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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세, 그것이 문제로다④] 산업용, 논의돼야 하는 이유
2018. 09. 05 by 최수진 기자 jinny0618@gmail.com
매년 여름 폭염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은 ‘전기세’로 향한다. 높아지는 기온에 가정 내 에어컨 설치율은 늘었지만 ‘사용량’은 별개의 문제다. 우리는 여전히 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누르기까지 많은 것을 고민한다. ‘찜통더위’보다 무서운 것이 ‘전기세’여서다. 국민들의 요구는 하나다. 누진제를 폐지하라는 것. 여름이 올 때마다 반복되는 문제지만 나아진 것은 없다. 마음 놓고 에어컨을 틀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 [편집자 주]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전기 사용량은 전 세계 7번째(2017년 기준)다. 이 가운데 50% 이상은 산업용 전기에 해당한다. 기업이 소비한 전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문제의 누진제는 주택용에만 적용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 논의가 나오는 까닭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누진제가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반 가정집의 전기 사용만을 통제하고 있어서다. 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 상업용 전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 국민이 희생하고 있는 격이다. 산업용 전기에 대한 논의 필요성이 언급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 우리나라 전기, 누가 가장 많이 사용할까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전기 사용량은 전 세계 7번째(2017년 기준)다. 유럽의 에너지 분야 전문 컨설팅업체 ‘에너데이터(Enerdata)’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전력 소비량은 총 534TWh(테라와트시)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이 많은 전기는 어디서 사용됐을까.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전력 사용량의 56%는 산업용 전기가 차지했다. 우리나라가 사용한 전력의 절반 이상을 기업이 소비했다는 의미다. 상업용(일반용) 전기는 전체의 23.4% 비중이며, 가정에서 사용하는 주택용 전기는 14.5%에 그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전력 사용량의 56%는 산업용 전기가 차지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심지어 산업용 전기는 전년 대비 소비 증가폭도 가장 크다. 반도체, 철강, 자동차, 화학 등 주요 업종의 수출이 증가하자 전력 소비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한 전력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반면 가정의 전력 사용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주택용 전력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마다 폭염일수가 길어지는 것과는 대조되는 셈이다. 

주택용 전기 사용 비율은 매년 낮아지고 있다. 전체 전력 사용량 가운데 주택용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대 20% 가까이 기록했지만 지난해 14% 수준까지 하락했다. 기업의 행보가 우리나라 전력 소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 누진제, 형평성 논란 나오는 까닭… 산업용도 논의될까

국내 전기 사용량은 가정용과 산업용 간 형평성 문제로 이어진다. 전체 전력 소비 비중이 15%도 안 되는 주택용 전기에만 누진제를 도입하고 있어서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누진제와 함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문제 역시 논의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누진제 폐지 이후 생길 한국전력의 손실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일정 부분 상쇄하자는 주장이다.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야 된다는 주장인 셈이다. 

실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제철 등 20개 대기업에 대한 한국전력의 2014년 원가손실액은 7,239억4,900만원으로 나타났다. 원가손실액은 한국전력의 전기 생산비용 대비 전기요금을 받지 못해 발생한 손해액수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의 원가손실액은 3조5,418억원 수준으로 드러났다. 

당시 박주민 의원은 “한전이 대기업의 전기요금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은 정부가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대기업 전기요금을 할인해주기 때문”이라며 “수출 경쟁력 제고라는 명분으로 대기업에 혜택을 주면 나머지 모든 이들이 대기업의 전기요금을 부담하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더딘 속도다. 2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정부는 ‘가격경쟁력’을 이유로 산업용 전기요금 조정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올 연말까지 심야 시간대(경부하) 산업용 전기 요금을 조정,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입장을 선회했다.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업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해당 산업들은 우리나라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품목이다. 이에 산업부는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을 2019년 이후로 미룬다고 밝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현재는 원가 이하로 책정됐기 때문에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은 ‘인상’이 아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하한 취지는 경부하(오후 11시~오전 9시) 시간대에 전력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아울러 공장을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사업 특성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에너지 저장장치 등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경부하 시간대의 전력 사용이 늘었다. 심지어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까지 경부하 시간대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으로 봤을 때 산업용 전기요금은 ‘현실화’해야 하는 게 맞다. 가정용 누진제와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 논의해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