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 속에 촬영을 진행하는 제작진들. <지성 인스타그램>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뜨거워도 너무 뜨겁다. 40도를 육박하는 기록적인 날씨에 국가에서 폭염경보 메시지가 오는 것은 물론, 뉴스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 소식을 전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더욱이 지난해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1명인 반면 올해는 8월이 시작되기도 전에 사망자가 29명으로 집계되며 심상치 않은 폭염을 입증하고 있다.

폭염으로 방송 제작현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최근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 스태프 중 한 명(이하 A씨)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3일 일간스포츠가 ‘스태프 A씨의 사망 원인은 내인성 뇌출혈이며, 사망의 주 원인은 외부적 영향이 아닌 본인이 가지고 있던 기존 질환에 의한 것’이라고 단독보도하면서 A씨의 사인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A씨가 사망하기 전까지의 근무 환경을 간과할 순 없다는 점에서 방송가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A씨는 사망 전까지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연달아 장시간 촬영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해당 사고 소식 이후 폭염 속 진행되는 프로그램 촬영 현장은 과연 괜찮은지 시청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야외에서 촬영이 잦은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일요일 밤을 책임지고 있는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 SBS '런닝맨' 공식홈페이지>

일요일 밤을 책임지고 있는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런닝맨’은 대한민국 대표 랜드마크에서 숨겨진 미션을 해결하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유독 야외 촬영도 많을뿐더러 활동량도 많은 프로그램. 과연 올해 폭염에 ‘런닝맨’ 촬영 현장은 괜찮을까.

‘런닝맨’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봄에는 미세먼지고, 여름에는 폭염이고 계절마다 이슈가 많다. 워낙 이런 상황에 노출이 많이 되다보니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며 “프로그램 제작구조상 장소가 언제든 변경이 가능하다. 폭염이든 미세먼지든 날씨 상황과 출연자들의 컨디션, 제작일정 등을 고려해 실내로 변경할 수 있다. 대비책이 있어 특별히 어려운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야외 촬영이 많은 프로그램에 JTBC ‘한끼줍쇼’가 빠질 수 없다. < JTBC '한끼줍쇼' 공식홈페이지>

JTBC ‘한끼줍쇼’ 역시 야외촬영이 많은 프로그램 중 하나. ‘한끼줍쇼’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다행히 딱 더워졌을 무렵에 촬영이 거의 없었다. 한 번 밖에 없었다”며 “이전에 출연진 스케줄 등 때문에 미리 찍어놓은 분량이 많다. 다음 주까지도 촬영이 없을 듯 싶다”고 안도감을 드러냈다.

이어 “어제나 그저께정도 촬영을 진행했다”며 “야외에서 찍는 시간은 길어봐야 2시간~4시간이다. 이 시간이 힘들긴 한데 쉬는 시간을 많이 준다. 더우니까 출연진들도 힘들고 제작진들도 힘들어해서 기존보다 많이 늘려서 제공하고 있다. 마실 것도 많이 제공하고 있다. 방송 촬영을 없애는 건 너무 큰일이어서 그럴 순 없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기록적인 폭염에 녹화를 취소한 프로그램도 있다. 바로 KBS2TV ‘1박 2일’이 주인공. ‘1박 2일’은 전국을 여행하며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다룬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출연진과 제작진 등 프로그램 팀 전체의 건강 보호를 위해 3일정도 예정된 촬영을 전격 취소했다. 미리 촬영해둔 여유분이 있어서 방송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드라마의 경우는 어떨까. 지난 2일 지성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늘도 숨 막히는 폭염 속에 다시 시작된 촬영. 드라마는 우리 스텝들의 헌신과 노고에 의해서 만들어집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게재해 제작진들에게 감사를 전달함과 함께 폭염 속에 촬영이 진행되고 있음을 전한 바 있다.

폭염 속에 진행되는 촬영에 대해 ‘아는 와이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내부 안전 가이드라인에 따라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스텝들과 출연진들의 건강에 계속 신경 쓰며 촬영을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폭염이나 혹한 등 계절적 요인을 떠나, 지독히 열악한 프로그램 제작환경을 개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다수 매체를 통해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 스태프 중 한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세간에 충격을 자아냈다. <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2일 언론노조는 공식 입장을 통해 “지난 1일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제작 노동자 한 명이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며 “그는 지난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 동안 야외에서 76시간에 달하는 노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의 만성 과로 인정 노동시간은 주 60시간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드라마 제작은 늘 쫓기며 일이 진행되고, 많은 대기 시간과 제대로 몸을 기대 쉴 수 있는 공간조차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위험한 구조물과 환경 속에서 제대로 된 안정장치도 없이 일하고 있다”며 “살인적인 초과노동 중단, 점심시간과 휴게 시간 보장, 야간촬영 종료 시 교통비 숙박비 지급, 불공정한 도급계약 관행 타파, 근로 계약서 작성 등이 방송 제작 현장 노동자들의 주된 요구다”고 열악한 방송현장 상황을 전했다.

계속해서 언론노조 측은 “연장근로를 포함해서 주 최대 68시간 동안 일할 수 있었던 법이 52시간으로 바뀐 것이 지난달이다. 심지어 방송업은 특례업종에 빠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시행시기가 1년 더 늦춰졌다”며 “하지만 현장에서는 버젓이 노동시간을 지키지 않고 있다. 제작 현장은 예외여야 하는가. 정부는 하루빨리 유예를 철회하고 주 52시간 노동시간 준수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지난 2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함께 한 드라마 TF(Task Force)의 요구에 따라 실시한 드라마 제작 현장 특별 근로감독 결과를 하루빨리 발표하라.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사고가 빈번한 방송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해 나서야 한다. 방송 제작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마라”라고 대안을 촉구했다.

시청자들의 재미를 위해 폭염 속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프로그램 제작진들. 하지만 이들도 하나의 인격체임을 고려했을 때, 구슬땀이 더 이상 시청자들의 재미를 위함을 명목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최근 방송가의 움직임이 ‘계절적 요인’에 따른 깜짝 이벤트가 아닌, 제작환경의 근본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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