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은 올 시즌 새로운 홈구장 ‘뉴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토트넘 트위터>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경제용어 중 ‘마천루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초고층건물을 지은 뒤 위기가 찾아온다는 내용이다. 실제 미국 뉴욕에서는 1930년대 초반 크라이슬러 빌딩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세워졌는데, 그 무렵 ‘대공황’이 시작됐다. 1970년대에는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시카고의 시어스타워가 세워졌고, 오일쇼크가 덮쳤다. 국내에서도 잠실에 초고층빌딩을 지은 모 그룹의 회장이 감옥에 가며 ‘마천루의 저주’를 입증했다.

손흥민의 소속팀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토트넘. 이들의 당면과제는 ‘마천루의 저주’를 넘는 것이다.

토트넘은 올 시즌을 ‘새 집’에서 맞는다. 기존 홈구장이었던 화이트하트레인 바로 옆에 새로 ‘뉴 화이트하트레인’을 마련했다. 수용인원이 6만2,000여명에 달한다. 기존 화이트하트레인은 3만6,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이로써 토트넘은 맨유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홈구장을 갖게 됐다.

훨씬 크고 좋은 새집으로 이사한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뉴 화이트하트레인’이 공짜로 생긴 것은 아니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됐다. 이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불가피하다.

실제 토트넘은 올 시즌을 앞두고 단 한 명의 선수도 영입하지 않는 진기록을 세웠다. 영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EPL 역사상 최초라고 한다. 공수전반에 걸쳐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던 측면도 있지만, ‘무 영입’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최고 수준의 구단들은 언제나 미래를 위해 만반의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탈 전력이 없다는 것이다. 해리 케인, 델레 알리, 손흥민,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 공격진을 모두 지켰고, 이적설에 휩싸였던 수비의 핵심 토비 알더베이럴트도 끝내 지켜냈다. 지난해 리그 3위를 차지했던 선수단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 중 상당수가 월드컵을 통해 큰 경험을 쌓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역대급’ 공격수 반열에 오르고 있는 해리 케인을 비롯해 젊고 유능한 선수들을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토트넘은 과거에도 가레스 베일, 루카 모드리치, 마이클 캐릭과 같은 뛰어난 선수들을 지키지 못한 바 있다.

물론 향후 주요선수들의 이적으로 발생하는 이적료를 통해 알찬 영입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이 전력 공백이 나타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 영입하는 선수의 성공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만약 이것이 악순환에 접어든다면, 내리막길을 걷는 것이 불가피하다.

토트넘의 숙적인 아스널이 좋은 예다. 아스널은 2000년대 초반 무패우승을 달성하는 등 눈부신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하이버리를 떠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으로 이사를 한 뒤 단 한 번도 리그 우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2년간은 4위권에서도 밀려나며 흔들리고 있는 아스널이다.

토트넘은 과연 ‘마천루의 저주’를 넘어 ‘뉴 화이트하트레인’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까.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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