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선수들 몇몇은 자신이 선수 시절 마리화나를 흡연했으며, 이것이 드문 일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마리화나(대마초) 흡연이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인 한국과 달리, 미국은 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30개 주가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고 있으며 이 중 8개 주는 오락용 마리화나의 판매도 허가했다.

최근에는 NBA에서도 ‘마리화나 합법화’ 가능성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마리화나는 현재 공식적으로 NBA의 금지약품 리스트에 올라있다. 다만 징계 수위는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만약 어떤 선수가 마리화나 복용이 적발된다면 그는 재발방지 교육을 받아야한다. 두 번째 적발될 경우 벌금 2만5,000달러를 내야하며, 세 번째는 5경기의 출장정지 징계가 내려진다. 이후로는 적발될 때마다 출장정지 경기수가 5경기씩 늘어난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 다른 모습이다. 은퇴한 NBA 선수인 클리프 로빈슨은 3일(현지시각) ‘라스 베가스 선’을 통해 자신이 선수 시절 시합의 중압감을 이겨내기 위해 마리화나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NBA에서 18년 동안 뛰며 매년 82경기 일정을 소화하려면 늘 불안감과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마리화나가 자신의 농구 경력을 이어가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포틀랜드와 골든 스테이트, 디트로이트 등을 오가며 18년 동안 커리어를 이어간 클리프 로빈슨은 지난 2007년 선수생활 은퇴를 선언했으며, 현재는 오리건 주에서 마리화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리건은 로빈슨이 자신의 전성기를 보냈던 포틀랜드 구단의 연고지인 동시에 2014년부터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곳이기도 하다.

NBA에서 뛰었던 선수들 중 마리화나 복용을 고백한 이는 로빈슨뿐만이 아니다. 케년 마틴(2015년 은퇴)은 올해 4월 블리처 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NBA 선수의 85%는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 같다”고 발언했다. 물론 공식적인 통계는 아니지만 NBA에서 15년간 선수생활을 이어간 마틴의 말이다 보니 아예 근거 없는 소리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선수들은 클리프 로빈슨처럼 긴장을 풀기 위해, 또는 단순한 오락용으로 마리화나를 흡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리화나는 여타 금지약물과 달리 운동능력 또는 집중력의 향상과는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이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담 실버 NBA 총재는 올해 4월 블리처 리포트를 통해 “의료 목적의 마리화나가 얼마나 안전한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더 알아볼 계획이다”고 밝힌 바 있다. NBA 역사상 가장 개방적이고 경영 수완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실버 총재는 재임기간 동안 리그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다. 스포츠매체 ‘리얼지엠’의 5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사무국은 여전히 의료용 마리화나를 허용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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