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이혜리가 영화 ‘물괴’(감독 허종호)로 스크린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크루 키다리이엔티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와 선입견, 연기력 논란과 악성 댓글…. 자신을 향한 평가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듣지 않는다. 더 찾아보고 마음 깊이 새겼다. 모든 것이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성장의 자양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냥 귀엽고 철없을 줄만 알았던 ‘덕선이’ 이혜리는 어느새 배우로 한 뼘 더 성장해 있었다.

가수 겸 배우 이혜리가 영화 ‘물괴’(감독 허종호)로 스크린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물괴’는 중종 22년, 역병을 품은 괴이한 짐승 물괴가 나타나 공포에 휩싸인 조선, 그리고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이들의 사투를 그린 이야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을 보거나 소리를 듣는 자들이 나타났고, 이 괴설이 나라를 흉흉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의 조선왕조실록 기록을 바탕으로 완성됐다.

극중 이혜리는 물괴 수색대장 윤겸(김명민 분)의 딸이자 호기심 많고 겁 없는 명 역을 맡았다. 산속에서 무료한 시간을 버티고자 터득한 의술과 궁술로 아버지를 따라 합류한 수색대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는 인물이다.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88’(2015~2016)에서 설움 많은 둘째 딸 성덕선 역을 맡아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던 이혜리는 이후 출연한 작품들에서 연기력 논란이 불거지며 ‘성덕선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혹평을 들었다. 이러한 가운데 이혜리의 스크린 진출 소식은 기대보단 우려가 많았다. 게다가 그동안 해왔던 작품과는 전혀 다른 결의 연기를 펼쳐야 하는 사극이었고, 데뷔 후 처음으로 액션도 소화해야 했다.

베일을 벗자 이혜리는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명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고 액션도 무리 없이 해냈다. 특유의 발성과 억양이 조금 튀는 느낌을 주긴 했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평이다.

이혜리가 ‘물괴’로 첫 영화에 도전한 소감을 밝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크루 키다리이엔티 제공>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이혜리는 목젖을 드러내며 호탕하게 웃다가도 연기에 대한 철학을 전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신중했다. 기자의 질문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진솔한 답변을 내놨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 영화 데뷔작인데 시도되지 않았던 사극 괴수물이고, 액션도 소화해야 하고 감정도 녹여 내야 했어요. 처음 도전하는 배우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기대와 설렘이 있었나요.
“‘왜 굳이 어려운 길을 가냐’라고 말하는 분들도 많이 있었어요. 저 역시 ‘할 수 있을까?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더 도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결과물로 보여 준다는 거랑 스크린으로 제 모습을 처음 보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이 설레기도 하고 떨리고 기대됐어요.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던 것 같아요.”

- 도전하고 싶어서 선택했다고 했는데, 평소에도 부딪히면 주저앉지 않고 더 힘이 나고 오기가 생기는 스타일인가요?
“얼마 전에 스카이다이빙을 했어요. 이 한마디로 끝나더라고요.(웃음) 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체코가 스카이다이빙 유명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체코에 온 이상 스카이다이빙은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 하고 후회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원래 있는 것 같아요.

당연히 겁도 많고, 두렵기도 해요. 모순적이긴 한데 도전하는 마음도 진짜 많아요. 물을 정말 무서워하고 수영도 전혀 못하는데 스쿠버 다이빙은 해요. 무섭지만 해결해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작품을 마주할 때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겁도 나고 잘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걱정도 되지만 해결해나가고 싶은 생각이요. 그래서 더 도전하는 마음으로 ‘물괴’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과정에 따라서 결과가 바뀐다고 생각해요. 단순하게 성적만이 아니고 저에 대해서 발견한 어떤 것도 다 좋은 결과라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과정이 있다면 좋은 결과도 있지 않을까라는 믿음이 있어요. 아무리 결과가 좋아도 과정이 좋지 않다면 저는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아요.”

- ‘물괴’를 통해서는 본인의 어떤 점을 발견했나요.
“저의 어떤 점을 발견했다라기보다는 영화라는 매체가 어떤 것인지 항상 궁금했는데 많이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영화, 사극, 크리처 이런 것들을 ‘내가 접할 수 있을까, 다시 올 수 있는 기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 집중해서 만들어나갔어요. 하나도 쉬운 게 없었어요. 액션, 사극도 그렇고요. 물괴는 없는데 물괴를 보고 연기해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요. 그래서인지 많이 배운 작품인 것 같아요.”

이혜리가 ‘물괴’에서 호기심 많고 겁 없는 명 캐릭터를 연기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크루 키다리이엔티 제공>

- 이혜리 배우에 대한 우려도 있었어요. 영화 속에서 완벽히 잘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색하지 않게 해낸 것 같아요. 감정적인 부분이나 관계에 있어서 어떻게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했는지 궁금해요.
“명은 어떻게 보면 감정의 폭이 제일 큰 캐릭터예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명의 성장이었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성장은 한 것 같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이만큼 감정이 쌓이고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커지고 그런 부분들을 먼저 알아야 표현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이해가 돼야 명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표현할 수 있잖아요.

