 가격만 보고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전반적인 시설이 나쁘지 않았고, 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운영해온 곳이라 직원 분들 대부분이 베테랑이셨습니다. 접근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점도 중요한 고려사항이었죠.

결과적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들과 친해졌다는 것이 예상 밖의 수확인데요. 저희의 산후조리원은 각자 방으로 식사를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공동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는 방식이었습니다. 원할 경우 방에서 먹는 것도 가능하고요. 처음엔 “불편하면 어쩌나”하고 걱정했던 부분인데, 오히려 이 방식 덕분에 더 빨리 ‘조리원 동기’들과 친해졌습니다.

특히 ‘실속파’ 산후조리원이다 보니 둘째나 셋째를 낳은 산모 분들이 많았는데요, 첫 아이를 낳은 제 아내를 잘 다독여주셔서 무척 감사했습니다. 또한 알토란같은 정보도 더 많이 얻을 수 있었고, 지금도 ‘단톡방’을 통해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주말엔 소아과를 갔다가 우연히 만나기도 했는데 뜻밖의 상봉이 무척 즐겁더군요. 앞으로의 육아 과정에서도 함께 좋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5년 해남종합병원의 공공산후조리원 개원식에 참여한 이낙연 당시 전남도지사의 모습입니다. 전남의 공공산후조리원은 낙후지역 산모들을 위한 시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뉴시스>

2주간 산후조리원을 오가면서 가장 크게 든 의문은 “왜 나라에서 운영하는 산후조리원은 없을까”였습니다. 실제 알아보니 서울에 운영 중인 공공산후조리원은 단 한 개뿐이더군요. 전국을 다해도 7개 정도에 불과하구요.

공공산후조리원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일 겁니다. 이용에 따른 비용부담을 줄여줄 수 있겠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분석한 결과, 전국 산후조리원의 평균 이용요금은 2주에 일반실 230만원, 특실 304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평균일 뿐이고, 서울의 경우 250만원~300만원은 기본입니다. 조금 시설이 좋으면 500만원, 700만원으로 올라가고 심지어 2,000만원대도 있다고 하죠.

고가의 산후조리원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렴한 산후조리원을 원하거나 필요한 분들도 많은데 전반적인 추세가 고가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무래도 고가의 산후조리원이 더 수익성이 높다보니 그렇겠죠. 덩달아 이용자들의 눈도 올라가고, 사회적 위화감이 형성되고 있는 거고요. 더구나 최근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산후조리원은 머지않아 사양길에 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저렴한 산후조리원들이 먼저 문을 닫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이용자들의 선택지는 더 좁아지고, 부담은 늘어나겠죠.

이런 상황에서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꼭 필요한 서비스만 제공하는 공공산후조리원이 있다면,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6·13 지방선거가 있었는데, ‘공공산후조리원’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자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김경수 경남도지사였고, 여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도 이를 공약으로 내세웠었죠. 그렇다면, 공공산후조리원은 우리 사회에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먼저 서울시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굉장히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점차 공론화 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 없이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계획은 갖고 있는 것이 없고, 여러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공공산후조리원 지원 강화 등을 위해선 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고요.

지난해 10월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 입니다. 산후조리원의 집단 감염 사태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뉴시스>

정부나 지자체가 이렇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산후조리원이란 시설 자체에 대한 부담 때문입니다.

사실, 산후조리원이 아주 완벽하고 바람직한 시설은 아닙니다. 산모들의 건강한 회복과 편안한 생활을 돕고 신생아를 잘 보살펴준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보건의 관점에선 면역이 약한 산모 및 신생아를 한 공간에 모아두는 것이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지난 2월과 4월에도 군포 및 대전의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들이 RSV에 집단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산후조리원은 ‘집단 감염’의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습니다. 통계상으로도 산후조리원 증가에 따라 산모 및 신생아의 감염도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계당국이 공공산후조리원 확대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핵심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우리보다 복지가 훨씬 앞서있는 유럽과 미국, 심지어 일본에서도 우리의 산후조리원과 같은 시설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구요.

실제 공공산후조리원의 탄생 배경이나 성격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공공산후조리원은 대부분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 같은 것이 없는 낙후된 지방의 산모들을 위해 마련된 시설입니다. 수익성 등의 이유로 민간 산후조리원이 운영되지 않는 곳에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한 것이죠.

관계당국은 공공산후조리원보단 각 가정으로 찾아가는 서비스 강화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산후도우미 관련 지원을 하고 있고, 점차 확대하는 중이기도 하죠. 이달 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핵심과제’ 발표엔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 않아도 최소 비용으로 가정에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지원대상을 확대한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산후조리원 시절 제 딸 사진입니다. 지금보니 정말 많이 컸네요.

다만, 저는 사회적 현실을 고려해 좀 더 적극적인 정책 및 서비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기본적으로는 가정에서도 큰 불편 없이 산후조리가 가능한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필요하는 입장입니다. 앞서 지적했듯 산후조리원은 필연적으로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죠.

문제는 현실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 특히 도시지역에서 산후조리원은 ‘필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산후조리원에 관계된 이해관계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순간 가정 산후조리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또한 지향점(가정 산후조리)과 현실(산후조리원)이 대척점에 있다 보니, 변화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방법은 어떨까 싶습니다. 각 권역별로 가칭 ‘출산·육아 지원센터’를 만들고, 이곳에서 일정 규모의 산후조리원을 운영함과 동시에 가정방문 산후도우미도 함께 관리하는 것입니다. 산후조리원 이용을 원하는 이들에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산후조리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정에서 산후조리를 원하는 이들에겐 산후도우미를 일정 기간 파견해주는 거죠. 산후조리원 이용 후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게 하고요. 어떤 방식을 원하든 간에, 산모 및 신생아의 건강 및 생활 전반을 꾸준히 관리 및 지원해주는 겁니다. 일종의 ‘산모-신생아 전용 보건소’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이렇게 통합적으로 시설 및 인력을 관리하면 훨씬 더 철저하고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아울러 산후조리원의 경우 이용기간을 5일, 7일, 10일, 15일 등으로 다변화하고, 산후도우미는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시스템을 기반으로 산후도우미 정책을 강화해나간다면, 가정 산후조리 비중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겁니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 집단 감염 문제인데요. 저는 지금처럼 민간이 주를 이루는 것보단 지자체 및 정부가 적극 나서는 것이 좀 더 철저한 관리를 가능하게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관리·감독의 역할에 머무르다 보니 현장과의 괴리감이 없지 않고, 이 괴리감이 감염 사태가 계속되는 이유인데요. 지자체 및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면, 집단 감염 사태를 보다 철저히 막을 수 있고 민간 영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겁니다.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정해진 규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면 신생아 면회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겠죠.

기존 산후조리원의 반발을 걱정하거나, 실제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요. 기존의 민간 시설에 위탁운영하는 형식를 취한다면 초기투자 부담을 줄이고, 산후조리원 운영자 및 종사자들에겐 안정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있는 시설과 숙련된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과도기를 거치는 거죠.

저는 이처럼 공공산후조리원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감염 관리를 더 철저히 하고, 동시에 가정 산후조리 사회로 향하는 과도기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제 생각은 하나의 방안에 불과합니다. 제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요. 다만, 어떤 식으로든 좀 더 나은 방법과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것은 필요해보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보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장점은 키울 수 있겠죠. ‘딜레마’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현실과 동떨어진 방안만 내놓는다면 산후조리원이 지닌 여러 문제, 그리고 출산 후 육아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