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의 맨유가 최악의 시즌 출발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 시즌 출발이 심상치 않다. 눈에 띄는 전력보강 없이 잡음만 무성한 채 시즌을 시작하더니, 2라운드부터 뜻밖의 패배를 당했다. 무리뉴 역시 퍼거슨을 대체할 순 없는 것일까.

레스터를 상대로 개막전 승리를 거둔 맨유는 2라운드 브라이튼 원정에서 2대3 패배를 당했다. 전반에만 세 골을 내주며 수비가 무너졌고, 이후 공격 자원을 총출동 시켰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변명거리가 없진 않다. 브라이튼을 상대로 이어지고 있는 지독한 징크스다. 맨유는 1982년 이후 브라이튼 원정에서 승리를 챙긴 적이 없다. 지난 시즌 막판에도 브라이튼 원정에서 승점 3점을 선물하며 브라이튼의 잔류를 도왔다.

물론 질수도 있다. 감독과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팬들이 열성적인 성원을 보내는 가운데 나온 패배라면 다음을 기약해볼 수 있다. 하지만 맨유는 분위기가 영 좋지 않다. 감독과 선수, 구단과 팬이 하나로 보이지 않는다.

무리뉴 감독은 브라이튼에 패한 뒤 선수들을 탓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향한 시선은 우려로 가득 차 있다. 선수단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져 간다는 지적과 불화설에 점점 더 무게가 실린다. 맨유 레전드 중 한 명인 리 샤프가 “무리뉴 감독은 크리스마스 전에 경질될 것”이라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선수들도 새 시즌을 앞두고 기세를 높이기는커녕 구설수만 낳았다. 맨유가 가장 많은 돈을 들인 선수인 폴 포그바는 난데없는 이적설로 팬들을 피곤하게 했고, ‘충동구매’ 지적을 받는 알렉시스 산체스는 경기에 나서지 못한 채 SNS에 화보를 올렸다가 팬들의 원성을 샀다. 신성으로 떠올랐던 마커스 래쉬포드는 성장이 정체돼 등번호 10번을 달고도 기대보단 우려를 자아냈다. 앙토니 마샬 역시 무리뉴 감독과의 동행이 그리 많이 남은 것 같진 않다.

맨유가 이처럼 뒤숭숭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많은 기대를 품고 선임한 무리뉴 감독이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퍼거슨 감독이 떠난 뒤 맨유는 모예스를 후계자로 선택했으나 실패했다. 루이스 반 할 역시 맨유에게 과거의 영광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두 번의 실패 끝에 자존심을 접고 선임한 것이 바로 무리뉴다. 과거 첼시를 이끌며 맨유의 우승컵을 빼앗았던 ‘적장’에게 팀을 맡겼다.

하지만 무리뉴는 자신의 ‘2년차 공식’마저 깨트리며 맨유의 암흑기를 연장시켰다. 무리뉴는 과거 포르투부터 첼시,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다시 첼시를 이끄는 동안 늘 두 번째 시즌엔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또한 첫 번째 시즌에 비해 압도적인 성적을 남겼다.

맨유에선 그렇지 않다. 첫 시즌엔 리그 6위에 그치면서도 리그컵과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자존심은 지켰다. 그러나 막상 두 번째 시즌엔 무관에 그쳤다. 무리뉴 감독 커리어 최초다. 특히 리그에서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의 압도적 우승을 지켜본 것이 유독 뼈아팠다.

퍼거슨 감독 시절 맨유는 2년에 한 번 꼴로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정확히 27년 동안 13번 우승에 성공했다. 또한 1992-93시즌 이후 2년 이상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적이 없다. 최근엔 다르다. 맨유의 마지막 리그 우승은 퍼거슨 감독 시절인 2012-13시즌이다. 이후 7위-4위-5위-6위-2위의 성적에 머무르며 5년째 우승에 실패하고 있다. 어느덧 과거에 잘 나가던 팀이 돼버린 맨유다.

따라서 맨유는 올 시즌 리그 우승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6년 연속 우승에 실패하고, 심지어 맨시티의 2연패를 지켜본다면 그만한 지옥은 없다. 무리뉴에게 그리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무리뉴는 늘 넘치는 카리스마로 선수단과 팬, 경기와 리그를 장악했다. 자신을 가리켜 당당하게 ‘스페셜 원’이라 칭했던 그다. 그 역시 시간은 이길 수 없는 것일까. 아니면 2년차 공식이 깨졌듯 ‘3년차 징크스’를 깨고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무리뉴와 맨유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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