명이 충격을 받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허종호)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하고 저 스스로 물음에서 나온 결론은 ‘명은 대단히 어른스러운 아이구나’였어요. 회피할 수도 있고, 무섭고 두려울 텐데 그것을 다 받아들인다는 점에서요. 에피소드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건 아니지만 관객들에게 명을 설득시키고 이해시켜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제가 많이 알고 가야 그 감정이 전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물괴’에서 막내로 선배들과 호흡을 맞춰야 했는데 어땠나요.
“김명민 선배도 그렇고 김인권 선배도 그렇고 워낙 처음 만났을 때부터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김명민 선배님이 원래 느끼던 이미지는 진지하고 근엄하고 다가갈 수 없는 포스가 있었는데 처음에 뵀는데 너무 유쾌하고 호탕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선배님들이랑 어려운 지점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어요. 그리고 김인권 선배님은 오히려 반대로 진지하고 항상 공부하고 연구하는 편이더라고요. 반대 이미지라서 더 친근했던 것 같아요. 이런 면도 있으시구나 하면서요. (최)우식 오빠는 말할 것도 없었고요. 호흡이 정말 좋았어요.”

이혜리가 배우 활동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크루 키다리이엔티 제공>

- 걸스데이 혜리에서 연기자 이혜리로 무게 중심이 옮겨진 것 같아요.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요.
“사실 저는 미래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는 사람이에요.(웃음) 현재에 충실하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지금 하고 있고 보여드리는 게 좋았으면 좋겠고 제 생각과 비슷한 마음이었으면 좋겠어요. ‘영화만 할 거야, 드라마만 할 거야, 걸스데이는 다음에 할 거야’ 이렇게 뭔가 정리를 해서 무게중심이 옮겨지기보다는 그때그때 제가 운명처럼 만나는 작품을 더 넓은 시야를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커요.

‘물괴’가 첫 작품인데 보면서 너무 아쉬운 마음이 컸어요. 첫 발자국이고, 첫 술에 배부르다고 할 수 없지만 저는 첫 술에 배부르고 싶었거든요. 욕심도 많고, 잘 해내고 싶고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어요. 그래서 보시는 분들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고, 어디에 무게 중심을 두든 잘할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도 있잖아요.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은 어때요.
“부정적인 시선도 부정적인 시선인데 비슷한 크기로 사랑도 많이 받는 것 같거든요. 제가 이만큼 사랑을 안 받았으면 그만큼 부정적인 시선도 없었을 것 같아요. 둘의 관계가 항상 비례하더라고요. 그리고 내가 아무리 잘했어도 시청자분들이 못했다고 하면 진짜 못한 거고요. 이건 진짜 아쉽고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해도 보는 분들이 너무 잘했다고 해주시면 그건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잘 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보는 분들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한 말들을 항상 새기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런 말들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조금 더 나아갈 수 있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더 새겨두려고 해요.”

- ‘물괴’는 이혜리 배우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나요.
“의미가 크고 애정이 남다른 작품이에요. 제가 힘들었을 때 만난 작품이에요. 저라는 사람도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 있었어요. 그래서 한 8개월 정도 작품을 안 하고 있을 때였어요. 저에 대한 물음을 계속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그 당시에 저를 자극할만한 작품이었어요. 표면적으로 ‘혜리가 사극을?’이라는 말을 하는 분들도 많이 있으셨는데 그런 것들을 한 번쯤 이겨내고 싶었던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지금뿐만 아니라 미래에 봤을 때도 더 의미 있을 것 같아요.”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었나요.
“5년 정도를 한 달에 한 번 쉴까 말까 할 정도로 정말 바쁘게 일했어요. 머리가 꽉 찬 거예요. 머릿속에 들어갈 공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신나는 마음으로 하고 싶은데 그런 마음보다는 ‘못 할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없었어요. 그전에는 3일 쉬면 죽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처음 1~2주는 간질간질 하더니 한 달 쉬니까 두 달 쉬고 싶고, 두 달 쉬니까 세 달 쉬고 싶더라고요. 나도 쉴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나에게 휴식이 필요했는데 몰랐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아무것도 안 해도 저절로 여유가 생기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꽉 찼던 머릿속에 빈 공간이 생겼을 때 ‘물괴’라는 작품을 만났어요. 편하고 안주하는 작품을 만났다면 안 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할 수 있을까? 사극? 액션?’ 이런 생각이 드니까 ‘나 할 수 있어’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혜리가 ‘물괴’를 통해 대중들에게 받고 싶은 평가에 대해 언급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크루 키다리이엔티 제공>

- ‘물괴’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솔직히 저는 잘 몰라요. 순수하게 관객의 입장에서 ‘저 영화 500만 관객 모았다’라고 하면 ‘오~’해요. 그래서 만약에 우리 영화를 100만 명이 봐주셨다고 하면 ‘오~100만 명이나 봐주셨어’라는 느낌이 클 것 같거든요. ‘왜 이만큼 밖에 안 봐주시지’보다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봐주셨어’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 쟁쟁한 영화들과의 경쟁에서 관객들에게 어필할 만한 ‘물괴’만의 매력 포인트를 꼽자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영화 ‘협상’, ‘명당’, ‘안시성’ 등이 오는 19일 개봉한다.)
“다른 영화는 잘 모르니 저희 영화만 놓고 봤을 때는 제가 ‘물괴’ 대본을 읽을 때 상상하면서 읽게 되는 거예요. 제가 느꼈던 설렘과 색다른 크리처와 사극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는 점이 분명히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런 지점들을 관객들이 좋아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개인적으로 배우로서 듣고 싶은 평가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그렇게 큰 걸 바라진 않고요. ‘혜리가 사극도 하네? 액션도? 몸 잘 쓴다, 다른 영화에서도 봤으면 좋겠다’ 이런 스쳐 가는 생각들이 있잖아요. 거창한 것 말고 스쳐지나가는 생각들 속에 저에 대한 좋은 생각이 많이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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