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세를 올리고 있던 롯데 자이언츠는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아쉽기만 하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KBO리그가 잠시 휴식기에 들어갔다. 아시안게임 일정에 의한 이례적인 휴가다. 기간도 꽤 길다. 오는 9월 3일까지 18일간 쉰다. 시즌 막판 변수가 되기 충분한 휴식기다.

유난스러웠던 폭염과 종반으로 치달은 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분명 달콤한 휴식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반가운 것은 아니다.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휴식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최근 기세가 좋았던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에겐 휴식기가 찾아온 타이밍이 영 아쉽다.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 16일 두산 베어스에게 패하기 전까지 11연승을 구가했다. 구단 신기록에 해당한다. 특히 이 기간 공격력이 매서웠다. 이정후, 김혜성, 송성문 등 신예들의 활약이 거침없었고, 박병호의 홈런 몰아치기도 무시무시했다. 여기에 서건창과 새로운 용병 제리 샌즈까지 가세하면서 타선의 짜임새가 더욱 탄탄해졌다.

넥센 히어로즈는 휴식기가 단순히 아쉬운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아시안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걱정 반 기대 반이다. 기존에 발탁됐던 박병호, 김하성에 이어 이정후와 최원태가 추가로 합류했다. 투타의 핵심 전력이 휴식기 대신 금메달을 노린다. 올 시즌 부상에 따른 공백이 있었던 박병호, 이정후는 그나마 덜하지만 김하성과 최원태의 경우 체력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부상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도 걱정이다.

한편으론 기대감도 크다. 우선, 좋게 보면 경기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국제대회 경험이 젊은 선수들에게 훌륭한 자양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 김하성, 이정후, 최원태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군면제 혜택을 받게 된다면, 넥센 히어로즈에겐 그보다 반가운 일이 없다.

롯데 자이언츠는 기대할만한 요소가 딱히 없는 가운데, 아쉬움만 남는다. 올 시즌 최악의 출발을 했던 롯데 자이언츠는 최근 막판 기세를 올리는 중이었다. 최근 15경기에서 11승 4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덕분에 줄곧 8위에 머물던 순위가 7위로 올라갔고, 가을야구 진출권인 5위와의 격차도 1.5게임까지 줄었다. 이 기세를 이어간다면 5위 등극도 어렵지 않을 듯 한데, 하필 이때 휴식기가 찾아왔다.

반면, 최근 하락세가 뚜렷했던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에겐 휴식기가 반갑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2위까지 올라섰던 한화 이글스는 최근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한 가운데, 중위권과의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 매서운 기세로 따라온 넥센 히어로즈가 어느덧 3게임차까지 따라 붙은 상황이다. 아직까진 가을야구 진출에 유리한 고지에 있으나, 안심하긴 이르다.

특히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새얼굴들이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이들은 체력이나 경험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마침 찾아온 휴식기는 재정비를 위한 시간을 벌어줄 것으로 보인다.

악몽 같은 한 여름을 보낸 LG 트윈스도 휴식기가 반갑긴 마찬가지. LG 트윈스는 최근 20경기에서 5승 15패의 처참한 성적을 남겼고, 이 기간 8연패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10개 구단 중 가장 저조한 후반기 성적을 기록한 LG 트윈스다.

무엇보다 마운드가 무너진 것이 컸다. 그나마 버텨주던 외국인 선발투수들이 흔들렸고, 불펜은 전혀 제 역할을 못했다. 불펜의 중추역할을 하던 김지용, 정찬헌 등이 이탈한 것도 악재였다.

LG 트윈스는 현재 가을야구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8위 기아 타이거즈와의 차이가 2.5경기에 불과하다. 6위 삼성 라이온즈와 7위 롯데 자이언츠의 최근 기세를 감안하면, 언제든 가을야구 진출권을 빼앗길 수 있는 처지였다. 18일의 휴식기가 반갑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례적인 18일의 방학이 각 구단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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