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에이스로 거듭난 조쉬 린드블럼.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2015년 처음 KBO리그로 진출한 조쉬 린드블럼은 부산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비록 13승 11패 평균자책점 3.56으로 압도적인 지표는 아니었으나, 무려 210이닝을 소화하며 꾸준히 마운드를 지켰다. 다소 아쉬운 승수는 팀 전력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이듬해에도 린드블럼은 30경기를 소화하며 10승 13패를 거뒀고, 177.1이닝을 소화했다. 부산팬들은 그에게 팀 레전드 고(故) 최동원의 이름을 따 ‘린동원’이란 별명까지 붙여줬다.

이후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위해 한국을 떠난 린드블럼은 지난해 7월 다시 돌아왔다. 부상으로 인해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는 것이 여의치 않았는데, 때마침 롯데 자이언츠가 외국인 투수 교체에 나선 것이다. 그렇게 돌아온 린드블럼은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야구 진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올해 린드블럼이 입은 유니폼은 롯데 자이언츠가 아닌 두산 베어스였다. 재계약 무산 과정에서 린드블럼과 롯데 자이언츠는 다소간 논란에 휩싸였고, 그런 그를 두산 베어스가 품었다. 대신 두산 베어스는 오랜 세월 에이스 역할을 해온 더스틴 니퍼트를 내놓는 ‘결단’을 하기도 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다시 메이저리그 출신 펠릭스 듀브론트를 영입하며 린드블럼에 대한 미련을 지우고자 했다.

그렇게 엇갈린 운명 속에 시작된 시즌은 어느덧 종반을 향해가고 있다. 두산 베어스와 린드블럼은 행복하지만, 롯데 자이언츠는 그렇지 않다.

린드블럼은 압도적 선두 두산 베어스에서 자신의 재능과 함께 성적도 꽃피우고 있다. 7월까지 21경기에 등판해 13승 2패 평균자책점 2.59를 기록 중이다. 21경기에서 139이닝을 책임졌고, 퀄리티스타트가 18번에 달한다. 피안타율도 0.219로 낮다. 퀄리티스타트와 평균자책점, 피안타율 등 중요한 지표에서 모두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린드블럼으로 니퍼트의 공백을 완전히 메운 두산 베어스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후랭코프까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완벽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축했다. 이들의 만점활약은 두산 베어스가 독주체제를 달릴 수 있었던 핵심 원동력이다.

반면 린드블럼을 놓친 롯데 자이언츠는 ‘개막 7연패’로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린드블럼의 대체자 듀브론트는 2경기에 등판해 나란히 5실점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4월에도 4경기에 등판해 승 없이 3패만 기록했고, 평균자책점은 7.23에 달했다. 브룩스 레일리 역시 4월까지 1승도 거두지 못하는 등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투수는 실패로 흘러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두 선수 모두 5월부터 반등에 성공했다는 것. 하지만 너무 늦고 말았다. 한 시즌의 순위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반이기 때문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의 여파를 이겨내지 못한 채 여전히 8위에 머무르고 있다. 만약 롯데 자이언츠가 린드블럼과 동행을 이어갔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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