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도루 갯수가 크게 줄어든 올해, 도루왕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최근 프로야구에서 감지되는 큰 변화의 흐름 중 하나는 ‘덜 뛰는 야구’다. 과거엔 자주 볼 수 있었던 도루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타고투저 현상이 낳은 변화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도루 대신 안타나 홈런 같은 타격을 통한 진루 및 득점을 노린다. 도루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짜내는 야구’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잘 뛰는 선수는 있기 마련이다. 도루 개수는 적지만 도루왕 경쟁은 아주 뜨겁다.

현재 도루 1위엔 무려 4명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아 타이거즈의 버나디나, 넥센 히어로즈의 김혜성, 한화 이글스의 이용규, 삼성 라이온즈의 박해민이 나란히 27개를 기록 중이다. 노수광이 20개로 뒤를 따르고 있으나, 도루왕 경쟁은 사실상 이들 네 선수로 좁혀졌다.

이들은 저마다 도루왕을 노리는 사연을 갖고 있다.

먼저, 버다니다는 사상 첫 ‘외국인 도루왕’에 도전한다. 지난해 2위에 그쳤던 아쉬움을 올해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혜성은 데뷔 시즌 도루왕을 노리고 있다. KBO 역사상 신인이 도루왕에 오른 것은 2006년 이종욱과 2013년 김종호 두 번 뿐이다. 강백호와의 신인왕 경쟁도 재점화시킨 김혜성에겐 ‘타이틀’이 무척 중요하다.

이용규는 모처럼 도루왕 탈환을 바라보는 중이다. 이용규는 2012년 44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딱 1번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한 바 있다. 지난해 FA권리마저 포기하며 자존심 회복을 노린 그에게 도루왕이란 타이틀은 꽤나 의미가 깊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 이글스 선수로는 최초의 도루왕이 되기 때문이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대도’ 박해민은 4년 연속 도루왕을 넘본다. 정수근, 이대형 등 빠르기라면 빠지지 않는 선수들만 성공했던 대기록이다.

저마다 절실한 사연만큼이나 예측도 쉽지 않다. 우선, 남은 경기가 가장 많은 것은 버나디나다. 기아 타이거즈는 34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버나디나는 8월 들어 타율 0.383을 기록하며 좋은 감각을 유지 중이며 도루 기회도 많이 얻고 있다.

8월에만 7개의 도루를 추가하며 도루왕 경쟁에 불을 붙인 김혜성은 성공률이 가장 높다. 84.4%로, 도루 1위 중 유일하게 80%가 넘는다. 최근 들어 뛰는 맛을 알았다는 점도 김혜성의 발을 주목하게 한다. 다만, 돌아온 서건창으로 인해 기회가 적어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이용규는 최근 부진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8월 타율이 0.244로 뚝 떨어졌다. 출루를 하지 못하면 도루 기회도 없다. 8월 들어 두 번이나 도루에 실패했다는 점도 위축될 수 있는 요인이다.

박해민도 마찬가지. 8월 타율이 0.224로 이용규보다 심각하다. 아시안게임에 차출된 점도 변수다. 체력적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고, 경기감각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휴식기 이후 다시 뜨겁게 달아오를 도루왕 경쟁에서 누가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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