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헌법엔 계급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현실에선 모두가 수저계급론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에서도 ‘주식 금수저’는 꼼수 승계와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식 금수저’ 실태를 <시사위크>가 낱낱이 파헤친다.

 

GS그룹은 10대 그룹 중 가장 돋보이는 ‘주식 금수저’를 두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우리나라 최고 ‘금수저’는 누구일까. 아마도 삼성, 현대 등 주요 재벌가 자제들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이들에겐 ‘금수저’란 말도 부족하게 느껴진다. 다만 ‘주식 금수저’ 명단에선 이들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시사위크>가 10대 재벌그룹 상장사의 ‘주식 금수저’ 실태를 전수 조사한 결과, GS그룹의 실태가 가장 돋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GS의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명단에 포함된 미성년자 오너일가는 총 3명이다. 허용수 GS EPS 대표의 두 아들과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의 장녀다.

먼저, 허용수 대표의 두 아들은 각각 2001년생 A군과 2004년생 B군으로, GS 주식을 각각 83만5,341주, 33만1,000주 보유 중이다. 이를 16일 종가로 계산하면 449억4,000여만원과 178억원에 달한다. 2000년생인 허태수 부회장의 딸 C양도 19만5,916주, 105억4,000여만원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C양의 경우 GS건설 주식도 8만2,941주 보유 중인데, 이 역시 37억4,000여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뿐만 아니다. 이제 갓 미성년자를 벗어난 1999년생 D씨(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장남)를 비롯한 오너일가 4세 대부분이 미성년자 시절부터 주식을 보유해왔다.

이들이 주식을 보유하게 된 과정엔 많은 물음표가 붙는다. 모두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을 투입해 주식을 사들였다. 이들 스스로 자금을 마련했을 가능성은 제로다.

법에 따라 증여세를 납부했더라도 문제의 소지는 남는다.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은 물론, 배당을 통해 수익을 거두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GS 주가가 7만5,000원대까지 급등했던 지난해 8월, A군의 주식가치는 629억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또한 A군은 올해 초 15억원의 현금을 배당금으로 수령했다.

물론 오너일가의 주식보유를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책임경영’을 위해 반드시 미성년자까지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이들의 행보엔 수상한 구석이 더 많다.

A군의 경우 비상장 계열사인 GS ITM 주식도 6만주(6.7%) 보유 중이다. 이 계열사는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곳으로, 최근 매각이 진행 중이다. 만약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지 않았다면, 4세 승계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미성년자에서 벗어난 D씨의 과거 사례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D씨는 미성년자였던 2014년 코스모촉매 주식 28만8,000주를 주당 1원씩 28만8,000원에 매입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D씨에게 주식을 헐값에 넘긴 이들은 친인척 6명이었다.

GS그룹은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문제 해소에 있어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싸늘한 시선을 받은 바 있다.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반짝이는 ‘주식 금수저’ 실태 역시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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