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민생경제연구소 공동기획]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민생 경제’ 위기는 단 한가지 원인으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중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불공정한 시스템도 중심축 역할을 한다. <본지>는 시민활동가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주요 민생 이슈를 살펴보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다. [편집자주]
 

 

정부가 지난달 22일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 증가를 감안해 7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한 홍영표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진선미 원내수석부대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최근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내놨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내놓은 긴급 대책이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불거진 논란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인 분위기다. 지원대책을 둘러싸고 실효성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소상공인들도 저마다 표정의 온도차가 다르다.

◇ 소상공인 지원책을 둘러싼 기대와 아쉬움 

최근 발표된 소상공인 지원대책은 크게 ‘단기적 지원’과 ‘구조적 대응’이라는 카테고리로 나눠진다. 단기적 지원은 직접 지원과 경영 부담 완화 대책으로 분리됐다. 구조적 대응은 소상공인 권익 보호와 공정 거래 확립에 초점이 맞춰졌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 확대 ▲근로장려금 지급 소득・재산 기준 완화 ▲카드수수료 경감(온라인 판매업자ㆍ택시사업자 신용카드 우대수수료 적용, 제로페이 활성화) ▲세제지원 확대(공제한도 인상) ▲안정적인 임차환경 조성(환산보증금 상향) ▲가맹본부‧가맹점간 불공정행위 방지 ▲소상공인진흥기금 등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이 지원 대책이 반영될 시, 편의점과 음식점주들이 최대 600만원 안팎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같은 대책 발표 후 각계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실효성이 없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적 목소리가 있는 가하면, 그래도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정책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부가 8월 22일 발표한 소상공인 지원 대책 내용과 자영업자 1인당 혜택 추정치.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일단 대표적으로 의견이 분분한 ‘일자리안정자금’ 이슈를 살펴보자. 일자리안정자금은 근로자 1인당 인건비로 월 최대 13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로,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이 정책을 도입했다. 다만 지원금을 받으려면 몇가지 자격을 갖춰야 했다. 올해의 경우, 지원 요건은 사업장 근로자수가 30명 미만, 근로자 1인당 월 기준 190만원 미만, 1개월 이상 고용 유지, 고용보험에 가입, 최저임금 준수 등이었다.

◇ 여전히 높은 일자리안정자금 지급 허들 

정부는 내년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일자리안정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대상 확대되고 우대 조건이 생긴 점은 올해와 다른 특징이다. 정부는 내년도에는 월 기준 보수를 19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상향했다. 또 5인 미만의 사업장에 대해선 15만원을 일자리안정자금으로 지급키로 했다. 또 취업취약계층 채용시,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대상을 확대키로 했다.

이처럼 지원 대상이 확대됐지만 여전히 제도적인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나온다. 이유가 뭘까. 업계에선 여전히 신청 기준의 허들 자체가 높다고 설명한다.

일단 단기 아르바이트생들을 주로 고용하는 편의점이나 외식업계에선 ‘고용 보험 가입 기준’이 가장 큰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이동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은 “편의점이나 외식업 근로자 상당수가 단기 알바생이 만큼 보험료 납부보다는 한 푼이라도 더 많이 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게다가 하루 아침에 퇴사하는 사례도 있어, 1개월 고용 유지 조건을 맞추기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로 신청서를 넣었다가 심사 과정에서 탈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외식업체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기준 49.8%에 그쳤다.

여기에 월 보수 기준 역시, 업계 현실을 감안하면 아쉬운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정책위원장은 “월 보수 기준이 190만원 미만에서 210만원 미만으로 상향된 점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다만 음식업계 근로자 보수 현실을 생각하면 여전히 문턱이 높다는 생각도 든다. 장시간의 근로로 월 보수는 210만원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 당국이 자영업계 현실을 좀 더 면밀히 고려해 대책을 세워졌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 ‘을’의 전쟁에 숨어있는 갑, 상생 노력 있어야

이어 그는 “정부 지원 대책이 저마다 나름의 의미는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면세농산물 구입 시 적용하는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확대 등 세제 지원 혜택 등은 비용 경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일부 공제 혜택이 내년에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또 자영업계가 처한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과 입법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소상공인들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보다 가맹본부와 재벌 대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인 상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사위크>

그렇다면 어떻게 해법을 찾아야 할까.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공정거래 확립’을 위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정부가 보다 재정적인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혈세 투입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을 실정이다.

안 소장은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뒷짐을 지고 있는 ‘갑’들도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서 ‘갑’이란 프랜차이즈업계를 한정해서 보면 가맹본부들을 일컫는다. 소상공인들이 주로 영위하는 업종, 즉 골목상권에 진출해 이익을 누려온 대기업도 포함된다.

안 소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을’과 ‘을’ 갈등이 빚어지는 쓸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과당경쟁 구조를 만들고 폭리를 취해온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 편의점 가맹본부, 유통업체들은 ‘최저임금’ 논란에 숨어 뒷짐만 지고 있다. 이들 스스로 나서 적극적으로   구조 개선에 나서고, 상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추가적인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기업들은 상생 지원 대책 마련에 아지까지는 미온적인 분위기다. 안진걸 소장은 자영업자 단체와 연대해 가맹본부, 카드사 등이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