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팀도루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어느덧 전체 일정의 약 4분의 1만 남겨둔 올 시즌 KBO리그는 최근 수년과 마찬가지로 ‘타고투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홈런과 번트, 도루 등의 수치로 뚜렷하게 확인된다. 홈런은 신기록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번트와 도루는 크게 줄어들었다.

이런 흐름 속에 유독 눈길을 끄는 팀이 있다. 올 시즌 확 달라진 한화 이글스가 그 주인공이다.

한화 이글스는 13일 현재 98개의 팀도루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위 삼성 라이온즈(85개)와의 차이가 상당하고, 가장 적은 롯데 자이언츠(46개)보단 2배나 많다. 시도 자체가 워낙 많았다. 112경기에서 149번 도루를 시도했다. 역시 이 부문 2위 삼성 라이온즈보다 21번 많고, 최하위 롯데 자이언츠의 두 배를 넘는다.

도루시도와 성공이 많은 만큼, 실패도 많았다. 한화 이글스의 올 시즌 도루실패는 51번으로 유일하게 50번을 넘기고 있다. 사실, 한화 이글스의 도루성공률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65.8%로 이 부문 8위에 그치고 있다.

도루로 가장 큰 실속을 챙긴 팀은 두산 베어스다. 시도 자체는 많지 않았다. 110경기에서 83번 도루를 시도해, 롯데 자이언츠 다음으로 적게 뛰었다. 하지만 도루성공률이 78.3%에 달하고, 가장 적게 실패했다.

따라서 한화 이글스의 팀도루 1위를 무조건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 도루를 잘해서 1위인 것이 아니라, 그만큼 많이 시도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도루에 성공해 한 베이스를 더 간 것 못지않게 도루에 실패해 주자를 잃고 아웃카운트가 늘어나는 일이 많았다.

그럼에도 한화 이글스의 행보가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한화 이글스이기 때문이다.

한화 이글스는 꽤 오랜 세월 동안 도루와 친하지 않은 구단이었다. 지난 시즌 한화 이글스는 도루시도(108번) 7위, 도루성공(64번) 9위, 도루실패(44번)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2016년과 2015년엔 도루시도 및 도루성공이 모두 압도적 꼴찌였다. 2014년엔 롯데 자이언츠 덕에 9개 구단 중 8위로 한 계단 올라섰지만, 다시 2013년과 2012년엔 한화 이글스가 최하위에 머물렀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시즌 동안 4번이나 도루 부문 꼴찌를 기록한 것이다.

범위를 좀 더 넓혀도 이 같은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화 이글스는 2005년, 2006년, 2007년, 2009년에 도루시도를 가장 적게 한 팀으로 남아있고, 이 중 2006년을 제외한 세 시즌은 도루성공도 꼴찌였다.

이처럼 뛰는 것에 인색했던 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엔 가장 분주하게 뛰는 구단으로 바뀐 셈이다.

이는 달라진 한화 이글스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지표다. 도루는 반드시 발이 빨라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상대 배터리 및 수비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자신감, 적극성 등도 중요한 요소다. 올 시즌 한화 이글스의 많은 도루는 이러한 측면에서의 변화를 보여준다. 두려움에 위축되기보단, 실패하더라도 자신감이 넘친다. 과거엔 황당한 실수가 많았으나, 올 시즌엔 세밀한 주루 작전도 자주 선보이고 있다.

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감독 등 코치진을 대폭 개편한 한화 이글스는 사실상 리빌딩에 돌입했음에도 좋은 성적을 내며 모처럼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한화 이글스가 마지막으로 팀도루 1위를 차지한 것은 2001년이다. 당시에도 한화 이글스는 가장 많이 도루를 시도했고, 도루성공도 가장 많았다. 달라진 한화 이글스가 무려 17년 만에 팀도루 1위 타이틀을 거머쥘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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