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FnC 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 제품을 만드는 제화공들이 공임료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위한 본사와의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슈콤마보니 구두 제품들. <슈콤마보니 홈페이지>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코오롱 FnC ‘슈콤마보니’ 하청 제화공들은 올 여름 본사에 공임료 1,500원 인상 및 노동자성 인정을 위한 교섭을 요구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사측은 민주노총 소속 제화공들을 제외한 하청업체, 제화공 대표와의 협상을 통해 갑피와 저부(밑창) 작업에 각각 1,000원씩 총 2,000원을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갑피와 저부 작업은 제작 파트가 달라 제화공 입장에선 1,000원 인상에 그친 셈이다. 유급 휴가나 퇴직금 지급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후 사측의 일방적인 조치를 비판해 온 제화공들은 지난 8월 31일 언론 보도를 통해 공임료가 1,000원이 아닌 1,300원씩 인상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시사위크> 취재 결과 한 하청업체는 결국 이 같은 내용을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칫 하청업체 측이 제화공들에게 돌아갈 공임료 일부를 원청도 몰래 가로챘다는 비난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제화공들은 그간 코오롱 FnC도 1,000원씩 총 2,000원을 인상했다고 밝힌만큼, 하청업체 측이 원청 몰래 1,000원씩만 지급해줬다는 것은 말이 맞지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 ‘1,300원 인상’ 인정한 하청업체.. 제화공들의 분노

켤레 당 30만~50만원의 슈콤마보니 제화공들의 공임료는 7,000원이다. 타 제품에 비해 작업이 까다로워 하루 평균 15시간씩 일해도 한 달 250만원 정도가량의 수입을 얻는다는 게 제화공들의 주장이다. 이에 슈콤마보니 제화공들은 하루 12시간만 일하고 현 수준의 공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켤레 당 1,500원 인상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민주노총 소속 제화공들은 지금까지 코오롱 FnC 측과 한 번도 교섭을 한 적이 없다. 노사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코오롱 FnC 측은 지난 7월 24일 갑피와 저부 작업 각 1,000원씩 공임료 인상안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측 입장에선 2,000원이라는 업계 최고 수준의 인상액을 결정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하청 제화공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지난 8월부터 해당 인상안을 적용한 공임료를 받게 됐다.

제화공들은 해당 인상안 발표 후 수차례 규탄 집회를 열며 직접 교섭을 촉구했다. 8월 31일에도 집회를 열었던 제화공들은 이날 또 다시 언론보도를 통해 원청이 1,000원이 아닌 1,300원을 인상해줬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이에 분노한 제화공들은 당일부터 현재까지 무기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 31일 코오롱 FnC는 갑자기 그간 발표 내용과 달리 2,600원(갑피 1,300원 밑창 1,300원)을 인상해줬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코오롱 측은 그러면서 "제화공들 갑자기 3,00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사위크> 취재 결과 제화공들의 사실 확인을 요구받은 한 하청업체 측은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코오롱 FnC 하청 제화공 A씨는 “처음에는 하청업체에서 끝까지 1,000원이라고 발뺌을 했지만, 기사가 그렇게 나와 버리니 결국 인정을 했다”면서 “공장장을 통해 들은 해명은 제화공 외 직원들도 월급을 올려주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A씨는 “하청업체 사장님들끼리 그렇게 짰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코오롱 FnC도 줄곧 1,000원씩 총 2,000원 인상이라고 발표하지 않았는가. 왜 갑자기 1,300원이라고 밝힌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7월26일부터 8월29일까지 보도된 코오롱 FnC 제화공 관련 보도 내용. 코오롱 FnC 측은 당시 언론에 2,600원 인상했다고 밝혔음에도 기자들이 총 2,000원을 인상했다고 보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각 언론보도 내용 일부 캡처>

◇ “말 바꾼 적 없다”는 코오롱 FnC, 해명 내용은?

일각에서는 코오롱 FnC 측이 ‘탠디 대첩’ 이후 달궈진 제화공들의 움직임을 잠재우기 위해 하청업체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하청에는 제화공당 1,300원씩 인상한 공임료를 지급하되, 실제 제화공들에게는 1,000원만 지급된 데 따른 합리적인 의심이다.

그러나 코오롱 FnC 측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처음부터 공임료 인상금을 2,600원이라고 밝혀왔다는 설명이다. 사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말을 바꾼 게 아니다. 2,600원 인상을 합의했다고 계속 밝혔다”면서 “기자들에게도 그렇게 말했는데 보도에서는 2,000원 인상이라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왜 정정보도를 요청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회사에서는 2,600원을 인상했지만, 실제 제화공들에겐 1,000원 인상이 맞으니 틀린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코오롱 FnC의 일방적인 1,000원 인상안은 제화공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사측 입장에서도 제화공들이 요구했던 1,500원에 근접한 1,300원을 인상해주면서 1,000원만 인상해줬다고 언론에 발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사측 관계자가 1,300원씩 총 2,600원이라고 밝혔음에도 기자들이 모두 동일하게 1,000원씩 총 2,000원 인상이라고 보도했다는 것도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해명이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우리는 제화공분들과 직접 교섭을 할 의무가 없고, 하청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2,600원 인상안을 합의했다”면서 “이후 해당 인상안을 제화공들에게 모두 지급했는지 아니면 회사 운영비나 다른 직원들 급여에 충당했는지는 관여할 부분도 아니고 모르는 일이다. 그것은 원청의 월권행위다”라고 말했다.

코오롱 FnC 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 제화공들이 서울 성동구 슈콤마보니 본사 앞에서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 제화공들, 그럼에도 코오롱 FnC 책임 묻는 이유

지난 4월 일명 ‘탠디 대첩’ 이후 서울 성수동 일대 일부 제화공들은 최소 1,300~1,500원의 공임료 인상을 보장받았다. 그에 비하면 코오롱 FnC의 1,000원 인상은 제화공들 입장에선 업계 최저 인상액이다. 더욱이 탠디 측은 제화공들과 정기적인 교섭을 약속했고, 세라제화와 고세제화는 각각 1,400원, 1,500원 공임료 인상과 4대보험 및 퇴직금 지급(세라제화), 퇴직연금 지급(고세제화) 등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들 모두 코오롱 FnC와 마찬가지로 제화공들과 계약상으론 노사 당사자가 아니었지만 대화를 통해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다. 코오롱 FnC의 또 다른 하청 제화공 B씨는 “이번 사건도 본사와의 교섭에서 제화공들이 제외되면서 빚어진 일”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또 일어날 수 있다. 직접 당사자인 제화공들과 대화에 나서길 촉구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B씨는 또 “마치 우리가 돈을 아주 많이 벌기 위해서 떼를 쓰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우리가 요구하는 내용은 하루 12시간 일하고도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보장받는 것에 그친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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