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는 몰래 촬영하고, 누군가는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온라인 공간으로 퍼지는 젠더 폭력.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성범죄’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는 생각보다 자주, 많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 무엇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편집자주]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 예산을 편성한 부처는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 각각 17억원 및 8억원이다. 그러나 문제가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몰카와의 전쟁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관련 2019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증액했다.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매년 심각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문제가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관련 예산을 삭감했으며, 여성가족부의 인력은 여전히 부족해서다.

◇ 디지털 성범죄 예산, 전체 예산안의 5.3%

2019년도 예산안이 확정됐다. 총 470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9.7%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약 5.31%는 ‘디지털 성범죄’ 문제만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 예산을 편성한 부처는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 각각 17억원 및 8억원이다.

디지털 성범죄란 △개인의 나체 사진 △성행위 영상 △몰래카메라 제작물 등을 촬영, 이를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된 개인성행위 등 디지털 성범죄는 2만5,722건에 달한다. 디지털 성범죄만을 위해 책정된 내년도 예산이 올해보다 확대 편성된 까닭이다.

먼저 여가부는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7억4,000만원)보다 9억2,200만원을 증액한 16억6,200만원을 편성했다. 해당 예산은 피해자 △상담지원 △삭제지원 △법률 및 의료지원 연계 등에 사용된다. 여가부는 신속한 대응을 위해 업무관리를 위한 시스템 개발 비용 및 인건비 등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방통위는 8억원을 편성했다. 몰래카메라(몰카) 및 음란물 등의 유통 방지를 위해 나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불법유해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 집중한다.

◇ 예산 증액, 디지털 성범죄 ‘심각하다’ 의미지만…

디지털 성범죄 문제는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약 두달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운영한 결과, 993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평균적으로 한달에 500건의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여가부에서 디지털 성범죄 대응에 편성한 인력은 26명이다. 이들 26명은 피해자 상담 및 삭제 지원 업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력 규모에 문제를 제기했다. 매달 500건의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26명으로는 원활한 피해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올해 지원 인력인 16명보다 10명 늘어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여가부가 운영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는 현재 업무량이 매우 많은 수준”이라며 “피해자 상담부터 영상 삭제까지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인원은 한정돼 있어서다. 빠른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방통위의 예산안에도 문제가 제기된다. 방통위가 ‘몰카, 음란물 등 불법유해정보 차단기반 마련’ 예산을 기존 9억원(2018년)에서 8억원(2019년)으로 1억원 삭감해서다. 해마다 디지털 성범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방통위의 예산 편성 방향이 옳지 않다는 시각이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 관련 디지털 성범죄 발생 건수는 2012년 2,400건에서 2016년 5,185건으로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된 디지털 성범죄 발생 건수는 5월 기준 6,780건을 넘어섰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의 서승희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확정된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가 중요한 문제”라며 “다만,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가 관련 예산을 줄인 것은 의문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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