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헌법엔 계급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현실에선 모두가 수저계급론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에서도 ‘주식 금수저’는 꼼수 승계와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식 금수저’ 실태를 <시사위크>가 낱낱이 파헤친다.

 

한세예스24홀딩스의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명단엔 2017년생은 물론 2018년생까지 등장한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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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억대 주식 보유는 일반 서민에겐 그야말로 꿈과 같은 이야기다. 대부분 이루지 못한 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태어나자마자 억대 주식을 손에 넣는 이들도 있다. 그저 태어나기만 했을 뿐인데 주식 ‘큰 손’이 된 것이다. 이들에겐 장차 취업 고민이나 내집마련 고민은 물론 용돈고민도 없을 듯하다. 한세예스24그룹 ‘주식 금수저’ 아이들, 아니 ‘아기들’이 그 주인공이다.

◇ 2018년생 신생아까지 억대 주식 보유

지난 5월 15일.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부인 조영수 경기대 명예교수는 자신이 보유 중이던 한세예스24홀딩스 주식을 A양과 B군에게 각각 5만주씩 증여했다. 당일 종가(8,980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4억4,900만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김동녕 회장의 손자로 추정되는 이들은 2017년생이다. A양이 2월에 태어났고, B군은 6월에 태어났다. 태어난 지 15개월, 11개월 만에 억대 주식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한 달 뒤인 6월 14일에는 C양도 조영수 명예교수로부터 똑같이 5만주를 증여받았다. C양은 지난 4월 태어난 2018년생 신생아다. C양 역시 생후 두 달 만에 억대 주식 보유자가 됐다.

한세예스24그룹 오너일가의 ‘주식 금수저’는 이게 끝이 아니다. 2014년생인 D군은 7월 중순부터 한세예스24홀딩스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6일까지 부지런히 사들인 주식은 어느새 3만3,607주가 됐다. 아직 학교도 가지 않았을 5살이지만, 억대 자금을 투입해 주식을 사들였다.

진짜 원조는 따로 있다. 2011년생 E군이다. 김동녕 회장 막내 딸인 김지원 한세엠케이 상무의 자녀로 추정된다.

E군은 2016년 11월부터 계열사 한세엠케이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한세엠케이의 당시 사명은 엠케이트렌드였고, 2016년 9월 한세예스24그룹에 인수된 직후였다. E군의 주식매입은 지난해 4월까지 계속됐으며, 현재 12만9,093주를 보유 중이다. 이는 한세엠케이의 현재 주가 기준으로 약 10억원에 해당한다.

물론 이들 5명의 영유아 주식 금수저는 주식 증여 및 매입에 따른 증여세를 이미 납부했거나 향후 납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주식 금수저가 지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세예스24홀딩스 주식 증여 및 매입은 공교롭게도 모두 주가가 하락세를 보인 시점에 이뤄졌다. 증여세를 아끼는 것을 넘어, 주가 하락을 승계에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또한 이들이 성인이 될 무렵 주가 상승으로 상당한 차익을 볼 수 있고, 앞으로 지급받게 될 배당금 역시 주식 금수저들의 재산 축적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사회적 위화감을 자아낸다는 지적도 빼놓을 수 없다.

이에 대해 한세예스24홀딩스 측은 “오너일가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언급할 내용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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