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넥센 히어로즈에서 새로운 스타로 등장한 김혜성(왼쪽)과 송성문.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최악이었다. 구단을 창단하고 키운 이장석 전 대표가 끝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장정석 감독이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는 등 구단 운영상의 난맥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오랜 기간 든든한 파트너였던 넥센타이어는 돈줄을 끊었다. 가까스로 관계를 회복했으나, 이어 조상우-박동원의 성폭행 혐의와 뒷돈 트레이드 파문이 터졌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정도로 이미지가 추락했고, KBO리그의 암적 존재가 됐다.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셌다.

부상선수도 유독 많았다. 에이스 서건창은 4월이 되기도 전에 부상으로 이탈했고, 많은 기대를 걸었던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도 부상으로 떠났다. 이정후, 박병호 등 핵심 주전선수들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공백이 있었다. 최근엔 불펜의 기둥 김상수마저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처럼 넥센 히어로즈는 올 시즌 준비했던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플랜B가 아닌 플랜Z가 가동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찌감치 꼴찌로 추락했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악재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13일 기준 넥센 히어로즈의 순위는 4위다. 3위 한화 이글스에 4.5경기 뒤져있고, 5위 LG 트윈스에 3.5경기 앞서있다. 최근 구단 최고 기록인 9연승을 달리면서 마침내 상위권 도약에 성공했다. 아직 예단하긴 이르지만, 중위권의 가을야구 진출 경쟁에서 한발 앞서게 된 것은 사실이다.

넥센 히어로즈가 이처럼 가을야구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버티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핵심 주전선수들이 우르르 이탈했음에도 꿋꿋이 중위권을 지켰고, 성적이 떨어지는가 싶다가도 어느덧 5할 승률을 맞췄다. 이 같은 버티기는 전력이 정상궤도를 찾도록 시간을 벌어줬고, 상위권 도약의 발판이 됐다.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화수분 야구에 있다. 좀처럼 메울 수 없을 것 같던 핵심선수들의 공백을 새로운 얼굴들이 채웠다. 서건창이 빠진 2루에선 김혜성이 안정적인 수비에 나름의 공격력까지 뽐냈다. 박병호의 빈자리도 김규민이 비교적 잘 책임졌다. 최근 방망이가 더욱 뜨거워진 송성문도 혜성처럼 등장한 새얼굴이다. 여기에 이미 실력을 입증한 고종욱과 임병욱도 요소요소에서 제 역할을 해줬다. 베테랑 이택근, 김민성과 젊은 기둥 김하성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투수진에서도 최원태가 실질적인 에이스의 역할을 해주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고, 윤영삼, 이승호, 김동준 등이 팀이 무너지지 않도록 힘을 보탰다.

결과적으로 넥센 히어로즈의 버티기는 팀 전력을 한층 두텁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기회를 잡기 어려웠을 선수들이 강제적으로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선수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넥센 히어로즈에서 이들은 ‘준비된 스타’였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가을야구를 바라보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가 2018년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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