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폭염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은 ‘전기세’로 향한다. 높아지는 기온에 가정 내 에어컨 설치율은 늘었지만 ‘사용량’은 별개의 문제다. 우리는 여전히 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누르기까지 많은 것을 고민한다. ‘찜통더위’보다 무서운 것이 ‘전기세’여서다. 국민들의 요구는 하나다. 누진제를 폐지하라는 것. 여름이 올 때마다 반복되는 문제지만 나아진 것은 없다. 마음 놓고 에어컨을 틀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 [편집자 주]

 

문제는 국회다. 폭염으로 인한 논란은 2016년부터 지속됐지만 상황은 그대로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문제는 국회다. 폭염으로 인한 논란은 2016년부터 지속됐지만 상황은 그대로다. 당시 발의된 전기세 관련 개정안은 10건이 넘지만 대부분은 아직까지도 국회 계류 상태다. 2년 전부터 언급된 폭염의 국가 재난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도 최근의 일이다. 국회의 늦은 처리 속도로 국민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 이제야 ‘재난’ 지정… 일 커지니 수습 나서

폭염으로 인한 전기세 논란은 2016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2016년 7~8월 기간의 폭염일수는 15.8일로, 당시에는 1994년 27.3일간 이어진 무더위에 이어 역대 2위였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의 가정용 누진제 구간을 50㎾(키로와트)씩 넓히기로 결정, 이를 통해 2,200만 가구가 20%의 전기세 경감 효과를 본다고 설명했다. 합리적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면서 장기 이상 폭염으로 인한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 급증을 경감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폭염 대책은 ‘한시적 인하’라는 이유에서 비판을 받았지만 올 여름에도 같은 결정이 나왔다. 지난 8월 폭염으로 인한 전기세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정부는 ‘한시적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7~8월 두 달 간 누진제를 한시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결국 2016년 폭염 당시 중장기적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결과인 셈이다. 

심지어 폭염을 국가 재난으로 분류해야 된다는 지적은 2016년 이전부터 언급됐다. 18대 국회에서부터 폭염을 재난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매번 무산된 바 있다. 개인의 건강, 주변 환경 등에 따라 피해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20대 국회에서도 이명수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폭염은 최근 들어서야 재난으로 지정됐다.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열고, 폭염·한파 등을 자연재난의 정의규정에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난 지정 이유는 과거와 같지만 결과는 달라졌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피해자가 발생했으나 재난에 포함되지 않아 피해자 지원 등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자연재난에 ‘폭염’을 추가, 2018년 7월 1일 이후 발생한 폭염 등 자연재난에 의한 피해자에 대해서도 보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 법안 처리 속도 더뎌… 2년 전 발의법안 여전히 계류 중

2016년 8월 발의된 법안 대부분이 미처리 상태인 가운데 비슷한 내용의 새로운 법안은 지속 발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2016년 7월부터 9월까지 발의된 누진제 개편 관련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10건이 넘는다.

그러나 나머지 법안들은 여전히 계류 상태다. 심지어 폭염 논란이 심했던 2016년 8월 발의된 법안 대부분이 미처리 상태인 가운데 비슷한 내용의 새로운 법안은 지속 발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2016년 7월부터 9월까지 발의된 누진제 개편 관련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10건이 넘는다. 모두 계류의안이다.

폭염 상황은 심각해지지만 국회의 법안 처리 속도는 더디다. 서울연구원이 지난 8월 31일 발표한 ‘서울시 폭염 대응력 향상 방안’에 따르면 폭염은 인명피해가 가장 많은 기상재해로, 특히 노인에게 취약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는 대규모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도 증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온열사망자 수는 10명이었으나 올해 48명으로 늘었다. 

이에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필요성은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법으로 규정해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국회다. 해당 내용을 담은 법안은 이미 2016년 8월 발의된 바 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요금 감면 내용을 담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다자녀가구, 사회복지시설 등에 대한 요금 감면 혜택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 법안은 2년째 계류하고 있다. 나아진 게 없는 셈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국회가 국민들을 위한다면 현재 계류하고 있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며 “특히, 가정용 전기요금 등과 같이 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현안들은 처리가 시급한 문제다. 9월 정기국회에서 전기세와 관련한 주요 법안들을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