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출생아 수는 35만7,771명으로 확정 집계됐습니다. 역대 최초로 40만 명대가 무너진 것입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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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무시무시했던 폭염의 기세가 크게 꺾였습니다. 이제는 여름보단 가을에 가까운 날씨네요.

지난 주말엔 아내에게 잠시나마 육아해방을 선물했습니다. 매일같이 붙어있는 아이와 잠시 떨어져 맛있는 것도 먹고, 영화도 한 편 보고 오라고 했죠. 모처럼 여유로운 주말을 아이와 함께 단란하게 보내는 달콤한 꿈을 꾸면서요.

그런데 이게 웬걸. 별의 별 에피소드가 다 있었습니다. 요즘 들어 졸릴 때면 유난히 엄마만 찾는 딸이 대성통곡을 터뜨렸고요. 평소엔 잘만하던 기저귀가 새서 제 티셔츠가 ‘변’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잠시나마 평온했던 분유먹이는 시간도 갑자기 터진 재채기에 아이가 놀라는 바람에 다시 아비규환이 됐죠. 초보아빠는 초보아빠인가 봅니다.

쉽진 않았지만, 평소 하루종일 아이와 붙어 있을 아내를 많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말로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겪어보는 게 훨씬 낫죠. 아내 역시 반나절에 불과했지만 나름 좋은 재충전의 시간이었다고 하네요.

100일이 가까워오고 있는 제 딸은 요즘 제법 목도 잘 가눈답니다.

지난 22일, 통계청이 지난해 출생통계를 확정 발표했습니다. 저출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숫자를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오늘은 이 통계를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저출산 문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지 알아야 그 대책도 세울 수 있을 테니까요.

2017년생 출생아 수는 35만7,771명입니다. 지난 2월 잠정 발표됐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역대 최초로 40만 명대가 무너졌고, 단번에 35만 명대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1970년 100만6,645명에 달했던 연간 출생아 수는 2002년 40만 명대로 접어든 바 있는데요. 이후 전반적인 하락세가 이어지다 16년 만에 40만 명대도 깨지고 말았습니다.

하락 폭도 눈길을 끕니다. 2017년 출생아 수는 2016년 대비 4만8,472명(11.9%)이나 줄어들었습니다. 전년 대비 4만8,095명(9.9%) 감소했던 2013년을 넘어섰습니다. 출생아 수 감소세가 전년 대비 두 자릿수에 달한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입니다.

실제 최근 출생아 수 감소 추세는 2000년대 초반과 많이 닮아있는데요. 1982년 마지막 80만 명대 출생아 수가 기록된 이후 2000년까지 60만~70만 명대의 출생아 수가 유지됐습니다. 그러나 2000년 64만89명에서 2001년 55만9,934명으로 60만 명대가 무너지더니, 2002년엔 49만6,911명으로 50만 명대까지 무너졌습니다. 불과 2년 새 14만 명이나 감소했던 거죠. 이후 연간 출생아 수는 단 한 번도 50만 명대로 올라서지 못한 채 결국 30만 명대로 떨어졌습니다. 과거에 비춰보면, 앞으로 40만 명대 출생아 수를 볼 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도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2005년의 1.08을 깨고 1.05를 기록했죠. 2016년 OECD 평균은 1.68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6년에도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3에 미치지 못했었는데, 세계 평균과의 차이가 더 커질 전망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출생아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출생통계에서 주목할 점은 출생아 수 감소와 함께 20대 여성의 출산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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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서 발표된 각종 출생 관련 통계지표를 유심히 들여다보니 뚜렷한 맥락이 보입니다. 출생아 수 감소와 함께 ‘20대 엄마’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1981년의 통계를 살펴보겠습니다. 당시 25~29세 여성의 1,000명당 출생아 수는 224.3명이었습니다. 20~25세 여성이 160.9명으로 뒤를 이었고, 30~34세 여성이 82.3, 35~39세 여성이 23.2명이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30~34세 여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마저도 97.7명에 그쳤습니다. 25~29세 여성은 47.9명이었고, 35~39세 여성이 47.2명을 기록했죠. 20~24세 여성은 9.6명이었습니다. 25~29세 여성 1,000명 중 지난해 아이를 낳은 여성이 47.9명이었고, 20~24세 여성은 9.6명이었다는 것입니다.

