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가 시즌 중반 공백을 딛고 5번째 홈런왕 타이틀을 노린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박병호는 박병호다. 시즌 중반 공백과 아시안게임 출전의 빡빡한 일정을 딛고 홈런 1위 등극에 임박했다. 하지만 남은 경기 일정은 그에게 불리하다. 얼마 남지 않은 올 시즌, 박병호가 KBO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수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사이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박병호의 방망이는 식을 줄을 모른다. 시즌이 재개된 뒤 6경기에서 3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어느덧 36호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나란히 3개의 홈런을 기록한 김재환(두산 베어스)와 함께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1위와의 격차는 이제 단 1개 차이로 좁혀졌다. 시즌 재개 이후 다소 주춤한 로맥(SK 와이번스)은 단 1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한 채 1위 수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놀라운 점은 박병호가 시즌 중반 공백을 딛고 홈런왕 경쟁에 가세했다는 것이다. 박병호는 부상으로 4월 중순부터 한 달 넘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바 있다. 30경기가 넘는 공백을 겪는 사이 로맥과 김재환 등이 연일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자연스레 홈런왕 경쟁구도에서 박병호의 이름은 빠졌다. 하지만 부상에서 복귀한 박병호는 자신의 특기인 ‘몰아치기’를 연일 선보이며 추격전에 시동을 걸었고, 마침내 1위와의 차이를 1개로 좁혔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박병호의 홈런왕 등극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경우 박병호는 5번째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홈런의 전설’ 이승엽과 어깨를 나란히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개인적인 측면에선 5시즌 연속 홈런왕이 된다. 박병호는 미국 메이저리그로 향하기 직전까지 4시즌 연속 홈런왕에 오르며 KBO 유일의 기록을 남긴 바 있다.

박병호의 기록도전은 홈런에만 그치지 않는다. 5년 연속 100타점 기록에도 다가가고 있다. 이 역시 KBO리그 최초의 기록이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도 함께 도전 중인데, 박병호가 더 먼저 100타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박병호는 97타점, 이대호는 94타점을 기록 중이다.

문제는 남은 경기 수. 국내 유일의 돔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넥센 히어로즈는 우천취소가 적은 덕분에 가장 빨리 리그 일정을 소화한다. 현재도 가장 많은 124경기를 소화한 상태로, 이제 딱 20경기만 남겨두고 있다. 이는 박병호에게 남은 경기이기도 하다. 반면, 로맥의 SK 와이번스는 26경기, 김재환의 두산 베어스는 25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로맥과 김재환이 박병호보다 5~6경기를 더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올 시즌 경기당 0.371개의 홈런을 기록 중인 박병호는 남은 20경기에서 7.42개의 홈런을 기록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로맥은 경기당 0.321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며, 남은 일정에서 8.36개의 홈런이 예상된다. 경기당 0.307개의 홈런을 기록한 김재환도 산술적으로 7.69개의 홈런이 더 나올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숫자 계산에 불과하다. 결국 1~2개 차이로 홈런왕 타이틀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관건은 남은 기간 누가 ‘몰아치기’에 나서느냐다. 이 부분에서 만큼은 박병호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로맥과 김재환은 8~9월 각각 3개와 4개의 홈런을 추가하는데 그치고 있다. 반면, 박병호는 8월에만 7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등 같은 기간 10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박병호가 남은 경기 수의 절대적 불리함마저 딛고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까. 그의 방망이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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