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의 7번을 상징하는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유벤투스의 7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맨유를 만난다. <뉴시스/신화>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운명 같은 만남이란 말이 있다. 기막힌 인연이, 절묘한 타이밍에 서로 마주하게 될 때를 말한다. 호날두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꼭 그렇다.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하필이면’ 이때 만나게 됐다.

2018-19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추첨 결과, 마지막 H조엔 유벤투스와 맨유, 발렌시아, 영 보이스가 모여들었다. 가장 큰 주목을 끄는 것은 역시 유벤투스와 맨유, 아니 호날두와 맨유의 만남이다.

호날두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세리에A의 절대강자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었다. 살아있는 전설의 이적은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고, 단연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호날두가 합류하자마자 유벤투스와 맨유가 챔피언스리그에서 같은 조에 속하게 됐다.

여러모로 관전포인트가 많은 만남이다.

우선, 맨유는 호날두에게 고향과 다름없는 존재다. 아직은 유망주였던 20대 초반의 그를 영입해 상징적인 등번호 7번을 안겼고,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시켰다. 호날두는 종종 맨유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호날두가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고 맨유 골문을 노리는 장면을 과거엔 결코 상상할 수 없었다.

축구팬 입장에선 흥미롭지만, 맨유에겐 이번 만남이 썩 달갑지 않다. 최근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자존심 회복이 절실했던 올 시즌인데,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리그 초반 3경기에서 2연패를 기록했고, 안팎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챔피언스리그에서 비교적 수월한 조를 만나 분위기 반등의 계기로 삼을 수 있길 내심 바랐지만, 현실로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호날두까지 만나야 한다. 만약 호날두의 맹활약 속에 유벤투스에게 패한다면 그 씁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호날두와 무리뉴의 만남 역시 놓칠 수 없다. 나란히 포르투갈 국적인 두 사람은 호날두가 맨유, 무리뉴가 첼시 소속이던 시절엔 서로 으르렁대던 사이였지만, 레알 마드리드에선 스승과 제자로 함께한 바 있다. 이제는 무리뉴가 맨유의 지휘봉을 잡은 가운데,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은 호날두를 만나게 됐다. 이 역시 상상하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물론 둘의 만남엔 아직 변수가 남아있다. 무리뉴를 둘러싼 경질설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 연말까지는 자리를 보전할 가능성이 높지만, 호날두와 맨유의 만남이 그렇듯 축구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맨유와 유벤투스의 챔피언스리그 맞대결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10월 24일 새벽 올드 트래포드에서 펼쳐지며, 이어 11월 8일 새벽 유벤투스 홈에서 재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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