20~24세, 25~29세 여성의 출산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30~34세, 35~39세 여성의 출산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뚜렷하게 확인됩니다. 과거엔 25~29세 여성이 전체 출산 여성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20~24세 여성까지 더하면 70%를 가뿐히 넘겼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30~34세 여성이 45%, 35~39세 여성이 25.9%로 타나났습니다. 25~29세 여성은 20.7%에 불과했고요.

이 같은 현상은 2000년대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점점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2005년엔 35~39세 여성이 처음으로 20~24세 여성을 넘어섰고, 2006년엔 30~34세 여성이 25~29세 여성을 제쳤습니다.

20대 여성이 낳은 출생아 수의 감소는 무섭기까지 합니다. 1981년엔 69만5,841명에 달했던 것이 1987년 52만9,877명, 1997년 47만9,296명으로 서서히 줄어들더니 2007년엔 21만9,985명으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지난해는? 8만9,794명입니다. 이 역시 처음으로 10만 명대가 무너졌죠. 약 30년 사이에 20대 여성이 낳는 출생아 수가 40만~50만 명이나 감소한 것입니다.

이는 평균 출산 연령 통계를 통해서도 뚜렷하게 확인됩니다. 지난해 평균 출산 연령은 32.6세로 2016년보다 0.2세 올라갔습니다. 매년 신기록을 경신 중이죠. 1997년엔 28.3세였으니, 20년 만에 4.3세나 높아졌네요.

첫째아이 출산 평균 연령도 과거에 비해 많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1997년 26.9세였던 것이 지난해엔 31.6세로 집계됐습니다. 1997년엔 셋째아이 출산 평균 연령이 31.8세였습니다. 20년 전엔 보통 셋째아이를 낳던 나이에 첫째아이를 낳고 있는 겁니다.

20대 엄마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증가한데다, 여성·남성 가릴 것 없이 사회생활 시작 나이와 결혼 나이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다시 그 이유로는 취업난과 결혼 및 육아비용 부담, 경력단절에 대한 우려, 자아실현을 더 중시하는 사회상 등을 들 수 있고요.

전반적인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셋째아이 이상은 극히 드물게 됐습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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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이 늦어지면서 셋째아이 이상 낳는 일 또한 극히 드물어지고 있습니다. 출생아 수가 86만 명에 달했던 1981년, 첫째아이는 35만6,062명이었고 둘째아이와 셋째아이도 각각 29만506명, 14만2,161명이었습니다. 넷째아이 이상도 7만8,670명이었고요. 그런데 지난해 통계를 보면 첫째아이와 둘째아이가 각각 18만7,854명, 13만3,855명인데 반해, 셋째아이는 3만297명으로 뚝 떨어집니다. 넷째아이 이상은 아예 4,665명뿐이죠.

1981년과 비교하면 첫째아이 수는 47.2% 감소했고, 둘째아이 수는 53.9% 감소했습니다. 이 역시 상당한 감소 폭이지만, 셋째아이와 넷째아이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셋째아이는 78.6%, 넷째아이 이상은 94% 감소했거든요.

이처럼 출생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저출산 실태의 핵심은 20대 엄마의 감소와 30대 이상 출산의 증가, 그리고 셋째아이 이상의 급격한 감소입니다.

물론 이 같은 추세는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닙니다. 이미 수년 째 이어져왔고, 그에 맞춰 여러 대책도 강구돼왔습니다. 그러나 해결은커녕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죠. 그만큼 해결책을 찾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당장 20대 여성의 출산율을 올리는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20대 여성의 출산율을 올릴 수만 있다면, 저출산 문제도 상당부분 해결될 텐데요. 그러기 위해선 청년들의 취업 문제부터 결혼 비용 및 신혼부부 주거 문제, 여성 경력단절 문제, 보육 지원 문제 등 사실상 우리 사회의 모든 부분을 싹 개선해야 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근간을 지키는 일이니까요. 더 많은 사회구성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더 좋은 방안을 찾아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변화의 시작은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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