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에서 진짜 일본인 같은 연기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왼쪽부터)김남희·정인겸·이정현. < tvN ‘미스터 션샤인’ 캡처>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잘해서 더 밉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김남희와 정인겸이 국적을 헷갈리게 하는 완벽한 연기력으로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초반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정현까지. 일본인인 듯 일본인 아닌 일본인 같은 세 배우의 ‘미친 연기력’에 시청자들은 ‘미스터 션샤인’에 제대로 빠져버렸다.

케이블채널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연출 이응복, 극본 김은숙)은 신미양요(1871년) 때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 떨어진 유진 초이(이병헌 분)가 미국 군인 신분으로 자신을 버린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1900년대를 배경으로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았으나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의병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7월 7일 첫 방송된 ‘미스터 션샤인’은 역대 tvN 드라마 첫 방송 시청률 중 가장 높은 수치인 8.9%로 출발한 데 이어 지난 2일 방송된 18회가 14.7%(이상 닐슨코리아 기준)까지 치솟으며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미스터 션샤인’은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섬세한 영상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주조연 할 것 없는 배우들의 열연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특히 조선인을 악랄하게 괴롭히고, 침략의 야욕을 드러내는 일본인으로 분한 김남희(모리 타카시 역)와 정인겸(하야시 공사 역), 그리고 이정현(츠다 하사 역)은 진짜 일본인 같은 연기로 시청자들의 분노 유발과 함께 주연배우 못지않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배우는 김남희다. 그는 ‘미스터 션샤인’에서 미국에서 유진과 함께 공부를 했던 모리 타카시로 분해 2회에 얼굴을 비쳤다. 이후 지난 1일 방송된 17회에서는 일본군 대좌로 조선을 찾아 조선 침략의 야욕을 드러내는 모리 타카시로 다시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미스터 션샤인’ 17회에서 모리 타카시는 고애신(김태리 분)의 집에서 유진과 재회했다. 타카시는 유진을 알아보고 영어로 반가움을 표했다. 유진은 “높은 사람이 됐네? 여전히 영어는 안 늘었고”라고 말했고 타카시는 “내 조국에선 원래 높았어. 너랑 달리”라며 조선말을 했다. 유진은 타카시가 조선말을 사용하자 “조선말을 할 줄 아느냐”고 놀랐다. 그러자 타카시는 “왜 영어가 안 늘었는 줄 알아? 난 그때 영어 대신 조선말을 배웠거든. 내 식민지 조선에 올 날을 고대하며”라고 도발하며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김남희는 2회에서 유창한 일본어와 함께 어설프게 영어를 하는 일본인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17회에 재등장한 그는 일본인 특유의 억양으로 조선말을 하는 모리 타카시로 완전히 분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모리 타카시가 구사하는 어설픈 조선말은 김남희가 실제 일본인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디테일해 감탄을 자아냈다. 비열한 눈빛 연기는 덤이다.

정인겸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실존 인물이기도 한 하야시 공사 역을 맡은 정인겸은 섬뜩한 일본인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츠다 하사와 야마다 하사(최강제 분)를 문책하는 장면에서 그는 하야시의 악랄함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지난 7월 28일 방송된 ‘미스터 션샤인’ 7회에서 하야시는 상부의 허락 없이 미공사관에 쳐들어갔다며 할복을 시도하는 츠다 하사 대신 책임을 전가하려는 야마다 하사의 목을 벤다. 그는 “진실보다는 쓸모 있는 미친 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츠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 이 장면에서 정인겸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츠다 하사를 연기한 이정현도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악랄한 일본군 츠다 하사를 완벽히 소화하며 일본인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그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할 정도로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성공에 눈이 먼 츠다 하사의 모습과 자신을 살려 준 일본 공사에게 아부와 충성을 표하는 교활함까지 리얼하게 소화했다. 술에 취해 조선인들을 마구잡이 위협하는 광기 어린 연기도 이목을 끌었다.

김남희와 정인겸, 이정현은 분량에 상관없이 제 몫, 그 이상을 해내며 모자람 없는 활약을 펼쳤다. 주연배우 못지않은 열연으로 ‘미스터 션샤인’을 빛내고 있다. 너무 잘 해서 더 미운 세 배우. 앞으로의 활약에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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