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력단절 문제는 또 다른 악순환의 고리이자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입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육아일기’ 연재가 어느덧 7번째를 맞았습니다. 낭만이가 태어난 것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꽤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최근엔 찡한 감동(?)을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껏 저희 아이는 반드시 안아줘야 잠이 들었습니다. 낮잠은 주로 엄마 배 위에 엎드려 잤고요. 요 근래엔 잠투정이 심해져서 고생을 하기도 했죠.

엊그제 저녁에도 평소처럼 아이를 안아 재우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잠이 든 것 같아 아기침대에 눕혔는데, 여지없이 등센서가 켜졌는지 눈을 뜨더군요. 다행히 보채거나 울지는 않아 모빌을 켜주고 혼자 둬 봤습니다. 잠시 후 방에 다시 들어가니 놀랍게도 쌔근쌔근 잠이 들어있지 뭡니까. 저희 부부는 뜻밖의 ‘육아 퇴근’에 소리 낮춰 환호하며 맥주를 한 잔 했답니다.

그런데 어제,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졸려하며 안겨있던 아이를 과감하게 아기침대에 눕힌 뒤 모빌을 켜주고 역시 혼자만의 시간을 줘 봤습니다. 아직 잠들기 전이라 그런지 좀처럼 잠들지 않고 간간히 보채는 소리를 내더군요. 다시 방에 들어가 이불을 덮어주며 “우리 아기 코 자는 거야”라고 말하고 나왔는데, 잠시 후 아기는 천사처럼 잠이 들어있었습니다.

잠들기 전이면 늘 힘들어하며 투정을 부리던 아기가 혼자서 잠에 들다니. 정말 놀라우면서 대견하고, 한편으론 섭섭하기도 한 다양한 감정이 들더군요. 이렇게 또 부모의 마음을 배웁니다.

사족이 길었네요. 오늘 다뤄볼 주제는 참 어려운 내용인데요. 바로 여성의 경력단절입니다. 저출산 문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중요하고 심각한데, 해법을 찾긴 쉽지 않죠.

저희에겐 지금 당장 겪고 있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제 아내를 통해 여성 경력단절 문제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죠. 임신에 앞서 제 아내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기도 했고요.

돌이 조금 지날 무렵이면 아내의 육아휴직이 끝나는데, 복직 시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큰 고민입니다. 어린이집이나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거나 돌보미를 고용하는 것 정도가 방법일 텐데요. 맡길 곳을 구하는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너무 어릴 때부터 떨어뜨려 놓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둘 중 한 명이 일을 관두자니 그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경제적인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사회인으로서의 꿈을 접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아마 대다수 맞벌이 부모들이 겪는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 ‘희생양’이 되는 것은 대부분 여성입니다. 결혼 또는 임신·출산으로 일을 그만두는 여성이 여전히 많습니다. 반면, 육아를 위해 남성이 일을 그만두는 사례는 극히 드물고요.

여성 경력단절과 관련된 각종 통계자료입니다.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30대에 결혼, 임신출산, 육아 등으로 가장 많은 경력단절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프=시사위크>

이는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통계청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여성 경력단절 사유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것은 결혼(34.5%), 육아(32.1%), 임신·출산(24.9%) 순이었습니다. 결혼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40~50대에서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입니다. 주목해야 할 부문은 20대에서의 1위가 임신·출산(38.0%), 30대에서의 1위가 육아(36.5%)라는 점이죠. 사회생활의 핵심이 되는 20~30대에 여성 경력단절을 가져오는 가장 큰 이유가 임신·출산, 그리고 육아인 셈입니다.

다른 국가, 특히 유럽 등 선진국과의 비교를 통해서도 더욱 뚜렷하게 확인됩니다. 우리나라의 연령별 여성 경제활동 참가비율은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뚜렷한 ‘M’자 형태를 보입니다. 결혼·임신·출산이 이뤄지는 시기가 M의 가운데 지점이죠. 주로 30대에 이 지점이 놓여있습니다.

문제는 이때가 직업인으로서도 무척 중요한 시기라는 점입니다. 사회초년생 딱지를 떼고, 자기 분야에서 경험 및 입지를 다져나갈 때죠. 이때 공백기가 발생하게 되면 나중에 복귀하는 것이 무척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내세울 경력이 없게 되니까요,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도 쉽지 않긴 마찬가지입니다. 최소 30대 후반의 나이인데, 새로운 직업을 구하기엔 한계가 있죠. 구한다 해도 여러 가지 여건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요. 기존의 일과 직장을 지속했을 때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경제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한 사람으로서, 또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얼마만큼 자아실현이 보장되느냐의 문제입니다. 국가적으로도 훌륭한 인재들을 썩히는 엄청난 낭비구요.

남성과 여성의 연령대별 경제활동 참가비율입니다. 여성의 경우 M자 형태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뉴시스>

여성 경력단절 문제는 정말 복합적입니다. 우선 원인부터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여전히 녹록지 않은 육아여건이 있을 겁니다. 부족한 보육지원 시설 및 제도와 회사 내부적 분위기 등이 여기에 해당하겠죠.

여전히 남아있는 남녀차별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녀 임금차별’이 대표적인데, 경제적인 측면에서 여성의 경력단절을 강요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사회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는 전통적 인식(여성이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등)도 빼놓을 수 없고요.

이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습니다. 육아기를 마친 여성들 중 상당수는 다시 경제활동에 나서게 됩니다. 아이들 교육비를 벌거나, 좀 더 나은 생활 및 노후를 위해서죠. 하지만 경력단절로 인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한정적입니다. 저임금에 각종 착취를 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되기 십상이죠. 이마저도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처럼 경력단절로 인해 스스로 경제력을 지니지 못한 중장년 여성들은 가정 내 범죄 및 갈등에서도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악순환의 고리 중심에 여성 경력단절이 있는 겁니다.

문제가 복잡한 만큼, 해법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여성 경력단절을 줄이려면, 사실상 모든 문제가 해결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정책 및 제도를 도입하고, 이것이 실효성을 가져야 하며,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관점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욱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여성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여성 경력단절 문제의 해결은 곧 저출산 문제의 해결로 이어질 겁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성 경력단절을 해소하기 위해 몇몇 정책이 시도됐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효과를 낸 것은 없거든요.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관련 정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경력단절 여성을 재고용한 기업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가 시행 중인데, 지난해 혜택을 받은 건수는 단 5건, 세액공제 규모는 60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 제도의 혜택을 받으려면, 과거 그만뒀던 기업에 재취업해야 합니다. 직장에 다니던 시절 동료 또는 후배였던 이들의 밑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죠. 이 제도의 맹점은 여성 경력단절 해소를 위해 얼마나 세심한 접근이 필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제 짧은 소견으로는 여성 경력단절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남녀차별의 뿌리 뽑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러한 측면에서 ‘남성 육아휴직’이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보는데요. 그 내용은 다음 편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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